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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파라다이스가 코스닥 간 이유
[비즈니스] 파라다이스가 코스닥 간 이유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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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부근에 총 6800억원 투자, 아시아판 라스베이거스 건설 노린 듯 조세 포탈, 정계 자금지원…. 우리 현대정치사의 그늘 속에 있던 주식회사 파라다이스가 양지로 나온다.
코스닥위원회는 6월12일 파라다이스의 등록예비심사를 재심의해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파라다이스는 ‘5수’ 끝에 코스닥에 입성하게 됐다.
파라다이스가 코스닥에서 공모할 자금은 최소 843억원에서 최대 937억원으로, 올해 코스닥시장 최고 공모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스닥위원회는 파라다이스의 등록에 남다른 단서 조항을 붙였다.
‘분기마다 공모자금 사용내용을 공개할 것. 청약자금은 약속대로 종합레저산업에 투입해야 하며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땐 반드시 공시할 것.’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이를 어길 경우엔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에 들어오면 파라다이스는 속엣것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돈을 어디다 쓰고 얼마나 벌었는지를 분기별로 공시해야 하고 임원과 주요주주의 주식보유 상황도 보고해야 한다.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것, 영업을 양수·양도하거나 합병하는 것은 물론, 경영 상황에 관해 참고할 만한 모든 사항을 코스닥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만약 시장이 요구하는 서류나 공시를 내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면 심할 경우 등록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사실 ‘파라다이스그룹’은 공모자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돈이 많다.
워커힐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파라다이스는 연 매출 2119억원의 알짜기업이다.
계열사로 운영하는 제주, 부산, 인천의 외국인 카지노 매출까지 합하면 카지노 사업에서만 연 3147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이밖에도 제주, 부산, 인천, 도고에 있는 4개 호텔과 소방제품 생산업체인 파라텍, 파라다이스골프, 파라다이스건설, 부산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계원예고와 계원조형예술대학 등 10개 법인과 지분이 얽혀 있다.
‘파다라이스그룹’ 전 회사에서 나오는 연 매출만도 5천억여원을 넘는다.
공모 주간사회사인 대우증권은 파라다이스가 현금등가물 618억여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1097억여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굳이 코스닥 공모를 하지 않아도 1천억여원 정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왜 파라다이스는 이 모든 까다로운 조건을 감내하고 코스닥행을 선택한 걸까? 파라다이스는 아시아판 라스베이거스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파라다이스는 공모자금으로 인천국제공항 부근에 호텔, 골프장, 컨벤션센터, 콘도, 외국인 카지노 등 각종 시설을 갖춘 종합레저타운을 짓겠다고 밝혔다.
6800억원의 예산에 공사기간만 5~10년이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다.
공모자금만으론 당연히 투자금이 부족하다.
파라다이스는 사내 유보자금 1천억원에다 외자 4천억여원까지 더 투입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가 여러가지 ‘귀찮은’ 조건을 다 받아들이면서까지 코스닥행을 추진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기업 투명성과 윤리성을 공인받아야 외국 자본가의 신뢰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4천억여원의 외자를 끌어올 수 있다.
외국인 카지노가 중심이 되는 리조트 사업에서 외자 유치는 자금 마련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마케팅 등 다양한 시너지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줄어드는 카지노 이용객수와 더 늘지 않는 달러 기준 매출, 일본과 중국 등 인근 경쟁지에서 계획되고 있는 대형 카지노 리조트 건립 프로젝트…. 변화하는 시장상황을 바라보면서 파라다이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변신’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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