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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신입사원도 몸값 ‘흥정’시대
[비즈니스] 신입사원도 몸값 ‘흥정’시대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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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팅 업계, 최고위급 시장 포화상태 판단… 주니어·시니어 시장으로 ‘레벨 다운’ 최고경영자나 임원들만을 ‘고객’으로 삼던 헤드헌팅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고객층이 국내 기업의 대리나 과장급 등 이른바 ‘주니어’ 혹은 ‘시니어’ 레벨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직을 희망하는 중간관리급 인력도 헤드헌팅 업체를 찾는 일이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국내 헤드헌팅 업계는 대기업의 경영자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일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높은 연봉를 받는 경영자의 이직을 알선해줄 경우 수수료로 챙길 수 있는 수입도 덩달아 커지는 게 당연했다.
최고 경영진을 제외한 다른 직급의 인력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흥정’하는 것이 낯설게 받아들여졌던 것도 한 이유였다.
다국적 헤드헌팅 기업인 ‘이그제큐티브 서치펌’이 국내 시장에 쉽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 헤드헌팅 업체인 미국의 하이릭앤스트러글(H&S)이나 콘페리도 국내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특히 핵심 임원만을 집중적으로 ‘헌팅’하는 이들 다국적 업체들은 중개한 인물이 채용될 경우 수수료를 받는 ‘컨틴전시 계약’보다는 채용여부에 상관없이 약정된 금액을 챙기는 ‘리테이너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수수료를 챙기는 여타 헤드헌팅 업체와는 달리 그만큼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임원급 알선해도 수수료 적어 하지만 최근에는 헤드헌팅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최고경영진이나 고위 임원 이외의 이직 희망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게 일반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헤드헌팅 업체가 300여곳으로 늘어나면서 이들 업체 사이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데다 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그간 많이 바뀐 탓이다.
인터넷 채용 사이트인 인크루트 이민희 팀장은 “극소수 최고경영진이나 고위 임원급에만 초점을 맞춘 국내 헤드헌팅 시장도 어느덧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헤드헌팅 사업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에 비추어봤을 때, 국내 최고경영자나 고위 임원급의 연봉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 팀장은 “국내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봉은 중간관리급 평균 연봉의 4~6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최고경영진의 이직을 알선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수수료 규모가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헤드헌팅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로서는 ‘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탈출구가 필요했던 셈이다.
고객층이 중간관리 인력에까지 확대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중간관리 인력의 경우, 잠재적 고객집단의 규모가 훨씬 큰데다가 이직률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CEO 헤드헌터’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KK컨설팅이 별도법인인 ‘써치4리더스’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것에서도 이런 추세를 읽어낼 수 있다.
KK컨설팅은 써치4리더스를 통해 중간간부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헤드헌팅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헌팅 업체들이 중간관리 인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대표적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온라인 사업의 강화다.
최고경영진이나 고위 임원에 비해 이들 신규 고객층은 온라인 문화에 상대적으로 더욱 익숙하다는 점도 이런 움직임을 한몫 거들었다.
게다가 이들 고객집단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체계적 전산 데이터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는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헤드헌팅 업체들이 자연스레 온라인 사업 부문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e헤드헌터를 표방하는 분위기가 새로운 흐름이 된 것이다.
국내 대표적 헤드헌팅 업체인 유니코써어치 역시 최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별도의 온라인 채용 포털사이트를 통해 신규 고객층에 대한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P&E컨설팅은 7월 초순 캐리어탱고 www.careerTANGO.com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으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이 회사 조정희 팀장은 “국내 온라인 헤드헌팅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종합 HR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나 임원급 채용은 P&E가, 중간관리급이나 신입사원 채용은 캐리어탱고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전체 채용시장을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온라인 DB구축에도 발벗고 나서 모건스탠리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온라인 채용시장의 성장성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현재 구직, 구인과 관련한 여러 형태의 광고 가운데 10% 정도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데, 앞으로 3년 안에 그 비중이 25%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
HR코리아가 최근 ‘세미(semi)-헤드헌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기존의 헤드헌팅 사업에다 온라인 정보 사이트를 결합하는 사업계획을 밝히고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인크루트 역시 국내 헤드헌팅 업체들을 한데 모아놓은 헤드헌팅몰 chief.incruit.com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크루트는 헤드헌팅몰을 통해 그간 원하는 대상자를 찾는 데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보여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빠르게 성장한 국내 헤드헌팅 시장은 이제 새로운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머지않아 국내 헤드헌팅 시장이 최고경영자나 고위 임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극소수 전문업체들과 온라인-오프라인을 결합한 종합 HR기업을 지향하는 업체들에 점차 양분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변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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