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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KT·SK텔레콤의 맞겨눈 칼
[비즈니스] KT·SK텔레콤의 맞겨눈 칼
  • 강경흠/ 내일신문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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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묵은 감정까지 겹쳐 주식 스와핑협상 제자리… 해법찾기 현재로선 ‘오리무중’ KT와 SK텔레콤이 서로의 지분을 각각 9.27%, 11.34% 보유한 채 ‘주식 맞교환’(Swap)을 타진중이다.
통신시장 절대 강자들이 상대의 목에 칼을 들이댄 형상이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런 상황에서, 양쪽은 과연 적절한 해법을 찾아 아무 일 없었던 듯 칼을 거둬들일까? 두 회사가 겨눈 ‘칼’의 의미를 이해하자면 먼저 SK텔레콤이 ‘허를 찌른 깜짝쇼’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KT 지분을 인수한 데는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분 인수 직후 “KT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고 표현했다.
이 회사가 KT 수중에 들어 있는 자사 주식에 가장 신경을 썼던 때는 1998년 하반기다.
미국 투신회사인 타이거펀드는 자사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을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매입하도록 SK그룹에 요구했다.
당시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의 주주명부상 지분이 6.66%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 투자신탁사 등의 파생상품을 통해 매집한 지분은 15%에 이르렀다.
만일 타이거펀드가 특정 기업에 지분을 다 넘길 경우, 21.06%(98년 말 기준)의 지분을 가진 데 그치고 있던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을 그 기업에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당시 IMF 구제금융기였던 우리나라는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SK텔레콤은 급기야 KT에 위험구조신호(SOS)를 날렸다.
KT는 거절했다.
결국 SK텔레콤은 200% 이상의 프리미엄을 헤지펀드에 내줘야 했다.
18.28%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KT가 우호주주로서 협조만 해줬더라도 SK텔레콤은 타이거펀드의 고압적 협상 요구에 굴복하지 않았을 수 있었고, 수천억원의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술회했다.
정작 문제는 현재 SK텔레콤에 대한 SK그룹의 지배력이 32.57%(4월말 기준, 자사주 및 우리사주 제외)로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그나마 NTT도코모와의 제휴 불발로 시그넘9에 보관중이던 14.5%의 SK텔레콤 주식을 다시 보유하게 된 것까지 합쳐서 그렇다.
49% 수준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35%대로 떨어져, 외국 펀드들의 지분공격 여지도 커졌다.
KT는 대규모 자금수요가 생길 때마다 SK텔레콤 주식을 매각했고, SK텔레콤 주가는 물량부담으로 발목을 잡혀왔다.
2000년 6월 KT는 한솔엠닷컴 인수를 위해 SK텔레콤 주식 16.7% 가운데 3.4%(1조1372억원)를 매각했고, 이듬해 4월 2.9%(5911억원), 올해 4월 1.1%(2657억원)를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그때마다 SK텔레콤 주가는 맥없이 꺾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접속료 문제 등 KT와 이해가 대립된 정책현안 앞에서도 주가 위협 때문에 꼼짝할 수 없었다”며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것은 시장경쟁에서 또 하나의 파워”라고 설명했다.
KT는 “SK텔레콤이 ‘실체적 최대주주’고, 최대 경쟁자에게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언젠가는 주식 맞교환을 해야 하지만 현재는 어렵다”는 태도다.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양사가 주식 맞교환을 위해 머리를 맞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다만 SK텔레콤의 교환사채 1.79%의 처분을 위한 협상은 진행돼왔다.
이제 양쪽 감정은 상할 대로 상했다.
악화된 분위기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양사 협상대표가 교체됐으나 관계가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남중수 KT 재무실장에게서 협상 바통을 이어받은 서정수 글로벌사업단장은 6월12일 “11번이나 말을 바꿔, SK텔레콤의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교환사채 1.79%를 매입하면서 KT가 원하는 곳에 팔겠다고 해놓고 매각하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갖가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서 단장은 “SK텔레콤이 삼성 견제를 위해 민영화에 참여했다고 하지만 정작 청약을 결정한 시점은 삼성전자 불참을 확인한 뒤였다”며 “교환사채를 청약한 것도 LG의 처분계획을 알고 나서였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새 협상대표 조신 경영전략실장은 12일 “시내망을 보유한 KT가 우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상황이었다.
KT가 민영화된 상태라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게다가 만에 하나 특정기업이 KT 경영권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양사간 갈등으로 빚어질 정부규제와 지분다툼 등의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경쟁사의 상호 지분보유는 ‘내용과 형식의 불일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양사는 상대의 목에 들이댄 칼 때문에 독점적 시장지배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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