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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한일자유무역협정 급물살 탈까
관련기사1. 한일자유무역협정 급물살 탈까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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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계기로 우호 분위기 형성… 7월9일 열릴 양국 공동연구회에 관심 모아져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지름 6미터짜리 북 2개가 하나의 축구공으로 합쳐지는 장면이었다.
이는 2002년 월드컵을 한국과 일본 두나라가 공동 개최하는 것을 상징했다.
월드컵 열기가 휩쓸고 지나간 지금, 애초의 온갖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첫 공동개최라는 실험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 빅 이벤트를 무리없이 치렀을 뿐만 아니라, 두나라 사이에는 월드컵 유치전이 한창일 때 불거졌던 날카로운 적대감 대신 전례없는 친밀감이 자리잡았다.
일본인들은 달라진 한국축구의 면모와 박력있는 거리응원에 한국을 다시 보게 됐고, 한국팀에 보내는 일본인들의 스스럼없는 응원도 양국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월드컵 효과만으로 두나라 사이에 쌓인 모든 현안이 해결될 수는 없다.
월드컵은 월드컵일 뿐이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그동안 검토에 그쳐온 한일자유무역협정(FTA)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인교 대외정책연구원 FTA연구팀장은 “한일FTA 논의에서 양국간 신뢰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월드컵 공동개최로 형성된 우호 관계를 잘 살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FTA가 체결되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관세나 쿼터 등 무역장벽이 철폐돼 자유로운 상품거래가 가능해진다.
단기적으로는 대일 의존도 심화, 대일 무역수지 악화,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기업 도산 등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우리 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FTA 체결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많다.
이에 따라 7월9~10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FTA 산·관·학 공동연구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동연구회는 지난 3월22일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사이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던 모임으로, FTA 본 협상에서 다룰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 경제계 대표, 관련 학자 등 양국에서 8~9명씩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쪽 관계자는 “공동연구회 출범에서부터 FTA 체결까지는 적어도 5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가까워진 만큼, 생산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FTA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괄하는 동아시아경제협력체 구상 실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동아시아지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에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이 높아져 있다.
유사한 형태의 위기 재발을 막고, 어려움에 빠진 일부 국가의 경제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 지역의 독자적 협력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북미지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지역의 유럽연합(EU)의 발전도 동아시아지역 경제공동체 구성을 재촉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일FTA에 중국이 참여해 동북아FTA로 발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형태”라며 “여기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동남아자유무역지대(AFTA)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FTA는 단순히 경제문제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양국간에는 일본 교과서 왜곡, 종군위안부 문제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진정한 신뢰관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FTA 체결에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한일 월드컵의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서로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 팀을 응원하면서 두나라 국민들은 예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친밀감을 경험했다.
월드컵 기간에 문화교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졌다.
이러한 성과를 어떻게 실질적 경제협력 강화로 발전시킬 것인가는 월드컵 이후 우리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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