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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배우는 날고 관객은 춤추고
[문화]배우는 날고 관객은 춤추고
  • 김은형/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2.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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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도 없다.
줄거리도 없다.
그리고 무대도 없다.
무대 없는 공연이라니, 배우 없는 드라마처럼 이상하게 들리지만, 7월31일 한국에 상륙하는 뮤지컬 퍼포먼스 '델라구아다'에는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지 않는다.
게다가 록음악 공연에서나 볼 수 있던 스탠딩 공연으로 80여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스페인어로 ‘지켜주는 이’,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델라구아다(De La Guada)에서 배우들은 지켜주는 이가 되고, 공연의 주체는 관객이다.
연극과 콘서트, 게임, 서커스, 파티 등이 혼재돼 있는 이 퍼포먼스의 장르를 가르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무의미하다.
조명과 음악, 배우들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관객 각자가 마음껏 소리지르고, 춤추며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전통을 뒤엎는 형식 파괴로 1998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의 고향은 남미의 아르헨티나 거리다.
정치적 혼란으로 매캐한 공기가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던 85년 드라마 학교를 갓 졸업한 피촌 발디누와 디키 제임스는 언더 그라운드 거리공연 그룹에 들어가 다양한 형식의 거리 퍼포먼스를 실험했다.
92년 군사독재에서 벗어나자 이들은 새로운 정치적 상황을 축하하는 파티를 구상하게 됐다.
이들이 꿈꾸던 작품은 무대가 필요없이 배우들이 관객 위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파티였다.


95년 발디누와 제임스와 실험적인 댄스그룹인 엘 데스쿠에베와 조우하면서 이 퍼포먼스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각본 없이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심장이 쿵쿵 뛰는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이 즉흥적인 쇼는 세계 도처의 퍼포먼스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큰 반향을 일으켰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의 제작자 제프리 셀러와 케빈 맥컬럼의 눈에 포착돼 뮤지컬의 본고장에 입성하게 된다.


배우들이 하늘에서 수직상하로 날아다니며 관객과 부딪히고 극장 전체에 비를 뿌려야 하는 공연의 특성상 기존 극장에서는 공연이 불가능한 이 작품의 국내공연을 위해 제작사는 21억원을 들여 '델라구아다' 전용극장을 만들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옥외주차장에 250평 규모로 만든 이 극장은 3층 높이의 내부가 통처럼 연결돼 12m에서 배우들이 관객들 한가운데로 활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금요일에는 밤 10시30분 공연을 추가해 한주의 업무를 끝낸 직장인들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공연정보 '델라구아다' 7월3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 화수목 5만원 금토일·공휴일 6만원(전석 스탠딩) 02-501-7888, 1588-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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