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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통합 금융회사의 지향점
[리드칼럼] 통합 금융회사의 지향점
  • 이재술 / 딜로이트 투쉬
  • 승인 2002.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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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간 짝짓기 경쟁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과의 협상을 접고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중이다.
외환은행도 여건이 된다면 서울은행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신한과 한미은행은 합병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러한 합종연횡의 움직임은 한빛은행을 주축으로 한 우리금융지주의 출범과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예고돼왔다.
그 이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금융당국에서 그려둔 금융회사 구조조정의 큰 밑그림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겸업화는 세계적 추세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핵심적 지식기반산업으로 육성하기에는 선진국에 비해 자산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미흡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통합 국민은행의 총자산 189조원은 세계 최대인 일본의 미즈호 금융지주회사의 8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미국이나 영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제도적으로는 은행과 보험의 벽이 없어지는 방카슈랑스가 내년 8월 시행된다.
따라서 은행과 은행은 물론, 은행과 보험도 제휴를 확대하거나 지주회사의 우산 아래 통합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도 대형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간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핵심 과제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의 통합으로 경영효율을 증대시키고 조직문화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IT 시스템 통합은 서로 다른 IT 인프라스트럭처나 일관성 없는 데이터 때문에 본래 예상한 것보다 훨씬 힘들기 마련이다.
합병 이후 고용불안이나 비즈니스 방식 차이, 급여수준이나 상반된 문화 등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과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내고 수행하기가 쉽지 않음은 외국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외국 투자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0년 말까지 합병한 은행 10곳 중 7곳은 합병 후 기대순이익 달성에 실패했고, 주가도 약 2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는 통합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거나 그 실행과정이 주도면밀하지 못해, 기대한 만큼 수익증대나 원가절감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합병의 성공 여부는 10%가 비전이고, 90%는 실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겸업화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겸업화는 기본적으로 주주가치 창조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주주 외에 종업원과 고객과 일반대중 등에게도 평가를 받는다.
최근 금융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전성과 단기적 수익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워 신용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존 장기고객을 잘라내거나, 위험관리를 필요로 하는 기업대출보다는 손쉬운 가계담보대출에 치중하는 데 대해, 그리고 고객 서비스 개선 정도를 넘어서는 고율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밖에 금융회사가 통합으로 과점체제를 갖출 경우, 선진화하지 못한 금융 기법과 관행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부각될 수도 있다.
따라서 통합 금융회사는 신규 시장이나 서비스 개발로 수익을 증대하면서 상품 교차판매와 관리효율 증대로 원가를 절감해 주주가치를 추가적으로 창조하면서, 종업원과 일반 사회의 요구와의 갈등을 해소해나가야 할 것이다.
“주주가치의 창조 여부는 사회와 종업원에 대한 회사의 의무에 의해 측정돼야 한다”는 잭 웰치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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