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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분위기 따로, 주가 따로
관련기사2. 분위기 따로, 주가 따로
  • 김회승/ 한겨레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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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후원업체 보다 ‘신예 3인방’ 수혜, 방송·광고주는 혼조세 월드컵 대회가 중반을 넘어 16강 진출국이 모두 가려지면서, 증시에서 월드컵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종목들의 주가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들은 주가 측면에서는 그다지 월드컵 약효를 보지 못한 양상이다.
국내 후원사는 공식 파트너 업체인 현대차와 KT, 공식 공급업체인 국민은행·포스코·금강고려화학·대한항공·현대해상·롯데호텔 등 모두 8개사다.
이 가운데 롯데호텔은 제외한 7개사가 상장·등록업체다.
이들 중 월드컵 개막 한달 전인 4월30일부터 6월12일까지 주가가 오른 곳은 포스코·현대해상·국민은행 등 3개이며, 나머지 4개사는 주가가 떨어졌다.
상승폭이 가장 큰 종목은 포스코로, 4월말 12만8500원에서 15만4천원으로 20%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9.65%, 국민은행은 3.06%가 각각 상승했다.
반면, 최근 텔레비전을 통해 연일 광고를 쏟아내고 있는 KT는 9.27%, 국가 대표팀에 전용버스까지 지원한 현대차는 13.45%나 하락했다.
대한항공과 금강고려화학도 각각 10.69%와 22.26% 미끄러졌다.
로토토·일간스포츠·도원텔레콤 급부상 그러나 이들 업체의 주가 등락은 대부분 ‘월드컵 효과’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포스코는 최근 국제 철강가격이 1분기를 저점으로 해서 회복되고 있다는 점, 현대해상과 국민은행은 실적호전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가 주가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주가가 떨어진 쪽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4월 이후 환율 악재가, KT는 최근 SK텔레콤과의 지분 경쟁이 주요 약세 요인으로 풀이된다.
결국 월드컵 후원업체들이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큰 구실을 했지만, 주가 측면에선는 돈을 들인 만큼 재미를 보지는 못한 셈이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후원사들은 장기적으로 광고 효과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노리는 것이어서 단기적 주가 흐름과는 무관한 게 당연하다”며 “실제 KT·현대차 등은 최근 광고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에 실익 없는 투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월드컵 특수를 만끽하고 있는 곳은 다른 데 있다.
특히 한국이 1승을 거둔 6월4일 이후 로토토·일간스포츠·도원텔레콤 등 ‘신세대 수혜주’ 3인방이 연일 상한가를 치며 급부상해, 증시에서의 월드컵 분위기를 달궜다.
인터넷 축구 복표 업체인 로토토는 최근 복표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시장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다.
로토토는 월드컵 개막일 이후 주가가 52.5%나 상승해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로토토쪽은 “6월10일 미국전 복표 행사에 참여한 건수가 10만333건, 구매액은 14억5642만원으로, 4일 폴란드전의 11억9천만원을 일주일 만에 경신했다”며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휴대용 텔레비전 생산업체인 도원텔레콤과 스포츠지 가운데 유일한 등록업체인 일간스포츠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재료로 초강세를 보였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폴란드전 승리 이후 일부 직접적인 수혜 종목들이 소테마를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 상한가 행진이 꺾이는 등 혼조세로 돌아섰다”며 “다분히 심리적 측면이 강한 만큼 실질적 매출증가 효과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 측면에서는 맥주 생산업체인 하이트맥주나 텔리비전 브라운관을 만드는 삼성SDI 등이 오히려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예’들의 강세가 주춤하자 6월 첫주 후반부터는 ‘원조 수혜주’인 항공주들이 뒷심을 내고 있다.
월드컵 개막 전 최대 수혜주로 부각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내리막을 탔다.
그러나 두 종목은 미국전이 열린 지난 10일 이후 나란히 상승 반전해 모두 10% 이상 올랐다.
반면 SBS·제일기획·LG에드 등 광고·방송주들은 완만한 하락추세 속에 하루 걸러 등락하는 혼조세를 잇고 있다.
터무니없는 수혜주 전망도 돌아 최근에는 월드컵 열기와의 ‘인연’을 앞세워 새로운 수혜주를 자처하는 종목들도 잇따르고 있다.
휴대전화 벨소리 제공업체인 야호와 합성피혁 전문업체인 백산, 축구공 원단 납품업체인 덕성 등은 6월 첫주 “월드컵 수혜가 예상된다”는 시장 소문이 나돌자 곧장 상한가에 진입했다.
야호는 월드컵과 관련한 노래의 다운로드 건수가 늘 것이란 점이, 백산은 납품업체인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의 매출 신장이, 덕성은 월드컵 공인구인 피버노바의 원단을 납품한다는 점이 각각 수혜의 근거로 제시됐다.
또 국내 인조잔디를 만드는 코오롱글로텍 효성 등에 대도 관심주로 거론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식의 수혜주 전망에 관련 업체의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도 있다.
택배업체와 운송업체들은 16강 경품을 보내기 위한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에 강세를 보였고, ‘월드콘’이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해태가 수혜주라는 얘기까지 나돌기도 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연구원은 “월드컵 개막 이후 거래대금이 사상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증시의 체력은 매우 약해진 상태”라며 “월드컵 재료를 낀 종목들에 틈새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재료의 연속성이 부족한 만큼 단기적 대응으로 국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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