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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인터뷰] 박종원 / 코리안리 사장
[탐방인터뷰] 박종원 / 코리안리 사장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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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 중 첫 투자적격 신용등급 획득... “세계 10위권 도약 꿈이 아니다” 그는 물을 만난 듯 생기가 넘쳤다.
코리안리(대한재보험)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고, 올해 5월에는 국내 보험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받았다.
6월말엔 회사 이름을 대한재보험에서 코리안리재보험주식회사로 바꾸며 면모를 일신했다.
중국의 국영 재보험사인 차이나리는 물론, 아시아 재보험사 1위 자리를 내준 일본의 토아리도 코리안리 벤치마킹에 나섰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죽겠다는 것과 같다.
” 1997년 7월 취임한 그는 변화를 모토로 내걸고 회사를 오랜 잠에서 깨워 일으켜세웠다.
고객 중심으로 조직을 통폐합하면서 관리직을 중심으로 전체 임직원의 30%를 내보냈다.
연공서열을 깨고 발탁인사를 단행했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올해는 신인사 시스템을 바탕으로 연봉제를 도입한다.
그는 ‘대장’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소탈함과 친화력으로 임직원에게 다가갔고, 무엇보다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켰다.
임직원들은 차츰 그를 따라 나섰다.
노조에게도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가, 불가’를 분명히 했다.
참여와 창의력을 유도하는 조직 운영방식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간부회의를 공개해 모든 직원이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간부회의에 참석한다.
간부회의 참석으로 회사 의사결정의 배경을 알게 된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을 했다.
박종원(57) 코리안리 사장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재정경제부 관료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7월3일 서울 수송동 코리안리 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 지난해 실적이 무척 좋았습니다.
주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코리안리는 3월 마감한 2001 회계연도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8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순이익을 2000 회계연도의 261억원보다 무려 160% 늘린 것입니다.
기록적인 수익 신장은 국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신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수재보험료를 올리면서 보험 영업에 수지 개념을 도입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으로써 이룰 수 있었다고 봅니다.
” 코리안리의 지난 회계연도 순이익 681억원은 63년 회사 설립 이후 98 회계연도까지 36년간 누적 순이익 827억원의 약 82%에 이르는 수준이다.
박 사장이 취임한 첫해인 98년부터 흑자 행진이 시작됐다.
그는 97 회계연도에 20억원의 손실을 낸 회사를 경영해 1년 만인 98 회계연도에 3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병동에서 수술을 받던 시기에 이룬 실적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코리안리의 98년 이후 4년간 누적 순이익은 1273억원으로, 그전 36년간 누적 순이익 827억원보다 50% 이상 많은 규모다.
-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후 재보험료가 오른 반면 국내 보험시장의 손해율은 낮아졌죠. 경영환경이 이처럼 유리해진 덕을 많이 보지 않았나요? “외부적 요인의 혜택을 입었다기보다는 전체 임직원이 노력한 성과입니다.
미국 테러사태로 해외시장 재보험료에서 화재보험의 재보험료는 30~300%, 해상보험은 20~150% 올랐습니다.
그러나 국내 재보험료 상승폭은 10~20%로 크지 않았어요. 해외 재보험사들은 테러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재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사고가 나지 않은 국내에서는 그만큼 따라갈 수 없었죠. 더구나 코리안리는 재보험료 상승폭이 컸던 항공보험의 비중이 0.1%가 안 될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 코리안리는 IMF 이후 지난해까지 보험시장이 연평균 4% 성장하는 속에서 수재보험료 수입을 연평균 10% 이상 키워왔다고 그는 강조했다.
테러에 따른 수재보험료 성장효과는 지난해에 한정되며, 그것도 4%를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시장 확대와 신상품 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 원보험사와 함께 개발한 임직원배상책임보험 등 신상품의 수재보험료를 97년 111억원에서 지난해 1181억원으로 10배 이상 늘렸습니다.
농협과 수협 등의 공제도 인수해 같은 기간 규모가 37억원에서 857억원으로 약 23배로 신장했어요. 97년 381억원이었던 해외 보험 수재는 1076억원으로 확대했죠.” 공제는 박 사장이 ‘발굴’하기 전까지는, 재보험사와 원수보험사간의 관계 속에 묻혀 있었다.
직종 단체의 내부 부조의 성격을 띤 공제를 재보험으로 뒷받침할 경우 손해보험사의 영역을 빼앗게 된다.
