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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한신평정보 크레딧뷰로 ‘씽씽’
[비즈니스] 한신평정보 크레딧뷰로 ‘씽씽’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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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품이 없어서 못 판다.
3년쯤 지나면 이 시장이 900억원 규모로 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크레딧뷰로(Credit Bureau : 개인신용평가사업) 시장이 바로 그렇다.
지금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는 하나밖에 없다.
그러니 그의 존재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내 최초로 크레딧뷰로를 출범시킨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정보)는 8월1일 크레딧뷰로 컨소시엄에 16사가 추가로 참여해, 참여회사가 모두 31사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참여한 회사는 농협, 한미은행, 시티은행 등 5개 은행과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다.
한신평정보는 신한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등 나머지 10여개사의 참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 조흥, 제일은행과 삼성, LG, 현대, 동양카드 등 15개사는 지난 2월 이미 참여한 상태다.


크레딧뷰로란 금융회사마다 분산돼 있는 개인의 각종 거래정보를 한곳에 모아, 그것을 평가·가공해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기존의 신용평가가 한 사람의 불량거래 여부 등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크레딧뷰로의 신용평가는 한 사람의 금융거래 우량도 등 `현재’를 보여준다.
굿모닝증권 정연구 연구원은 “개인신용 확대로 금융회사들이 이젠 개인별 불량거래 정보보다는 우량거래 정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이 시장에 대한 한신평정보의 자신감은 상당히 높다.
선발자의 자신감이다.
한신평정보 기획감사팀 유형종 부장은 “이 시장은 선점해야 장악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단일기관으로는 국내 최대의 개인신용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신용공여기관들이 우리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 기반이 튼튼해졌다”고 자평했다.


한신평정보가 눈에 띄는 부분은 또하나 있다.
외국인지분 증가세다.
6월14일까지만 해도 0.45%에 머물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제 10.83%로 늘었다.
한달반 만에 10%포인트 남짓 확대된 것이다.
유 팀장은 “5~6월에 다녀온 해외IR의 성과로 그동안 여러 외국 투자자들이 다녀갔다”면서 “그 가운데는 구체적으로 투자를 늘릴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신평정보의 건전한 재무구조와 새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인다.
한신평정보의 자회사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대주주로 되어 있다.


한신평정보 외에 현재 크레딧뷰로 사업 진출의사를 밝힌 곳은 은행연합회, 한국신용정보, 국민은행 등 3곳이다.
올해초 진출 의사를 밝힌 한국신용정보, 국민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쪽 모두 준비 중이라는 대답만 반복한다.


누구보다 막대한 데이터베이스 기반을 갖추고 있는 은행연합회는 공적 기관, 비영리기관이라는 특성상 개인신용정보를 평가해 파는 크레딧뷰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처지다.
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비영리단체라 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건 단체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신용불량정보 위주로 정보를 모았는데 앞으로는 우량정보를 포함해 더 많은 정보를 모아 염가에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크레딧뷰로보다는 정보집중기관이라는 기존 역할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속뜻이다.


무주공산에서 독주하고 있으니, 한신평정보의 앞날은 창창하게만 보인다.
굿모닝증권 정연구 연구원은 “크레딧뷰로는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가 핵심인 사업”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미 31사에 이르는 주요 금융회사한테 신용정보를 받기로 한 한신평정보 컨소시엄은 미래 시장에서도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단다.
그는 “현재 개인신용정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신용정보 등 다른 업체들이 본격 진출한다고 해도 한신평정보, 한국신용정보 등 두개 회사 정도의 과점적 구도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이런 전망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 크레딧뷰로 담당자는 “정부가 개인신용정보 공개 관련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 컨소시엄 참여 금융사들이 신용정보를 얼마나 내놓느냐에 따라 개인신용평가의 질과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현재로선 시장 구도를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다른 담당자는 “미국처럼 크레딧뷰로의 개인신용평가가 잘 팔릴 수 있고, 일본처럼 은행연합회가 개인의 우량거래정보를 가공하지 않고 팔아도 잘 팔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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