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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이미래종합통신 장석봉 사장
[리드칼럼] 이미래종합통신 장석봉 사장
  • 이코노미21
  • 승인 2002.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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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여기에서 생각이라 함은 그 사람의 관심사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줄 안다.
인간의 관심사가 무척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한사람을 규정할 때 근간이 되는 건 결국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원전 4세기 중국 전국시대에 살았던 장자와 혜자의 일화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자와 혜자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늘 진지한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어느날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이에 장자는 기쁜 마음으로 혜자를 찾아가 축하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오해한 혜자의 부하들이 혜자에게 가서 “장자가 양나라에 와서 당신을 내쫓고 재상이 되고 싶어한답니다”라고 아뢰었다.
이에 혜자는 그의 부하들을 시켜 사흘 낮과 밤 동안 온 나라 안을 뒤져 장자를 붙잡도록 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장자는 혜자의 부하들을 피해 직접 혜자를 찾아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남쪽에 새가 살고 있는데 그 이름을 원추(일명 대붕)라고 한다오. 당신은 그 새를 아시오? 이 새가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고, 한번 날갯짓을 하면 파도 일으키기를 삼천리, 또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 하늘 높이 오르는 엄청난 새인데, 대저 이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해 북해로 날아가지만 아무리 피곤해서 쉬고 싶어도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지를 않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연시가 아니면 먹지를 않으며, 또 아무리 목이 말라도 약수가 아니면 마시지를 않는 그런 어마어마한 새라오. 그런데 썩은 쥐를 뜯어먹고 있던 메추라기 한마리가 원추새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혹시라도 자기가 먹고 있던 썩은 쥐를 빼앗지나 않을까 하여 하늘을 올려다보며 ‘짹짹짹’ 하고 소리를 쳤다는 것이오.” 장자는 다소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혜자에게 점잖게 한마디 하고는 유유히 그곳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이 일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선 서로의 관심사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살펴보자. 평생동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사는 것 같은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그저 출세만을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자신의 일보다도 남의 어려움을 더 걱정해주고, 더 나아가 평생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 자기 관심사대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가는 것이 현실적 삶의 진솔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나는 인간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어쭙잖게 가치이원론이나 흑백논리에 꿰맞춰 옳다 그르다, 더 낫다 더 못하다 이분화해 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생각할 문제는 과연 내 관심사는 무엇이냐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의 공신이 오늘에 와서 역적이 되기도 하는 가치의 극한적 반전현상은 비단 정치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언제나 나타난다.
모든 게 급변하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는 무엇일까?

한 국가의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관심사, 한 가정의 건실한 구성원으로서의 관심사 등등. 이 모든 크고 작은 관심사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직장이나 사회는 언제나 본래의 건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건전한 보통 사람들의 건전한 상식’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때다.
우리는 다시 한번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되새겨보는 여유와 지혜를 갖춰야 한다.
저 멀리 허공의 별들이 유난히도 반짝이고 풀벌레 소리마저 애처롭게 들리는 이 밤, 삶이라는 고독의 늪으로 흠뻑 젖어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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