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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장외 비즈니스 ‘레드 카드’
관련기사1. 장외 비즈니스 ‘레드 카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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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홍보관 등 관람객 없어 썰렁… ‘라운드 테이블’만이 소기 성과 경제월드컵은 벌써 막을 내린 것인가? 개막식을 전후해 정부와 대기업 초청으로 거물급 해외 기업인들이 몰려오고, 각종 전시회와 수출상담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면서 불붙는 듯하던 월드컵 특수 기대가 대회 중반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사그라지고 있다.
거리에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물결이 넘쳐나지만,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상가와 전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이번 월드컵도 우리끼리 즐기는 ‘국내용 행사’로 전락했다는 성급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결승전이 열리는 일본 요코하마로 세계의 이목이 서서히 옮겨갈수록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월드패션페어, 전시장만 덩그러니 6월12일 ‘월드패션페어’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서울무역전시장.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관람객이 턱없이 부족했다.
전시 부스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K2F2의 백은숙 팀장은 “방문객이 하루 평균 100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행사는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월드컵에 맞춰 준비한 ‘비즈니스 킥-오프 코리아’ 사업의 하나다.
애초에는 중국, 일본, 대만의 해외 바이어 1200명과 해외관광객 2만명의 참관을 기대하면서 추진한 대규모 행사였다.
국내 유명 패션거리인 명동, 동대문, 압구정동, 청담동 등에 있는 대형 패션몰과 패션상점의 70여개 패션 브랜드로 전시장을 꾸미고, 300대의 연계 관광버스를 운영해 바이어들이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외 바이어 초청이 무산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원부처간 손발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시장은 처음 계획대로 꾸며졌지만, 투어링 버스 운영은 취소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참가업체 관계자는 “사람들의 관심이 정보산업에만 쏠려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의 태도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인이 홀로 지키고 있는 전시장을 보면 소외받고 있는 국내 패션 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중국 유아복 업체 진진베이비 매이 츄 사장은 “무엇보다도 물건을 팔기 위해 왔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츄 사장은 “사실 월드컵에는 큰 관심없다”고 말한다.
장사꾼 입장에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행사 분위기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백은숙 팀장은 “원래 9월에 계획했던 행사를 월드컵 기간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앞당긴 탓도 있다”고 말한다.
월드패션페어는 패션 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우리의 패션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매년 정기적으로 열 예정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월드컵과 연계하면서 첫해 행사를 망친 셈이다.
월드패션페어가 열리고 있는 제1전시실 바로 옆에 마련한 ‘한국투자홍보관’ 역시 관람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11개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의 해외투자 유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부스들 사이사이에 비즈니스 센터와 투자상담실이 마련돼 있지만 이용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 행사 관계자는 “월드컵 개막일을 전후해 5일 동안은 하루 평균 2천명 이상 찾아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내방객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투자홍보관은 해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된 방문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이곳을 그리 많이 찾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방한 목적이 있었고, 일정이 빠듯하게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찾아오길 기다린 다국적 기업 CEO들 대신, 옆 전시실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온 바이어들이 많이 방문했다.
물론 실제 투자와는 거리가 먼 ‘지나가는 손님’들이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로드쇼를 통해 해외에 직접 나가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국가 이미지 제고만으로 위안 월드컵 기간에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인 방문객 수 예상치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터무니없이 낙관적으로 예상한 수치를 근거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프랑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 팬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우리나라까지 찾아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선석기 KOTRA 투자전략팀 과장은 “경제월드컵의 의미를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축구연맹(FIFA)을 제외하고 월드컵을 통해 직접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선 과장은 “그동안 우리 상품은 품질과 디자인이 뛰어났지만, 국가 이미지가 낮아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도 외국에서 광고를 할 때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넣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기업임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낳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을 초청해 변화된 한국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도록 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산업자원부와 KOTRA는 5월28일부터 6월2일까지 세계 주요 기업 CEO 51명을 초청해 ‘서울투자포럼’과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이 행사 참석자들은 이번 방문이 한국을 재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가 이미지 개선효과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는 또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은 우승팀 결정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장외에서 열리는 경제월드컵은 월드컵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인터뷰|정동식/ KOTRA 외국인투자지원센터 소장
비용 들인만큼 효과 있었다

외국인투자지원센터(KISC)는 외환위기 직후에 만들어져 외국인 투자유치에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번 월드컵 때는 산업자원부와 함께 5월28일부터 6월2일까지 해외 유명 CEO들을 대거 초청해, 이들을 상대로 활발한 투자홍보 활동을 폈다.
- 어떤 CEO들이 방한했나? 슈테놀르 알리안츠 회장과 판케 BMW 회장, 손정의 소프트방크 회장 등 44개 기업 51명의 기업인들이 월드컵 개막경기를 보고 돌아갔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18개 기업의 CEO가 포함됐다.
일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해외 현지에 나가 있는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의 해외 무역관장들이 직접 찾아가 참여를 설득했다.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국가 이미지 개선하는 데는 세계적 오피니언 리더들, 즉 다국적 기업의 CEO들을 모아 이들에게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행사에 참가한 CEO들의 반응과 구체적 성과는? 그들을 대상으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투자전략’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이라는 두가지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정부의 과감한 경제개혁과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동북아 중심지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중심지를 지향해도 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9건 20억달러 규모의 신규투자가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6건이다.
우리 KOTRA에 해당하는 일본무역진흥회(JETRO) 사람들이 자신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 외국인투자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적된 것은? 기업회계의 불투명성, 영어 의사소통의 어려움, 외국인에 폐쇄적인 문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이 언급됐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문제다.
정리해고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실업급여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개인소득세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많았다.
외국 CEO들은 우리 기준에서 보면 소득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한국에 잘 오려 하지 않는다.
- 국가 이미지 개선효과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투자와 수출 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도 높아진 만큼 수출가치 제고효과도 있을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더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다는 말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무역관장들이 이번에 초청됐던 CEO들을 만나 그들이 추진중인 투자 프로젝트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
전에는 무역관장이 다국적 기업의 CEO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 톱 클래스의 CEO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 통로를 활용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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