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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디지털 TV '고맙다. 월드컵'
[비즈니스] 디지털 TV '고맙다. 월드컵'
  • 박효상/ 한겨레 경제부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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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디지털텔레비전 수요가 급증해, 가전업계가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강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고 월드컵 대회가 더욱 흥미진진해지면서 디지털TV 수요가 한층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형 음식점이나 맥주집 등에 모여 ‘소규모 떼거리 관람’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자, 이런 현상을 발빠르게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두어달 전만 해도 디지털TV 시장은 업소를 포함한 산업용 수요가 가정용 수요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업용 수요가 오히려 가정용 수요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가전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소의 주문 추세를 들여다보면 한국이 경기하기 바로 전날의 주문이 다른 날에 견줘 눈에 띄게 많다.
또 예전에는 제품 구입시 고려사항에 끼지 못했던 ‘설치일’이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로 등장했다.
이런 점을 볼 때 월드컵이 디지털TV 시장 활성화의 일등공신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디지털TV 시장의 활황은 화면표시장치(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셋톱박스, 디지털 방송 수신카드 등 관련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전자산업은 이번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최대 수혜산업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하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을 전후해 화질이 좋고 화면이 커서 생생한 감동을 전달받기에 유리한 40인치급 이상 디지털TV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 그 전보다 2~3배 수준에 달했다.
일부 인기품목의 경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LG전자는 49인치와 56인치 프로젝션TV, 엑스캔버스 골드라벨의 경우 재고가 바닥나 주문 후 즉시 TV를 받을 수 없게 된 계약자들로부터 거센 항의을 받기도 했다.
LG전자 허인권 부장은 “학생회관 등에 설치하기 위해 최근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3대를 구입한 한양대를 비롯해 공항 대기실, 호텔, 교회, 병원, 지하철공사, 골프장 등으로부터 주문이 크게 늘었다”며 “월드컵 기간 중 PDP는 70%, 프로젝션은 120%가량 판매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월드컵 직전에 열린 한국과 잉글랜드간 평가전 이후 디지털TV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 평소보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은 2.5배, 프로젝션TV는 3배 정도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한국이 폴란드에 첫승을 거둔 뒤, 특히 16강 진출의 관문이었던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는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대우전자는 경북 구미의 예스호텔에 60인치 프로젝션TV 88대를 한꺼번에 납품하는 등 대화면 디지털TV 주문이 월드컵 개막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 회사는 경쟁사에 비해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 납기도 가장 빨리 맞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PDP 전문업체인 UPD(옛 현대전자)는 “지난 5월 첫주의 일평균 PDP TV 판매량은 8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5월 마지막주에는 25대로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밖에 소니코리아·JVC코리아·파나소닉코리아·필립스코리아 등 디지털TV를 파는 외국계 가전업체들도 큰 폭의 판매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러 회사 전자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국내 최대 양판점인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5월 한달간 디지털TV 판매량은 2천여대로, 디지털TV를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훨씬 더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쪽은 요즘 일평균 매출규모는 연중 최대 시즌인 혼수철의 3배 수준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대형 디지털TV만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야외나 차 안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휴대용 액정TV로 덩달아 뜨고 있다.
도원텔레콤의 경우 월드컵 이전에는 월 500대가량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개막 이후부터 판매량이 늘어 현재는 하루에 50대 이상 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자 가전업체들과 디스플레이와 셋톱박스 등 관련 업체들은 월드컵 기간 동안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월드컵 개막 이후 연일 TV 판매 신기록을 경신중인 삼성전자는 6월 중순까지 긴급 배달과 설치를 위해 30여명의 인력으로 월드컵 출고반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며 납기 준수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물량을 대느라 최근에는 10시까지 잔업을 하고 있고, 쉬게 돼 있는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는 등 생산라인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설치시간 단축을 위해 40대의 트럭을 임대하고, 30여명의 설계인력까지 지원받아 설치 업무에 동참시켰다.
디지털TV는 아날로그TV와 달리 설치한 후 튜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설치시 기술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와 대우전자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납기 단축을 위한 조직을 가동하는 등 삼성전자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TV의 화면장치로 쓰이는 디스플레이 업계도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G필립스LCD 등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한국은 물론 중국, 유럽 등에서 디지털TV 수요가 확대되면서 PDP와 프로젝션TV용 브라운관 주문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PDP 패널의 경우 지난 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약 2.5배 증가했으며, 프로젝션TV용 브라운관도 3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최근 월드컵 특수에 힘입어 올해 PDP TV 시장 규모가 애초 예상했던 2만대보다 50% 증가한 3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PDP 패널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화질(HD) TV 수신용 셋톱박스 판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분리형 디지털TV 보급률이 일체형 제품에 비해 훨씬 높은 상황에서 TV세트만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최근 고화질을 즐기기 위해 셋톱박스를 추가로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전문점인 리빙프라자는 “5월보다 6월에 약 5배가량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이마트 역시 “연초와 5월을 비교하면 3배가량 판매가 늘었고, 6월은 5월보다 2~3배 정도로 판매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화질 수신용 셋톱박스 가격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 제품이 올초 약 100만원에서 최근 80만원가량으로 20%나 크게 떨어졌으며, 매크로영상기술 등 중소기업 제품은 7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7월께 출시 예정인 고화질 수신용 셋톱박스를 꼭 필요한 기능만을 적용해 60만원대에 공급할 예정이어서, 셋톱박스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호조가 월드컵 폐막 이후에도 이어질 것인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월드컵 폐막 이후에도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월드컵 이후에도 방송사들이 고화질 방송시간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는 점과, 월드컵 때 디지털TV의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많아 잠재수요가 실수요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수출쪽도 전망이 좋다.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을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디지털TV 수출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가전 3사의 지난 1분기 중 디지털TV 수출 실적은 총 9만8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견줘 무려 496.9%나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1분기 중 수출 실적이 1억3100여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무려 602.5%나 늘어났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16% 수준이다.
이런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의 컬러TV 전체 수출액 가운데 디지털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8%에서 올해 29.2%로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진흥회는 추정했다.
진흥회 유중현 팀장은 “월드컵이 국내 가전업체들의 디지털TV 수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이 올해 안에 디지털 방송을 속속 도입할 것으로 보여 디지털TV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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