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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미래형 CEO 육성해야
[리드칼럼]미래형 CEO 육성해야
  • 이코노미21
  • 승인 2002.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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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창업 경영자는 창의적이고 열성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분은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은퇴를 생각하고 있으나 회사를 맡길 만한 적임자가 없다.
그동안 후계자 양성에 소홀했음을 절실히 깨닫고 크게 후회를 한다.
매일 아침 신문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타급 최고경영자(CEO)에게 어느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변고가 생겨 더이상 CEO로서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이 불가능해지면 그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1974년부터 후계자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19명의 CEO 후보군을 내세웠고, 잭 웰치는 그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웰치는 이런 선발과정을 거치면서 CEO로서 필요한 자질을 습득하고 훈련받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 80년에야 CEO로 취임했다.
웰치 자신도 퇴임하기 7년 전부터 후계자 선정작업에 들어가, 여러가지 검증과 훈련을 거쳐 제프리 이멜트를 선발해 지난해 9월 그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다.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회장은 최고재무담당 임원(CFO)인 더글러스 이베스터에게 미리 체계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켜두었다.
그 덕분에 고이주에타 회장이 97년 말 암으로 타계한 뒤에도 코카콜라의 경영은 무리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이베스터에 대한 검증과 세부적인 훈련이 미리 이뤄졌고, 차기 CEO로서 그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후임 회장으로 임명하는 데 이사회는 단 15분이라는 짧은 시간만 필요했다.


국제화와 정보화로 집약되는 현 세계경제의 틀 속에서 어느 국가의 어느 기업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또 세계 유수의 기업을 경쟁대상으로 해서 커나갈 수 없다면 아무런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여건에서 국제적 안목으로 사업을 장기적으로 책임질 전문경영인의 발굴과 양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이루어내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그 핵심역량이 바로 CEO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후보의 선발에서 훈련까지 놀랄 만한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CEO의 개인적 역량에 따라 기업의 시장가치가 결정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럼에도 후계자 양성에 소홀한 것은 아직은 전반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을 비교해보면 한국 기업 전문경영인들은 제대로 사전 훈련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수명이 그만큼 짧다.
미국은 6.4년, 일본은 4.6년인 것에 비하여 한국은 2.9년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을 평가할 때도 ‘CEO 승계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차기 CEO 육성계획을 수립해 CEO 후보들을 선발하고, 그 각각의 능력과 성향을 면밀히 살핀 뒤 다양한 부서에서 다양한 책임을 부과해 충분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적어도 6년이 걸린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도 CEO 승계문제를 더욱 세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관투자가들은 CEO 승계문제를 그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의 판단요소 중 하나로 간주한다.
CEO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기업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젠 경영승계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
장차 CEO 자리를 맡길 수 있는 책임자그룹을 형성하고, 그들에 대해 면밀한 훈련과 엄격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미래형 CEO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그것을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사업환경의 변화가 계속될 것이며, 미래의 CEO에 거는 기대는 어느 기업에서나 클 수밖에 없다.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의 요체가 미래의 CEO에 있다면, 젊은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은 현재의 CEO 모두의 책임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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