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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밸런스 신발엔 특별함이?
[미국] 뉴밸런스 신발엔 특별함이?
  • 오스틴=이광석 통신원
  • 승인 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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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업무 이외의 시간에 주로 신었던 운동화는? 스티븐 잡스 애플 회장이 평소에 즐겨 신고 다니는 운동화는?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아끼는 신발은? 정답은 농구 골대를 향해 힘차게 튀어오르며 멋진 포즈를 취하는 마이클 조던이 신고 있는 나이키 제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리복도, 아디다스도 아니다.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 등 너무도 잘 알려진 최고 스포츠 브랜드들을 제치고, 이들이 즐겨 신는 운동화는 보스턴에 있는 ‘뉴밸런스’(New Balance)라는 낯선 업체 제품이다.
신발산업은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미국에서도 사양 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스포츠화 시장은 이미 선발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라 후발업체들이 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뉴밸런스는 미국 스포츠화 시장에서 단숨에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에 이어 4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에서는 쟁쟁한 이들 3사를 따돌리고 현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브랜드 키스(Brand Keys)가 1만6천여명의 소비자들을 선정해 6개월마다 한차례씩 16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벌이는 조사에서도 뉴밸런스의 이름은 최근 몇년 동안 언제나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처럼 뉴밸런스가 메이저 스포츠 메이커들이 지출하는 광고비의 1%가 채 안 되는 금액을 쓰면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원래 뉴밸런스는 1906년 정형외과에서 환자 치료 목적으로 쓸 특수신발을 처음 시장에 내놓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50년대부터는 러닝화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마라톤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처음부터 유행이나 패션을 따르기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조금씩 신발 생산의 노하우를 쌓아온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동종 업체들이 6주마다 신모델을 내놓는 데 비해, 뉴밸런스의 출시 주기는 17주로 매우 늦은 편이다.
신모델 출시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신모델 연구개발비나 마케팅 비용, 그리고 재고율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인구통계학적 요인도 뉴밸런스가 선전하는 데 한몫 했다.
98년에 푸트웨어 마켓 인사이츠란 시장조사 업체가 2만5천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이키 제품의 소비자 평균연령은 25살, 리복은 33살, 뉴밸런스는 42로 나타났다.
뉴밸런스쪽이 현재 소비자의 연령대를 25살까지 크게 하향조정하고 있긴 하지만, 뉴밸런스의 핵심 소비층은 여전히 40대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젊은층에 비해 중장년층의 인구가 상대적으로 더 늘면서 뉴밸런스가 틈새를 파고들 여지가 그만큼 커졌다.
중장년 세대가 유행보다 착용감을 중요시하고, 보수적이지만 성취욕이 강한 소비층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신모델이 주는 새로움보다는 실용적 측면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뉴밸런스 제품의 실용성은 같은 치수라 하더라도 소비자 발 볼의 넓이에 따라 6종류의 제품을 내놓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다른 경쟁사들이 대부분 두 종류의 모델로 소비자의 발을 평준화하려는 데 비해, 소비자들에게 신발 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Made in USA) 제품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도 뉴밸런스의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신발업체들이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신발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뉴밸런스는 현재 전체 제품의 25% 정도를 미국 안에서 생산한다.
그렇다고 메이저 3사에 비해 절대 비싼 가격에 제품을 내놓지도 않는다.
뉴밸런스쪽이 앞으로도 미국내 생산량을 전체의 50% 수준까지 늘리려는 것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에서다.
전체 스포츠용품 시장의 성장률이 서서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현 추세에 비춰볼 때 ‘사양산업’의 부활, 특히 미국산 스포츠화 업체의 성공 스토리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뉴밸런스가 최근 몇년 사이 12억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할 만큼 눈부시게 성장한 데는 중장년층으로부터 신뢰를 쌓으면서 차분히 틈새시장을 공략한 게 큰 힘이 됐다.
별달리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지도 않고 신모델 개발이나 유행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뉴밸런스의 실용정신 덕분이었다.
그 열매는 브랜드 충성도 순위에서 이 작은 신발업체가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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