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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울림 없는 공적자금 비판
[기자수첩] 울림 없는 공적자금 비판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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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은 과거 부실을 메우는 데 들어간 비용이다.
우리는 이 비용을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마련했다.
이 가운데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금융회사에 출자한 지분은 일정 부분 회수된다.
반면 금융회사 대신 지급한 예금 등은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채권을 발행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는 원금을 제대로 갚을 수 없다.
원금 104조원의 상환시기가 돌아오자 정부는 손실 규모를 69조원으로 추정하고, 이를 재정과 금융에서 25년에 걸쳐 약 5 대 2의 비율로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늘 그러하듯 오해가 따라붙었다.
정부가 이자비용을 넣지 않음으로써 회수가 불가능한 자금 규모를 축소했다는 주장은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회수 불능 규모를 원리금이 아니라 원금을 기준으로 따지는 방법에는 하자가 없다.
오해의 압권은 정치권의 반응이었다.
정치권은 “공적자금 손실의 책임 소재를 밝히라”며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공적자금은 투자자본이 아니다.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발생한 손실에 투입된 자금이다.
당연히 원금이 깨진다.
손실의 책임을 따지자는 건, 그럼 경제위기 청문회를 다시 열자는 말인가? 정치권의 공세는 아무런 울림도 일으키지 않았다.
경제연구소와 언론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고 경제를 되살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왜 그토록 많은 손실이 발생했느냐는 질책은 별로 없었다.
스피노자는 “무지를 주장하지 말라”(Ignorance is no argument)고 했다.
정치권의 공세가 무지에서 비롯한 오해가 아니라 정략적 곡해일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유권자들은 오해나 곡해에 넘어갈 정도로 무지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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