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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메모] 어디 과거의 대우뿐일까?
[편집장 메모] 어디 과거의 대우뿐일까?
  • 편집장 이주명
  • 승인 2002.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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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탐방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종대 대우자동차 회장 겸 법정관리인을 만나러 가는 최우성 기자를 따라나섰다가, 저로서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습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대우자동차의 소유·경영권을 넘기기에 앞서 법원에 제출하게 돼 있는 회사 정리계획안을 작성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대우차의 수출창구 역할을 맡았던 (주)대우와의 과거 거래에서 유래된 채권채무 관계를 정산 처리하는 것이랍니다.
이는 동일한 거래에 대한 (주)대우와 대우자동차의 장부 기재액수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우자동차는 200만원어치를 수출했는데, (주)대우 장부에는 100만원어치만 수출실적으로 잡혀 있는 식이라는 겁니다.
수출대금이 국내로 송금되지 않고 현지에서 투자된 경우는 현재 시점에서 상계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불가피하게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에 한국은행과 정부쪽에 특별 배려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산 처리해야 할 금액을 모두 합치면 무려 70억달러(8조1천억여원)나 된다고 합니다.
대우자동차 매각의 실무작업 과정에서 불거진 이런 문제점은 과거 재벌그룹 체제의 유산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도 다른 재벌그룹에 얼마든지 비슷한 형태로 잠복해 있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들이 각각 별도의 기업인 것이 아니라 마치 한 회사 안의 다른 부서들인 것처럼 운영되던 관행이 아직도 다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의 이용에 효율성 상실이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열사들 사이의 불투명한 거래관계와 그것을 숨기기 위한 분식회계가 비자금 조성 등 검은 경영의 온상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요즘 이종대 회장 등 대우자동차 임직원들은 올 가을로 예정된 회사 경영권의 GM 인계를 위해, 과거 대우 비리의 흔적이 남아 있는 회사의 회계장부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이런 노력은 우리 기업사의 한 시대를 매듭짓는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거듭나기 위한 환골탈태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름철 무더위를 잘 견뎌내고 있는 대우자동차 임직원들이 가을에 소기의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로는 무인도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의 무인도는 대개 가슴 뛰는 모험담의 배경이었지만, 현실의 무인도는 도시인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고, 그 덕에 인기 여행상품의 행선지가 되거나 고수익을 노리는 자본의 투자처가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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