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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3.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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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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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는 유행이 없지만 ‘건강보조식품’에는 유행이 있다.
인삼, 녹용, 꿀 등 시대를 초월해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도 있는 반면 알로에, 인진쑥, 자보령, 죽염 등 한때 인기를 누렸다가 시들해진 제품도 있다.
누에, 동충하초, 오가피, 키토산, 상황버섯, 클로렐라 등은 최근 몇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강보조식품들이다.


최근에 등장한 인기 건강식품 중에서는 무엇보다 누에 관련 제품들이 눈에 띈다.
7~8년 전부터 누에가루가 당뇨환자에게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불기 시작한 누에 바람은 전국을 강타했다.
누에똥, 누에번데기, 누에고치 등을 이용한 후속제품도 잇따르고 있다.
전멸할 뻔했던 우리나라 양잠농가가 누에제품 덕분에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을 정도다.



누에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에사육량은 누에고치 생산용이 155상자인 반면, 건조누에용이 3만1111상자, 동충하초용이 3534상자나 돼 대부분 건강식품용으로 누에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에 관련 제품의 수요 증가로 양잠산업은 이제 오히려 농촌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뽕밭 1000평방미터당 생산되는 양잠산물의 소득이 누에고치를 생산했을 때는 93만8천원에 불과하지만 누에분말을 생산하면 200만원, 누에동충하초의 경우는 480만원에 이른다.


누에가 인기를 끌자 농가부업 정도로만 여겼던 누에제품 시장에 중견 제약회사들이 뛰어들었다.
동성제약은 동결 누에가루에 화분추출물, 오가피, 복분자 등 한약재를 첨가하여 만든 ‘파워누에생력’을 지난해 말 출시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무려 2249% 늘어난 26억원에 이른다”며 “다른 제품의 매출신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워누에생력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밝혔다.


근화제약은 지난해 <동의보감> 기록을 근거로 수컷 누에번데기를 원료로 한 건강보조식품 ‘누에그라’를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동의보감>은 “누에나방은 양사(陽事)를 강하게 하고, 설정(泄精)과 요혈(尿血)을 그치게 하며, 수장(水臟·신장)을 덥게 하고 정기를 더해주며 음도(陰道)를 강하게 하므로 교접을 해도 피로가 오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비아그라를 연상시키는 이름 덕택인지 이 제품은 첫 출시 물량인 4천세트가 조기 품절되며 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누에그라는 수컷 누에번데기에 가시오가피, 오미자, 복분자, 구기자, L-글루타민, 동결건조 로열젤리, 토코페롤 등 정력에 좋다는 천연한방재 등을 첨가했다.
근화제약은 올해 누에그라의 매출목표를 60억원으로 잡아놓고 있다.


누에그라의 핵심기술은 누에번데기 중에서 수컷만을 골라내는 선별법이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감식 기술을 응용해 개발했다.
수컷 누에나방은 고치를 뚫고 나오자마자 이틀 내내 잠도 자지 않고 교미를 하기 때문에 갓 나온 것은 예로부터 정력증강제로 꼽혀왔다.
누에그라는 나방이 되기 직전의 번데기에서 엑기스를 뽑아내 제조한다.
근화제약 조흥택 차장은 “누에그라는 수컷만을 골라 제조하기 때문에 암수 구별없이 누에를 갈아서 만든 다른 제품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최진호 교수는 “수컷 생쥐에 누에그라를 투여했을 때 남성호르몬이 32.8%, 정자 수는 41.4%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동충하초

누에 관련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건강보조식품이 동충하초(冬蟲夏草)다.
겨울에는 벌레(蟲), 여름에는 버섯(草)이 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300여종의 동충하초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충하초는 곰팡이의 일종인 동충하초균이 살아 있는 곤충의 몸 속으로 들어가 자라는 곤충기생성 약용버섯이다.
동충하초균이 겨울 동안 벌레 몸 속에 들어가 살다가 여름에 양분을 빼앗긴 벌레가 죽으면 버섯이 된다.
감염된 곤충은 버섯이 나오기 전까지는 죽어도 썩지 않고 미라처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상시복용했다고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고 최근엔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복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동충하초는 그동안 공급량이 적어 고가로 거래되다가 1997년 농촌진흥청 잠사곤충연구소에서 대량 증식기술을 개발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야생 동충하초에서 균을 분리해 대량배양한 후 누에에 접종해 동충하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채집에 의존하던 동충하초를 농가에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본초종신>과 <본초강목습유>에 따르면 “동충하초는 폐를 보호하고, 신장을 튼튼하게 하며, 출혈을 멈추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특히 동충하초를 인삼, 녹용과 함께 3대 한방약으로 꼽을 만큼 불로장수 비약으로 여기고 있다.
농진청은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실험용 쥐로 동물실험을 한 결과 항암 효과와 수명연장 효과, 면역증강 효과, 항피로 효과 등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동충하초를 이용한 건강보조식품의 대표주자는 남양유업의 건강음료 ‘위풍당당 동충하초’다.
위풍당당 동충하초는 99년 발매 이후 1천만병 이상이 팔리는 인기상품이 되었다.
이후에 20여가지의 유사상품이 쏟아져나올 정도였다.
수원시가 수원 농협과 합작해 설립한 ㈜효원은 동충하초를 주원료로 하는 전통주 ‘불휘’를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충하초는 이밖에도 가공 건강보조식품들의 단골 첨가물이 되었다.



