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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나만의 섬을 갖고 싶다.
[커버스토리] 나만의 섬을 갖고 싶다.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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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내친 김에 여기서 한걸음을 더 내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현실에서 ‘나만의 섬’을 가지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섬이란 더이상 그리움의 대상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언제라도 달려가 안길 수 있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탈출구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무척이나 섬이 많은 나라다.
현재 행정자치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섬은 모두 3153개. 1996년 발행한 <한국도서백서>에 따르면 이들 섬 가운데 ‘민간인이 주민등록과 생활근거를 두고 연중 계속적으로 생업을 영위하며 살고 있는’ 유인도가 464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무인도가 2689곳이나 된다.



국내 사례 흔치 않지만 종종 있어


다만 무인도로 분류하는 것 가운데는 별다른 이름이 붙지 않은 바위섬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행정자치부 지역진흥과 전만권 서기관은 “워낙 섬이 많은데다 크고 작은 바위섬 등이 뒤섞여 있어 완벽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게다가 무인도라 하더라도 소유권이 이리저리 얽힌 경우도 많다.
분명한 소유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국가소유로 등기가 돼 있는 무인도가 있는가 하면, 도나 시, 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것도 있고 개인 소유의 무인도도 상당수 있다.


‘나만의 섬’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눈길은 아무래도 자연스레 무인도에 더 쏠린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무인도가 워낙 널려 있고, 자신들의 꿈에 좀더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주민들이 함께 모여사는 ‘유인도’의 경우에는 토지 소유권이 잘게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설령 ‘나만의 섬’을 소유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섣불리 무인도를 사들이는 경우는 아직 흔하지 않다.
아직껏 적절한 재산가치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용도에 맞게 무인도를 ‘손질’하거나 ‘관리’하는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탓이다.
모범으로 삼을 만한 적절한 전례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화제를 모았던 TV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경남 거제외도 정도를 빼고는 국내에서 개인이 섬 하나를 통째로 소유해 잘 운영한 경우가 드문 편이다.


그럼에도 전국에 널려 있는 섬, 특히 사람의 손때가 별로 묻지 않은 무인도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섬이나 해안지역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충남부동산뱅크 전병순 대표는 “최근 들어 무인도가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늘고 있고, 특히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섬지역의 임야나 무인도를 찾는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무인도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 등 개인들의 발걸음도 꽤 활발한 편이다.


물론 시야를 나라 밖으로 넓혀보면 무인도를 사들이는 게 그리 낯선 일만은 아니다.
영국의 한 복권업체는 복권 최고액 당첨자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도대체 최고액 당첨자는 그 돈을 어디에다 썼을까? 조사결과에 따르면 복권 최고액에 당첨된 사람들 가운데 반수 이상이 상금을 받은 후 몇년 안에 세계 도처에 있는 섬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을 중심으로 ‘나만의 섬’을 소유하는 게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충남·전남 일대 무인도의 보고


실제로 국내에도 이미 개인이 섬 전체를 통째로 구입하거나 무인도를 사들인 사례는 종종 있다.
그 가운데는 전적으로 개인적 휴양을 위해 무인도를 소유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 안면도 인근의 증도는 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소유자다.
이 섬의 소유자는 아주 오래 전에 3천평 남짓한 이 섬을 사들인 다음, 개인별장을 지어놓고 가끔씩 이용한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했다.
대전의 한 사업가가 소유한 대길산도도 비슷한 경우다.


국내에서 무인도가 몰려 있는 곳으로는 충남 태안·보령 일대, 전남 신안·여천·진도·완도 일대가 대표적이다.
전남 신안군에 속한 829개 섬 가운데 무인도는 모두 750개나 된다.
인근 여천군 역시 관할 281개 섬 가운데 240곳이 무인도다.
안면도, 대천해수욕장 등 서해안의 대표적 해양관광지를 끼고 있는 충남지역 역시 무인도의 보고로 손색이 없다.
이 지역에는 80여개의 무인도가 몰려 있는데, 인근 육지와 비교적 멀지 않은 게 특징이다.


최근 부쩍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무인도가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무인도를 팔려고 내놓는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에는 옹진군이 군 소유의 무인도 8천평을 평당 4만원선에 판매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전남 신안군 암태면 수곡리, 신석리 일대 무인도가 평당 1만~2만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지역개발 차원에서 무인도를 민간에 판매하거나 임대할 것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요즘 들어 부쩍 눈길이 쏠리는 곳으로는 충남 일대를 들 수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 인구의 이동이 유리해진데다 인근에 유명 해수욕장 등이 몰려 있어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전남지역에 무인도가 더 많은데도 세간의 관심은 이 지역에 훨씬 많이 쏠려 있는 편이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석대도도 현재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남북거리 780m, 동서거리 240m, 면적 2만2천평 규모의 이 섬은 인근에 무창포해수욕장을 끼고 있는데다 해안에서 1km 남짓 떨어져 있다는 게 장점이다.
충남지역의 대표적 기업 대표 소유였던 이 섬은 최근 소유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평당 22만원선에 거래될 것으로 현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대천항에서 12km 남짓 떨어진 불모도 역시 매물로 나와 있는 대표적 무인도다.
오래 전 몇가구가 살다가 다른 섬으로 옮겨간 탓에 급수시설 등 기본여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군 소유지와 사유지로 나뉜 이 섬 가운데 일단 사유지 4500평이 거래대상이다.



주5일제 정착되면 더욱 활기띨 듯


그럼에도 무인도나 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개인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충남부동산뱅크 전병순 대표는 “일부 부유층이 단순한 개인 휴양시설을 목적으로 무인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사업가능성을 염두에 둔 업체들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개발업체들이 무인도를 구입하거나 임대해 무인도 체험상품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무인도를 용도에 맞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적 이유를 들어 관련업계에서는 순수한 개인 용도보다는 자금력이 풍부한 업체들이 관광산업이나 레저산업을 위해 무인도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쪽에 아직은 무게를 두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의 사례처럼 무인도나 작은 섬에 단지 몇명만을 제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만든 다음, 이를 개인에게 판매하거나 장기간 임대하는 사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초기 개발 작업이 끝난 무인도는 훨씬 매력적으로 비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주5일 근무제가 뿌리를 내리고 육로와 해상 교통망이 더욱 확충될 경우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을 향한 발길은 더욱 늘어날 게 분명하다.
섬을 향한 도시인의 그리움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한, 한편에서는 ‘나만의 섬’을 찾으려는 움직임 또한 더욱 분주해질 것이다.
그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도 못한 채 버려졌던 무인도가 우리 곁에 한층 가까이 다가오는 건 물론이다.
바야흐로 ‘섬으로!’의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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