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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메모] 낙관주의 바이러스에 대해
[편집장메모] 낙관주의 바이러스에 대해
  • 편집장 이주명
  • 승인 2002.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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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기한 현상입니다.
불과 10여일 전만 해도 미국 증시의 혼란과 달러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며칠 전부터는 우리 경제의 순항을 낙관하는 목소리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이 우리들에게 불러일으킨 자신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반전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아마도 국내 경제연구소·기관들이 6월말~7월초에 잇따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들이 성장률 예상치를 대부분 상향조정한 데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합리적 보수주의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한국은행마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종전의 5.7%에서 6.5%로 올려잡았습니다.
또 박승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는 그동안 외부변수에 대한 방어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미국발 충격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낙관적 전망이 그대로 들어맞는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꼭 5년 전인 1997년 7월 태국 바트화의 폭락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당시 바트화 폭락을 예견한 사람도 거의 없었고, 바트화 폭락이 시작된 뒤에도 한동안은 그게 한국 경제의 부도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도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이 외환위기를 당하기 두어달 전까지도 한국 경제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을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낙관주의는 경제성장에 플러스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도취로 이어져 임박한 위험요인을 보지 못하도록 우리 눈을 가리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의 역사적 사례는 제아무리 당대의 명석한 두뇌라도 낙관주의의 바이러스로부터 면역 상태에 있지 않음을 웅변해준 바 있습니다.
피셔는 1929년 대공황의 서막이었던 뉴욕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불과 며칠 전에 “미국 주가는 결코 과대평가된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영구적 고원(高原)’에 오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가 명성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습니다.
잘 나갈 때 오히려 더 좌고우면하고, 잠복해 있는 위험요인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기업들처럼 이익을 낼 때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쌓아두는 것도,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의 잠재적 위기에 대비하는 한가지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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