손보업계는 자기네가 재보험사를 먹여살리는 입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보험의 공제 분야 진출을 견제했다.
90년 의무출재 제도가 폐지되고 97년에는 재보험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손보사와의 관계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코리안리는 손보사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어려운 처지에 빠졌는데 공제를 수재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영업을 독려했다.
그는 “기존의 질서와 관행을 그저 따라가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 수익성을 어떻게 높였나요?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로 우량물건을 선별하고 재보험을 효율적으로 분산했습니다.
그 결과 2000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보험영업에서 이익을 냈습니다.
이전에는 주된 업무인 보험영업에서는 손실을 보고 투자에서 이를 벌충하는 왜곡된 수익구조를 가져왔지요. 자산운용도 안정성 위주로 바꿔 취득원가를 밑도는 주식을 매각하고 전체 운용자산 중 주식 비율을 5% 이내로 낮췄습니다.
” 코리안리는 보험영업 손실을 97년 927억원에서 98년 119억원으로, 99년에는 54억원으로 줄였다.
이어 2000년에는 보험영업에서 흑자를 일궈냈다.
보험영업 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260억원으로 투자영업 이익 207억원을 넘어섰다.
회사채 투자에서 12%의 수익률을 너끈히 올리던 고금리 시대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영업에 치중해야 한다는 그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한편 운용자산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환경에서도 수익을 늘려왔다는 사실은 그와 코리안리의 성공 스토리가 결코 운이 아니었다는 근거를 하나 더 제공한다.
- 공기업이나 다름없었던 기업을 수익지향으로 바꾸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경영과 수익에 대한 마인드를 심는 데 힘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취임하고 업무계획을 보고받는데, 한 부서장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만 달성하겠다’고 합디다.
나는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노력해봤느냐고 했죠.”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 부서장은 바로 보직해임됐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인 98년 9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대한재보험은 방만한 조직관리로 몸집이 불어 있었고, 때가 되면 승진하는 인사제도로 머리가 지나치게 컸다.
유사조직 통폐합과 감원을 통해 전체 임직원을 282명에서 197명으로 줄였다.
과장급 이상 비율은 45%에서 35%로 낮췄다.
- 구조조정에도 어려움이 많았겠습니다.
“내부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에서도 온갖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노조위원장이 감원대상이 되자 노사정위원장이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전화하더군요. 하지만 투명한 절차를 통해 원칙을 세워 구조조정을 했고, 한명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 박 사장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IR)도 활발히 펼쳤다.
주가는 외국인 지분이 11%에 육박하면서 4월 하순 4만5천원까지 올랐다가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최근엔 3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주주에게 2000년에는 현금 20%, 지난해엔 현금 20%, 주식 5%를 배당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8.5%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 원혁희씨는 박 사장을 전적으로 신임해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씨는 6월27일 새 사명 선포 행사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 세계 10위권 재보험사로 도약은 무엇보다 해외시장 진출에 달려 있을 텐데요. “올해 들어 해외 영업을 위한 튼튼한 기반을 마련했고, 의미 있는 실적도 올렸습니다.
만년 B에 머물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인 A-로 끌어올려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좋은 해외 물건을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서 2월에는 처음으로 재보험 인수에서 리딩 컴퍼니를 맡았습니다.
우리가 정한 재보험료율을 따라 다른 회사들이 보험을 수재한 것이죠. 앞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지역을 공략해나갈 계획입니다.
” 코리안리가 세계 10위의 재보험사로 진입한다는 비전은 실적이 좋아지자 갑자기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박 사장은 4년 전인 98년 회사가 흑자로 전환하면서 비전 수립에 착수했다.
98년 말부터 6개월 동안 전직원 워크숍 등을 거쳐 미래상을 그려나갔다.
외부 컨설팅 업체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비전 달성시점은 2020년으로 잡았다.
장기이긴 하지만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게 아닐까? 코리안리가 지금까지 세운 기록은 이런 인상을 가시게 하기에 충분하다.
보유보험료 기준 세계시장 순위는 98년 23위에서 2000년 17위로 6단계 올랐다.
2000년 세계 20위 목표를 훌쩍 뛰어넘은 것. 코리안리는 이로써 비전 준비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지난해부터는 비전 실행의 두번째 단계, 즉 선진 경영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 경쟁우위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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