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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중국내 소자본 창업 ABC
관련기사1. 중국내 소자본 창업 ABC
  • 톈진 = 하경미 통신원
  • 승인 200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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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 통계지만 1만5천명이나 사는 것으로 추산되는 베이징 동북쪽의 왕징신청(望京新城)의 지상과 지하의 아케이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식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미용실, 식당, 카페, 슈퍼마켓, 피자가게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한국인이 생활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런 현상은 서북방향 대학가의 중심인 우다코(五道口)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 중에는 간혹 한족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한국 사람이거나 조선족 동포다.
이들의 특징이 있다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서라벌’이나 ‘수복성’, ‘정원’처럼 정식으로 중국에 투자한 기업형 가게가 아니라, 적은 투자비용 등의 이유로 정식 투자허가를 받지 못한 소자본 창업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자본 창업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에 오는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가족 단위 이주자 중에서 경제적 활동을 위해 오는 이들은 소자본 창업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자금력도 없지만 수억원의 돈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지곤 하는 중국에서 1억원가량의 돈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창업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국에서 성공한 중소기업을 찾기가 힘들 듯 소자본 창업은 그만큼 어려움이 많다.
또 창업 이후 부닥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은 자유로운 창업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소자본 창업의 방법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에 대해서 알아본다.



아이템 선정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진출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톈진은 중소기업이나 유학생들이 많아서 초기부터 소자본 창업이 가장 활발했던 도시다.


이곳에서는 특히 요식업쪽이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뿌리를 잘 내린 경우다.
미용실은 한류를 타고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은 입지가 불안한 편이다.
카페는 주로 유학생을 타깃으로 하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PC방은 아직 많지 않지만 제도적 장벽과 중국인의 시장 진출로 곤란을 겪고 있다.
의류나 액세서리 가게는 가격 경쟁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고, 도서대여점은 수요가 부족하다.


사실 이같은 아이템은 이미 포화상태다.
다만 한국인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음식점이나 우리의 한발 앞선 감각을 바탕으로 중국인을 끌 수 있는 미용실, 팬시점 등은 아직 창업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새로 진출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아이템은 무엇일까. 우선 2억원 안팎의 중소 자본으로 투자할 만한 사업으로는 편의점, 퀵서비스, 웨딩이나 디자인 관련 등 기업형 사업이 손꼽힌다.
요식업은 여전히 매력이 있고, 한국 여행자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하숙 겸 민박집도 괜찮은 아이템이다.
중국에서 웨딩 사업은 이미 규모가 엄청나다.
결혼사진 영역은 들어오기가 쉽지 않겠지만 메이크업이나 토털웨딩쪽은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아 가능성이 있다.
편의점도 중국에서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편의점은 드물다.


중국에서 퀵서비스업은 아직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EMS 등 우체국형 퀵서비스에 익숙한 중국인이나 재중 한국 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하숙 겸 민박업은 여행자나 유학생이 많은 베이징, 톈진, 칭다오, 상하이 등지에서 효과적인 사업이다.
작게는 2~3개의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고, 크게는 아파트 한동을 중국 은행으로부터 임대받아 구입해 하숙과 민박사업을 할 수 있다.
이미 베이징의 왕징이나 톈진 슈앙펑다오(雙峰道) 등지에서는 중소 규모로 이런 사업을 준비하거나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아이템을 찾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깃을 정확히 하는 것이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진행하기는 쉽지만 수요부족으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봄 톈진 한국인 집중지역에 도서대여점을 열었다.
이미 1만여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이 대상고객이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홍보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요식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인들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주문해야 하는 중국과 달리 많은 반찬을 제공하는 한국식 식단이나 한국음식은 중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국인의 시선을 끄는 음식점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
톈진 슈앙펑다오에 자리잡은 음식점들한 성공한 데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손님들의 공이 크다.



가게 찾기와 관리

아이템을 찾았다면 창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선 걸리는 것은 투자비용이 10만달러 이하일 경우 외국인의 창업이 거의 불가능한 관련 법조항이 큰 문제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는 중국 투자자에게 명의를 빌리거나 평소에 관계가 있는 조선족 동포의 명의를 빌려야 한다.
이 경우 뒷날 중국 법의 도움을 받을 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선험자들에게 충분한 조언을 구해야 한다.
무리해서라도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각종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가게 구하기다.
한국인 집중 거주지역은 1년 만에 집세가 2배가량 높아져서 중국인 가게 주인들 배만 불린다는 푸념이 나돌 정도다.
톈진 슈앙펑다오의 경우 30평 규모에 월 3천위안(45만원)가량 하던 가게세가 최근에는 1만2천위안까지 치솟았다.
장사의 안전을 위해서는 보통 5년을 계약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집세를 내는 기간을 짧게 하는 게 좋다.
집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계속해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을 얻을 때는 도시계획 등도 잘 살펴야 한다.
중국 대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2차선이 보름 만에 8차선으로 바뀌는 일도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상가는 철거 1순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못하면 비싼 돈을 들여 실내장식을 해놓고는 제대로 장사도 못하고 철거당할 당할 수도 있다.


가게를 얻고 실내장식을 마친 뒤부터는 중국 당국과 본격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우선 소방국, 위생국, 공상국 등 관련기관에서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실내장식이나 간판 작업을 복잡하게 하는 한국인의 가게는 이들에게 집중 표적이 되어 적게는 수천위안에서 많게는 100만위안(1억5천만원)까지도 벌금을 내는 경우가 있다.
최근 톈진에 대규모 노래방을 개업하려고 장식을 거의 끝낸 김아무개 사장은 10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받고 기겁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벌금 액수를 조정하고 있는데, 이 벌금을 모두 낼 경우 영업을 해도 남는 것이 거의 없다.


특히 이런 관련기관의 벌금세례는 한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기 때문에 이들과 관시(關係)는 물론이고, 트집을 잡히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골치 아픈 것은 관련기관만이 아니다.
음식점이나 노래방 등은 주변 거주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두달 전 통나무로 장식한 호프집을 연 이아무개 사장은 최근 건물 윗집에서 음식 냄새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항의해 곤란을 겪고 있다.
윗집에서는 건물 외벽에 환기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거절하면서도 냄새가 난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이 사장은 옆 옥상건물에 따로 방을 얻어 음식을 만드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사업하다 보면 대부분 중국인과 부닥뜨릴 수밖에 없다.
때로는 사업을 질시하는 한국인이나 조선족 동포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 경우 대부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고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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