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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천공항 캐릭터 뜬다
[비즈니스] 인천공항 캐릭터 뜬다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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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비가 인천국제공항의 공식 캐릭터라구요? 공항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네요. 감각적인 로고도 마음에 들고,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도 마음에 들어요.”

한국을 방문했다가 출국을 몇시간 앞두고 우연히 ‘허비숍’에 들른 한 러시아인 관광객은 다양한 허비 제품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허비는 이 관광객의 말대로 인천국제공항의 공식 캐릭터다.
인천국제공항을 세계를 연결하는 ‘허브’ 공항으로 만든다는 취지에 따라 ‘허비’라는 이름이 지어졌는데, 언뜻 보기에 고양이 같기도 하고 곰 같기도 한 것이 보는 사람의 느낌과 정서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인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모두들 허비가 귀엽고 다양한 상품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우며, 또 공항 캐릭터가 있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눈치다.


세계적으로 공항에 캐릭터가 있는 경우는 현재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원래는 일본의 간사이 공항이 개항할 때 최초로 공항 캐릭터가 시도되긴 했지만, 실패해서 지금은 없어졌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의 캐릭터 허비는 오히려 내국인들보다 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 먼저 인지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허비가 인기를 끈 데에는 허비 캐릭터가 다양하게 상품화되어 있다는 점과 이를 판매하는 전용매장이 있다는 것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인천공항 홍보관과 3층 쇼핑몰 두 군데 등 3곳에 허비 관련 캐릭터 상품들만 모아놓은 전문 매장인 ‘허비숍’이 있다.
이 허비숍은 월드컵 손님을 겨냥해 지난 4월부터 오픈했는데, 홍보가 덜 된 것에 비하면 손님들이 꾸준하고 또 외국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키티랑 허비랑 같이 있으면 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허비를 선택해요. 왜냐면 허비는 인천국제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거든요. 그리고 인천공항을 상징하는 기념품이기도 하구요.” 허비숍의 판매원은 키티의 유명세보다 허비의 고유성과 캐릭터로서의 가치가 더 인기를 발휘하는 것 같다며 무조건 유명세만 따르는 국내 관광객들과 외국관광객들의 취향이 서로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현재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허비 상품은 300여종이 넘는다.
단순한 인형은 물론 녹음기능을 갖춘 기능성 인형 제품도 있고, 열쇠고리, 모자, 넥타이, 공예품, 배지, 메달, 라이터,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기념품엔 다 적용되어 허비의 다양한 표정과 포즈,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릭터가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도 캐릭터 고유의 모습을 살릴 수 있고, 또 정적인 것뿐 아니라 동적인 모습까지 표현이 가능하도록 디자인 되는 것은 상품화를 위한 중요한 전제”라고 말한다.
현재 허비는 디자인의 종류가 790여가지나 되고, 이를 활용한 상품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다.



인형·열쇠고리 등 상품종류 300여종


“우리나라에서 뜬 대표적인 캐릭터 마시마로가 있죠? 근데 마시마로 전문 캐릭터숍이 있나요?” 허비를 개발했고, 공항 내에 허비숍을 운영하고 있는 매스노벨티의 이희곤(44) 사장은 안타깝게 묻는다.
그러고 보니 웬만한 팬시용품점에서 마시마로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마시마로만의 전문 캐릭터숍은 현재 없다.
일본의 키티숍이나 토토로숍 같은 전문 매장이 있는 것에 비하면 공항에 있는 허비숍이 국내에서는 처음인 셈이다.
“일본 간사이 공항의 캐릭터가 실패한 이유는 관리가 안 되었기 때문이죠. 이젠 캐릭터 사업도 전문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실 간사이 공항의 캐릭터는 초반 3년 정도는 매우 인기를 끌었다.
매출액도 전체 기념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그 후 우후죽순 늘어나는 모방 제품으로 인해 디자인과 상품의 질, 가격 등이 통제가 되지 않으면서 실패한 케이스다.
이희곤 사장은 따라서 “캐릭터 산업은 단순히 디자인 개발업체나 라이센싱업체 등에서 벗어나 캐릭터 개발에서부터 상품개발, 상품 제조업체의 관리, 유통단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공항 캐릭터에 가능성을 둔 이유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먼저 공항은 내국인은 물론 국제관광객들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점이다.
2700만명의 이용객에 면세점의 연간 매출규모가 7천억원에 이르는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적인 시장이자 홍보관이 된다.
또 전문 캐릭터숍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되 제품의 질이나 가격 등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이로써 판매망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과 소량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관련 업체들과의 지속적인 관계가 필수적이죠.” 그는 초기에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꾸려나가는 게 어렵고 큰 비용이 들지만, 일단 관계를 잘 형성해서 시스템을 구축하면 다음 단계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질 좋은 다양한 상품과 유통구조가 갖추어져도 문제는 캐릭터의 확산, 즉 ‘뜨는 캐릭터’가 되어야 하는데, 마시마로처럼 인터넷 매체와 같은 강력한 매체수단을 통해 대중화되지 않은 캐릭터가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이희곤 사장은 여기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
“캐릭터에는 미디어캐릭터가 있고, 설정캐릭터가 있다고 봅니다.
미디어캐릭터는 매체에 실려 있는 캐릭터로 매체가 성공하면 저절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캐릭터가 뜨는 것과 캐릭터 산업이 성공하는 건 다릅니다.
” 그는 마시마로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상품화에도 성공했지만, 그 이후 일본의 키티같은 캐릭터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나, 온라인 게임 ‘리니지’가 인기를 끌었지만 역시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애니메이션 등 매체로 인해 성공했던 캐릭터들이 유명세는 탓지만 캐릭터 산업에 실패한 이유는 캐릭터를 ‘상품’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설정캐릭터는 애초 상품화를 전제로 만든 것이죠. 키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한 캐릭터의 경우 테마파크 등을 잘 활용해 캐릭터의 고향을 만들어주는 것이 주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놀이시설 이용권, 먹고 마시고 자는 곳, 이런 곳에서 캐릭터의 다양한 상품화는 마케팅의 주요한 기지이자 캐릭터 상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지속적인 유통을 확보할 수 있는 기지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스터는 캐릭터 산업 성공 요인의 또다른 면을 보여준다.
바로 서브캐릭터다.
“포켓몬스터에는 피카츄라는 메인캐릭터가 있고 그외 서브캐릭터들이 다양하게 있지요. 선의 무리, 악의 무리 등… 아이들은 보통 그 종류를 몇가지씩 외울 정도지요.” 이 사장은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메인캐릭터인 허비 이외에 항공기나 공항의 느낌이 나는 다양한 서브캐릭터를 개발하고 있다.
‘허비나라 친구들’로 이름 붙여진 이들은 항공기나 파일럿의 느낌이 나는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허비의 인기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공항들 ‘허비’ 벤치마킹


최근 허비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이 성과를 보이면서 매스노벨티의 이희곤 사장은 캐나다 벤쿠버국제공항의 상업시설부 및 홍보부와 벤치마킹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캐나다 벤쿠버국제공항과 중국의 국제공항 두곳이 공항 확장계획에 따른 사업의 일환으로 공식캐릭터 개발과 전용숍 운영에 대한 벤치마킹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이희곤 사장은 “캐나다의 밴쿠버공항은 2천만명의 유동인구가 있고, 그들의 90%는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캐릭터산업의 왕국인 일본을 제치고 인천국제공항의 허비를 찾아왔다는 것부터가 고무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매스노벨티는 국내 양양국제공항의 공식 캐릭터 업체로도 지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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