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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제월드컵의 현장④ 최종회 -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지고
[기획] 경제월드컵의 현장④ 최종회 -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지고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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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성과 제외한 손익계산서 ‘마이너스’… 10개 경기장 활용문제도 골칫거리

월드컵 폐막이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 32개국에서 모인 각국 선수들은 푸른 잔디 위를 달리며 저마다 전략과 상상력으로 둥근 축구공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때로 공은 시원스레 네트를 가르며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제는 ‘잔치’의 흥분을 누르고, 월드컵 기간 동안 드러난 문제점과 남은 과제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국민적 자신감 회복과 한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 월드컵의 성과로 가장 먼저 꼽는 항목이다.
어느 재벌그룹 회장은 “그 가치를 돈으로 따진다면 축구장 만드는 값의 10배는 넘고 오히려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의 상처를 딛고 세계의 강자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나,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은 분명 소중한 성과다.
그러나 이런 막연한 가치를 제외하면 경제월드컵의 손익계산서는 빈약하기만 하다.
월드컵을 위해 신축한 10개 경기장도 골칫거리로 고스란히 남는다.



외국인 관광객 지난해 비해 줄어

무엇보다 경제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하는 해외 관광객 숫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애초 월드컵 기간 동안 56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밖으로 저조했다.
5월30일부터 6월14일까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수는 15만338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만342명이 줄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임상원 팀장은 “일본인과 중국인 입국자가 크게 줄었지만 기타 외국인 입국자가 많아 전체적으로는 하루평균 1천~2천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인과 중국인 입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4%, 70.4% 준 데 비해, 기타 외국인 입국자는 353% 늘었다.
사정은 주요 관광지도 마찬가지였다.
6월16일 하루 동안 창덕궁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458명이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월드컵 이전보다 평균 30% 정도 외국인 관람객이 줄었다”고 말한다.
역시 일본인 비율은 크게 준 반면, 영어사용 방문자는 조금 늘었다.


일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번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열렸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데 굳이 한국을 찾을 이유가 없다.
일본에서 입장권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한국까지 건너온 일본인도 있었으나 적은 수에 불과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관광객이 24.8% 늘었으며 그중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월드컵 특수 기대가 빗나갔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것은 올림픽 때의 경험만 믿고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정부와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개최는 관광객 증가와 거의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관광객이 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해외 관광객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원인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독단적 사업행태를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세워 해외 홍보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모든 사항을 일일이 허가를 받도록 할 만큼 FIFA의 견제가 심했다”고 토로했다.
FIFA는 해외에서 월드컵 입장권 판매 독점권을 바이롬에 넘겨줬다.
국내 여행사들의 해외 관광객 유치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입장권과 연계하지 않은 관광상품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조계종에서 마련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420명에 불과했다.
한국전통 사찰에 묵으면서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월드컵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참가자도 월드컵을 계기로 방한한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주한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조계종 템플스테이 사무국 손경주씨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외국어와 불교 소양교육을 실시하는 등 많은 기대를 했다.
이렇게 적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정부지원을 받아 33개 사찰의 낡은 세면시설과 화장실을 새로 꾸몄다.
각 사찰에 2천만~3천만원이 들어갔다.


숙박수요 폭증에 대비해 운영한 중저가 숙박예약 시스템 월드인 www.worldinn.com도 5월26일부터 7월2일까지 예약된 객실 수가 1만2540개에 불과했다.
2001년 3월 사업자 선정 당시만 해도 월드컵 기간 동안 전국 숙박시설 예약수요는 최대 3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박병남 한국관광공사 사무차장은 “72개국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월드인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시스템 자체는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민간 사업자·문화관광부 등과 협의해 월드컵 후에도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장 활용한 수익사업 ‘아득’

월드컵이 끝나면 신축한 10개 경기장의 활용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기장 건설에는 총 1조9503억원이 투입됐다.
부대시설 공사비까지 포함하면 투자금액은 3조2651억원으로 불어난다.
이중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했다.
그러나 각 경기장별로 열린 월드컵 경기는 3~4게임에 불과했다.
채권발행을 통해 거액을 쏟아부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새로운 활용방안을 짜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월드컵 관광 특수도 이미 물 건너갔다.
연간 15억~30억원에 이르는 경기장 운영경비도 문제다.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장 활용 문제가 주요 선거 이슈로 떠올랐다.
할인점 유치, 복합 레저 공간화, 테마파크 조성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다.


프로축구 구단의 전용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원동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수원·울산·대전·전주는 월드컵경기장으로 전용구장을 옮길 계획”이라며 “그러나 서울·인천·대구·광주·서귀포의 경우는 연고팀이 없어, 프로팀을 새로 창단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월드컵경기장은 수용 규모가 너무 커 축구경기장으로는 부적절한 경우다.
프로팀 창단의 1순위 후보지는 서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지을 때 축구계에서 부담하기로 서울시에 약속한 250억원을 누가 어떻게 낼 것인가에 있다.
현재로선 서울을 연고지로 프로 축구팀을 창단하는 기업이 그 돈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김원동 사무국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선뜻 나설 기업이 없다”며 “서울시에서 탕감책 등 해결방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료를 너무 높게 요구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경기장 운영비 부담을 적자 상태인 구단들에 모두 떠넘기려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프로축구팀의 전용구장으로 활용한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 팀은 한 시즌당 44경기를 소화하고, 홈 경기는 그중 22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 구단의 전용구장 중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한곳도 없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설 할인점, 스포츠센터, 복합 영상관 등 수익시설 분양작업이 6월3일부터 시작됐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내년 봄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최진환 서울시시설관리공단 팀장은 “입지조건이 좋아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연간 53억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우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경기장이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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