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디젤차 살생부 ‘휴짓조각’
[비즈니스] 디젤차 살생부 ‘휴짓조각’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7.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경부, 자동차 분류법·배출가스 허용기준 변경… 인기모델 고스란히 살아남아 디젤승용차 배출가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7월1일부터 생산 중단의 위기에 몰렸던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막판에 가까스로 구제되어 계속 생산되게 됐다.
반면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와 레토나는 구형 기계식 엔진을 장착했다는 이유로 내년 하반기에 그 생명을 다하게 됐다.
정부가 ‘환경이 먼저냐, 산업이 먼저냐’라는 해묵은 갈등 속에 아슬아슬한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기업과 환경단체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결국 난제들을 다음 정부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원래 7월부터 강화, 적용될 예정이던 디젤승용차에 대한 배출가스 허용기준에 따르면 싼타페와 트라제XG(7인승), 카렌스Ⅱ는 더이상 국내 판매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현행 다목적자동차의 분류방법과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유럽연합(EU) 식으로 변경하는 묘수를 던짐으로써 산타페가 살아남게 됐고 기아차 카렌스Ⅱ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인기 모델들이 고스란히 구제된 것이다.
현대차 트라제XG만 예정대로 모습을 감추게 됐다.
6월26일 입법예고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현행 규칙상 ‘프레임이 있고 4륜구동장치나 차동제한장치가 있는 차량’인 다목적형 자동차(승용2)의 분류기준을 ‘프레임이 설치되거나 4륜구동장치 또는 차동제한장치 등 험로주행을 위한 기능을 갖춘 차량’으로 완화했다.
이로써 싼타페와 수입차종 랜드로버의 프리랜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그랜드보이저’ 등 3종은 계속 승용2로 분류되면서 생산, 판매가 가능하다.
배출가스 허용기준도 현재 EU 기준인 유로-3(질소산화물 0.39g/km, 미세먼지 0.03g/km) 수준만을 만족하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카렌스Ⅱ가 살아남았다.
정부의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싼타페와 카렌스Ⅱ의 판매가 계속 허용됨에 따라 해당 차량에서 배출이 예상되는 오염물질량만큼을 그 회사의 다른 차종에서 줄이도록 해 총량으로 보면 오염물질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목이다.
그 첫번째 방법이 기아차의 스포티지와 레토나 등 구형기계식 엔진을 쓰고 있는 2종의 차를 조기에 없앤다는 것이다.
기아차쪽은 “이미 환경부와 두 차종의 단종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갤로퍼도 단종 대상에 포함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현대차쪽이 펄쩍 뛰고 나섰다.
스포티지와 레토나의 월평균 출고량은 200~300대에 불과하지만 갤로퍼는 매달 1천대 이상을 꾸준히 팔아온 대표적 효자품목인데 생산중단이 가당키나 하느냐는 반응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전자제어식이 아니고 기계식 엔진이면 모두 없애라는 발상인가. 그렇다면 쌍용차의 무쏘, 코란도, 렉스턴 등도 전부 생산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갤로퍼를 계속 생산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에서는 “기계식 엔진을 전부 없애겠다는 뜻은 아니다.
애초 생산 중단 예정이었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일부 차종이 존속하게 되면서 증가하게 될 오염물질량을 줄여보자는 취지인 만큼 쌍용차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갤로퍼의 생산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업체와 대략적 합의를 마쳤지만 당분간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말까지 생산이 허용된 카렌스Ⅱ는 늦어도 8월부터는 바뀐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생산될 예정이다.
기아차쪽은 “이미 유로-3의 기준에 맞춰 수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은 없으며 배기계통의 일부 부품만 내수용에서 수출용으로 교체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부터의 생산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올해 중으로 예정된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기준 조정문제와 2006년까지 조정할 계획인 휘발유, 경유와 LPG 등 자동차연료 가격체계 개편 등과 연계하여 계속 논의해나간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있어, 언제까지 미봉책으로 일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