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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올 여름 패션 컨셉은 ‘레드’
관련기사2. 올 여름 패션 컨셉은 ‘레드’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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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에서 스카프·수영복까지 확산… 언제까지 유행할지는 전망 엇갈려 한국전이 열리는 날 전국은 온통 붉은 물결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한국팀이 포르투갈을 물리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6월14일 278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이탈리아를 꺾고 ‘8강 신화’를 이룩한 6월18일에는 전 국민의 10%에 달하는 420만7천여명이 전국의 거리를 온통 붉게 물들였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곳곳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의류업계에서는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팔린 붉은색 티셔츠가 200만장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에 팔린 티셔츠 가운데 붉은색이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스포츠의류 업체에서는 월드컵 기간에 붉은색이 유행할 것으로 판단해 상당한 물량을 준비했다.
하지만 붉은색 열풍은 이런 업계의 예상도 뛰어넘었다.
붉은색 티셔츠는 매장에 공급되는 날에 곧바로 ‘게눈 감추듯’ 매진됐다.
지금은 스포츠의류 업체 매장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구경하기 힘들다.
푸마 관계자는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붉은색 티셔츠 매출이 3배 이상 늘었지만 물량을 더 확보했으면 매출을 훨씬 더 많이 올릴 수 있었다”며 아쉬워한다.
캐주얼 업계도 생산량 늘려잡아 ‘붉은색 열풍’은 티셔츠에서 그치지 않는다.
운동화, 모자, 스카프, 수영복 등도 붉은색 제품이 아니면 고객들의 눈길을 못 끌 정도다.
월드컵 기간에 붉은색이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색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의류업체에서는 붉은색 열풍이 월드컵이 끝난 이후 어느 정도 파괴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초 업계에서는 월드컵 폐막과 동시에 붉은색 열풍이 식을 것으로 판단했다.
붉은색 옷은 더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에는 매출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여름에 유행하는 색은 흰색, 초록색, 파란색 등이다.
파리, 밀라노, 뉴욕 등에서 개최된 세계적 패션쇼에서는 올 여름에 유행할 색으로 흰색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의류업체들은 월드컵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붉은색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한국팀의 선전에서 비롯한 붉은색 열기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류 업체들은 붉은색 열풍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나이키는 “레드 열풍은 최소한 8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어쩌면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9월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며 “여름에는 붉은색 제품 공급을 좀더 탄력적으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푸마는 “붉은색은 주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색상이었지만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호하게 됐다”며 “앞으로 레드 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푸마는 당장 가을 신상품부터 붉은색 제품 라인을 늘릴 계획이다.
스포츠의류뿐만 아니라 일반 캐주얼 복장도 붉은색 태풍의 영향권 속에 있다.
여성의류 전문업체인 신원은 국가대표팀 유니폼과 붉은악마 응원복에서 시작된 레드 열풍이 일반 의류쪽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 디자인실 김태희 실장은 “스포티즘에서 레드 컬러는 체력, 건강, 생명력, 열정 등 행동하는 이미지를 갖는다”며 “올 여름은 얼마만큼 레드 컬러를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캐주얼·스포츠의류 업체인 fnc코오롱도 올 가을 제품부터 붉은색 아이템을 늘리고 생산량도 15~20% 늘릴 계획이다.
SK글로벌에서 운영하는 캐주얼 브랜드 아이겐포스트는 붉은색 여름상품 물량을 2배 정도 늘려잡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이 이미 여름과 가을 대비 상품기획을 끝낸 상태이기 때문에 붉은색 아이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스포츠의류에서 시작된 붉은색 열풍이 일반 의류부문에 주는 영향의 정도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친숙해졌다고 하지만 붉은색은 평상시 입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색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정장 라인에 붉은색 계열을 늘리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라고 말한다.
대원 패션정보실 함미경 디자이너는 “스포츠의류와 일반 캐주얼의류를 중심으로 붉은색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랜드 김용갑 과장은 “일부 업체에서 발빠르게 붉은색 원피스와 투피스를 내놓고 있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소량 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장 라인에서 붉은색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붉은색 ‘국민의 색’으로 부상 또한 월드컵 이후 붉은색 열풍이 언제까지 갈지도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다수 의류업체들은 붉은색이 여름까지 유행할 것으로 보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원 함미경 디자이너는 “붉은색 열풍은 월드컵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월드컵이 끝나고 초여름까지는 붉은색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7월말부터 남색 계열의 어두운 색상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나이키 등 스포츠의류 업체에서는 붉은색이 여름을 지나고도 상당기간 유행할 것으로 보고 ‘레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붉은색이 언제까지 유행할 것인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쓰는 동안 붉은색이 ‘국민의 색’으로 떠올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삼성산업디지인학원 패션학과 김원선 학과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그동안 집단적 저항의 상징이었던 레드가 국민적 상징색으로 부상했다”며 “붉은색이 패션업계에 던진 충격은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디자이너와 패션업체가 어떤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유행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월드컵이 가져다준 붉은색 열풍은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고 말한다.
월드컵 거리응원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국민 퍼포먼스였다.
붉은색 응원 물결은 상당기간 국민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에서도 붉은색에 대한 강렬한 경험이 붉은색 유행이라는 단기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미경 디자이너는 “시즌에 따라 유행색은 바뀌기 마련이지만 유행하는 색상에 붉은색을 가미한다거나 붉은 무늬, 장식 등을 넣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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