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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한 게임의 심판과 규칙
[기자수첩] 공정한 게임의 심판과 규칙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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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거나 집으로 돌아가거나. 국가가 울려퍼진 뒤 승부를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선수들이 상대편과 악수를 나누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선수들은 킥오프와 함께 반칙을 시작한다.
심판을 속이려는 ‘할리우드 액션’도 주저하지 않는다.
부와 명성이 걸린 축구경기에서 페어플레이는 선수의 몫이 아니다.
페어플레이는 선수보다는 심판에게 달려 있다.
심판은 선수과 공의 움직임을 몸과 눈으로 따라잡으며 휘슬을 불고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꺼내야 한다.
심판이 게으르거나 눈썰미가 없으면, 심지어 어느 한편을 싸고돈다면 경기는 엉망이 된다.
월드컴 등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다리를 걸고 옷을 잡아끄는 등 온갖 수법으로 분식회계라는 반칙을 저질렀다.
회계법인과 애널리스트가 공모했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분식회계를 CEO와 회계법인, 그리고 애널리스트의 부도덕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호황이 오래 지속되자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게 강해졌고, 심판은 경계를 늦췄다.
미국 정부는 회계감사 기준을 개선하고 부실회계를 묵인한 회계사에 대한 제재 강화에 나섰다.
또 회계법인의 컨설팅 사업을 엄격히 제한해 감사에서 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반칙이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한 제도는 없다.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면 새 제도도 무용지물이다.
미국 분식회계 사태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목은 바로 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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