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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삼성캐피탈 ‘여인천하’ 경영
[비즈니스] 삼성캐피탈 ‘여인천하’ 경영
  • 김정윤 기자
  • 승인 2002.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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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 비율 연말 37% 달할 듯…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도 마련해 삼성캐피탈의 여성인력 우대 경영이 눈길을 끈다.
삼성캐피탈은 2000년에 신규 채용한 대졸사원 12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2명을 여성으로 뽑았다.
지난해에는 279명 중 무려 91%를 여성으로 채용했고, 올해는 180여명 중 60%를 여성으로 뽑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체 인원 가운데 여성인력 비율은 1999년 말 19%에서 지난해 말에는 32%로 높아졌고, 올해 말에는 전체 1600여명의 사원 중 37%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캐피탈에서 여성 채용을 늘린 것은 제진훈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제 사장은 99년 말 취임한 뒤 “몬트리올은행 등 해외 금융회사에서 여성인력을 활용해 성과를 높인 사례를 벤치마크하라”고 지시했다.
제 사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www.jejinhoon.pe.kr에서 “머지않아 여성인력이 임원의 30~40%를 차지하는 시기가 올 것이며,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인사팀 김진규 팀장은 “섬세하고 소프트한 여성은 금융업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고 여성을 우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로 여성 인력을 활용하면서 삼성캐피탈은 가시적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여성인력을 적극 채용한 2000년 대출 실적은 6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160% 급증했다.
부실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김 팀장은 “2000년 5월 소액대출 전용 서비스인 ‘아하론 패스’를 출시하면서 이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이 기여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여성인력 활용의 성과를 은근히 자랑한다.
삼성캐피탈은 여성인력을 단순히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을 각 직무별 전문 금융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국제화 시대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그래서 중장기 계획으로 여성인력을 지점 단위의 재무관리 인력인 AFO(Assistant Financial Officer)에서부터 팀장, 점포장 등 중견 관리자를 거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고위 경영자로 육성하기 위한 양성과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또 우수인력을 선발해 선진국에 파견하는 프로그램 등 여성인력의 ‘생존’과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김 팀장은 “모토로라, IBM 등 외국의 선진 기업들도 여성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추세”라며 “사회·경제적으로도 성차별 없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여 잠재력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것이 다양화한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한다.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의 인재활용 전략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입사 2년차인 자동차영업팀 최유아씨는 “우리 회사는 남녀구분에 따른 특혜나 불이익이 없다”며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대우하는 회사에서 여성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실업률이 낮아지는 추세에서도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상대적 고실업 상태는 여전하다.
5월 중 대졸 이상 여성 실업률은 3.6%로, 전체 실업률 2.9%나 대졸 이상 남성 실업률 3.2%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졸 여성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나아가 이들을 기업의 중추로 키우려는 삼성캐피탈의 ‘전략’은 더욱 돋보인다.
올해로 창립 7년째를 맞은 삼성캐피탈은 앞으로도 여성인력 활용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여성인력을 중시한 지 3년째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여성이 임원급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회사내 여성인력의 활동은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인력 활용은 생색내기가 아니며 앞으로 꾸준히 지속할 전략이라는 얘기다.
삼성캐피탈은 최고경영자부터 적극 나서 ‘여인천하’ 경영을 함으로써 실적을 극대화한, 새로운 유형의 경영 벤치마킹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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