상황·아가리쿠스 버섯

동충하초뿐만 아니라 버섯류는 건강식품 중 손꼽히는 인기품목이다.
한때 영지버섯이나 운지버섯이 바람을 일으켰다면 최근엔 상황버섯이나 아가리쿠스버섯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상황(桑黃)버섯은 말 그대로 뽕나무에서 자라는 노르스름한 버섯을 말한다.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공재배 방법이 개발돼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건강박사 손순해 대표는 “실제로는 뽕나무가 아니라 참나무를 이용해 재배하는 농가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목 인공재배에 필요한 지름 15~20cm 정도의 뽕나무를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뽕나무는 껍질이 얇고 나무가 단단해서 종균배양이 힘들고 버섯발생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상황버섯은 지난 7월10일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품화 부문의 승인을 얻음으로써 가공제품의 수출길이 열렸다.
경남도농업기술원과 진주산업대, 진주상황버섯이 공동으로 개발한 생약제와 정제 등 상황버섯 가공제품에 대해 FDA 최종승인을 받은 것이다.
최근엔 상황버섯의 균사체를 현미찹쌀에 배양해 재배한 ‘상황미’도 개발됐다.


아가리쿠스버섯은 미국의 연구팀이 암이나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65년 처음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직장암 치료에 활용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후 일본에서 30여년간 연구를 통해 92년부터 인공재배했다.



오갈피

요즘 인기있는 건강보조식품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갈피(五加皮)다.
최근 동충하초와 함께 월드컵 대표팀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오갈피나무는 두릅나무과의 낙엽성 활엽관목으로 오래 전부터 귀중한 한약재로 사용해왔다.
<동의보감>은 “오갈피는 허리와 척추의 통증에 좋고 근골을 단단하게 하며,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져 장수하고, 풍을 치료하며 허를 보하는 한편, 풍비와 통풍을 치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갈피는 왕가시오갈피, 민가시오갈피, 섬오갈피, 당오갈피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업체마다 자신의 오갈피가 효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뚜렷한 기준은 없다.
오갈피 업체들의 과열경쟁은 최근 한 업체의 비교광고를 놓고 소송을 벌이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클로렐라

최근에 등장한 건강보조식품 중 가장 독특한 것이 미래식품이라고까지 불리는 클로렐라다.
클로렐라는 20억년 전 선캄브리아기에 지구상에 출현했던 생물체다.
엽록소가 일반채소보다 10배나 많을 뿐만 아니라 광합성 능력이 다른 식물에 비해 수십배나 되고, 4분열로 증식하는 번식력이 왕성한 녹조류의 단세포 식물이다.
식물성 단백질 함유량이 55~65%로 단백질의 대명사로 불리는 콩보다도 높고, 인체에 필요한 8가지 필수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특히 CGF라는 성장 촉진인자가 많이 들어 있다.


클로렐라 제품 중 대표적인 것이 ‘대상 클로렐라’다.
(주)대상은 막강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동원해 클로렐라를 전략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대상 클로렐라의 매출은 400억원대의 국내 클로렐라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한다.
회사측은 “일본, 대만 등 업체에서 채택하는 옥외 배양방식 대신 실내 배양 방식으로 생산해 품질이 균일하고 안전하다”고 밝혔다.



키토산

키토산은 갑각류(특히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틴을 고온·강알칼리 조건에서 탈아세틸화(D.A)해 얻는 천연 고분자물질이다.
옛 소련에서 주로 군사 목적으로 연구하다가 8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대학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연구·개발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키토산은 분자량 조절, 정제도, 점성, 특수가공 등의 기술적 변형·가공에 따라 다양한 기능과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건강보조식품뿐 아니라 제약, 의류, 화장품이나 일반공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는 첨단 신소재이기도 하다.
관련 업체에서는 “키토산이 생체리듬 조절, 노화 억제, 면역력 강화, 항암 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등의 효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무약, 종근당 등 대형 제약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약재나 동식물이 갑자기 붐을 일으키며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연구결과 효능이 새롭게 밝혀졌거나, 대량생산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업체의 의도적 홍보 때문이다.
건강보조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판로를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효능이 부풀려지고 과장광고가 문제되기도 한다.
몸에 좋다면 무조건 먹고보자는 우리의 무분별한 보신문화도 한몫 한다.


우리한의원 김수범 원장은 “건강보조식품은 실제 효능에 비해 과대포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복용하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체질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키 큰다면 애들도 ‘난리’




어른을 위한 건강보조식품엔 유난히 성기능 강화용 제품이 많다.
사실상 대부분의 건강보조식품이 성기능 강화 기능을 은근히 자랑한다.
반면 어린이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은 키를 크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기존 어린이 영양제가 비타민, 미네랄, 유산균 등에 집중한 반면 최근의 제품들은 성장발육에 좋다는 CGF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홍화씨, 해조칼슘 등을 주원료로 하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 건강보조식품 시장규모는 5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은 23%에 불과하지만 영양은 31%, 운동은 20%가 영향을 미친다”며 “몇몇 유전질환을 제외하면 충분한 영양공급과 적당한 운동만으로도 얼마든지 키 작은 콤플렉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의 ‘롱키본 골드’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한방제제 산조인이 성장발육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산조인을 주원료로 했다.
한미약품 ‘하이키 점프’는 가시오가피, 창출, 녹용 등의 한약재 추출물과 해조칼슘, 클로렐라 추출물(CGF) 등을 함유하고 있다.
대상은 최근 CGF를 함유한 ‘클로렐라 키드’를 출시했다.
이밖에 삼성제약이 ‘삼성 키클 아이’, 광동제약은 ‘광동 키 & 知’, 일동제약은 ‘키드골드 츄어블정’ 등의 어린이용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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