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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유학자금 마련 ‘스텝 바이 스텝’
[재테크] 유학자금 마련 ‘스텝 바이 스텝’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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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금융사에 다니는 우아무(26)씨는 요즘 일머리가 잡히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은 어찌하든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다.
가지고 있는 자산이래야 부모님께서 주신 전세보증금 3천만원이 고작이다.
‘미국에서 MBA를 하려면 적어도 1억원은 가지고 나가야 할 텐데….’ 그의 연봉은 2700만원. 동기들에 비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당장 결혼을 해야 하거나 부모를 모셔야 하는 형편도 아니다.
그는 결심한다.
떠나기로.

뜻이 있다면 길은 만들자. 장학금을 따내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주는 국비 장학생은 매년 상반기에 2차 심사를 통해 선발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사이트에 자세한 정보가 있다.
정보통신 전문가를 꿈꾼다면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기초인력양성팀을 찾아가 보자. 정보통신 분야 해외 우수대학 박사과정 수료나 공동연구에 대해 지원해준다.
한미교육위원회 ‘풀브라이트’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외에 AT&T, 루슨트테크놀러지, GE, 동서문화센터 등 다른 법인이 주는 장학금 신청도 받고 있다.


외국 정부가 주는 장학금도 상당수에 이른다.
영국 외무성, 호주 교육과학부는 석박사 과정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학부부터 박사과정, 학생부터 교사까지 6가지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정부는 자국 대사관이나 문화원을 통해 장학금 신청을 받는다.
호주 정부 장학금은 9월6일이 신청 마감이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미래를 보고 자신에 투자하라


그러나 우씨는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MBA, 로스쿨, 예술학교 지망생한테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
매경휴스닥 해외교육사업부 이경호 본부장은 “MBA, 로스쿨, 예술학교는 ‘전문가 과정’이라는 이유로 대개 장학금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고 전한다.
그나마 예술 분야에 딱 하나 있던 삼성문화재단의 맴피스트 장학금도 올해부터는 지원이 중단됐다.


결국 우씨처럼 MBA 진학을 원하거나 로스쿨, 예술학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자력으로 학비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우씨의 공부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산투자자문사 네오머니의 도움을 받아 계산해봤다.


우씨의 연봉이 2700만원이니 허리띠를 졸라매 연 1700만원을 저축, 투자하면 5년 동안 1억여원을 모을 수 있다.
여기에 전세보증금과 기타 자산을 톡톡 털어 1억4천여만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MBA 베스트5에 드는 시카고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시카고대가 제시하는 1년 소요예상 비용은 학비 3만2500달러와 책값, 생활비를 포함해 5만8천여달러. 2년이면 11만6천여달러, 우리 돈으로 1억3900만원이 든다.


여기에 우씨가 직장에 계속 다녔다면 벌었을 연봉 6천여만원(연봉 상승 전제)을 합하면 2억여원에 달한다.
네오머니 정원훈 콘텐츠팀장은 “이 돈을 연 수익률 10%로 운용한다면 20년 뒤엔 14억6500여만원(세전)이 된다”고 말한다.
MBA 갈 각오만큼 단단하게 맘 먹고 돈을 모으면 우씨는 52살엔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MBA를 따고 나서 52살까지 이 돈을 모으려면 매월 300만원을 저축, 투자해야 한다.
매월 실수령 급여가 적어도 450만~500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연봉으로는 8천여만원을 받아야 한다.
정 팀장은 “MBA 등 고비용 유학의 경우 기회비용과 소요비용을 함께 고려해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 외국계 은행 지배인 주아무(40)씨는 누가 직장을 때려치우고 MBA 하러 떠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단다.
자신이 MBA를 마치고 돌아온 92년부터 MBA의 희소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MBA를 다녀온 다음 연봉이 많이 오르긴 했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연봉 상승속도를 따져보니 MBA를 다녀오지 않았어도 이 정도 연봉은 받았겠더라고요.”

따라서 MBA 유학을 결심했다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미국 비즈니스위크는 2년마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해마다 MBA프로그램을 포함한 비즈니스스쿨 랭킹을 발표한다.
여기에서 베스트10 안에 드는 대학에서 학위를 받으면 대개 유명 컨설팅펌에 입사해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간판에서 밀리면 연봉 7만∼8만달러에 만족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엔 국내로 돌아와 4천만∼6천만원대의 연봉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떠나야 할까? 네오머니 김문성 대표는 “빚을 얻어서 투자해도 괜찮은 건 부동산과 자기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감가상각이 없는 자산이라는 이유다.
신한은행 PB센터 한상언 재테크팀장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재테크니 뭐니 해도 중요한 건 자신의 만족감이에요. 그건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것이지요.”

교육비라고 해도 돈을 모으고 굴리는 방법은 일반 자산관리 전략과 다르지 않다.
우씨가 가장 처음으로 가입해야 할 상품은 비과세 근로자 우대저축이다.
여기에 월 50만원씩 가입하고 난 뒤 세금 우대 정기적금에 월 50만원씩 붓는다.
40만원 정도는 1년 단기로 상호저축은행 등 금리가 높은 상품에 가입한다.
돈을 쓸 시점이 확실하므로 금리는 확정금리형이 좋다.
네오머니 정원훈 팀장은 “이렇게 연간 1700만원씩 적립하면 5년 뒤 대략 1억원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부도 때가 있는 법. 돈 모아 공부하려다가는 머리가 굳어 고생하기 십상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국내 대학원이나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면 아주 좋은 기회가 있다.
노동부가 주는 연리 1%짜리 학자금 대출이다.
노동부는 306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문대학 이상 대학,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재학 중인 직장인에게 2학기 학자금 전액을 연 1%의 금리로 빌려주고 있다.
문의는 지방노동관서 관리과나 노동부 자격지원과(02-503-9757)에서 받는다.



정부·금융권 대출상품 다양


정부가 일부 금리를 부담하는 정부 지원 학자금 대출도 금리가 연 5.25%에 불과하다.
국민, 우리, 대구, 경남 등 12개 시중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대학 총장의 융자추천서가 필요하다.
서울보증보험의 증권을 첨부하면 별도 보증인은 세우지 않아도 된다.
1년 이내에 원리금을 갚는 단기대출과 졸업한 후 7년 동안 나눠갚는 장기대출이 있다.


이 기회를 놓친 직장인은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연리가 일반 신용대출보다 0.5% 정도 비싸긴 하지만 기한이 차지 않아도 매달 월급이 나올 때마다 갚아나갈 수 있어 되레 이자비용은 적게 든다.


문제는 유학자금 마련이다.
유학생 전용 대출 상품이 지난해만해도 꽤 많았는데 잘 팔리지 않아 올해는 상당수가 사라졌다.
국민은행 ‘스투론(stuloan)’, 조흥은행 ‘CHB유학자금대출’, 한미은행 ‘굿뱅크유학대출’이 연리 8.5~12.4%짜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행에는 마이비 해외유학자금, 외환은행에는 ‘어학연수대출’이 있는데 대출한도가 1천만원이라 어학연수 비용 정도만 조달할 수 있다.


최근 이자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할부금융사 대출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현대캐피탈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최저 연 6%대의 학자금 대출 상품을 내놨다.
기존 학자금 대출 상품이 9~14%였던 것에 비하면 3%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캐피탈과 LG카드도 이자율을 6~13%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신규고객은 0.5%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2천만∼3천만원 수준이다.


할부금융사 대출은 이자 외에 대출 때마다 취급수수료를 내야 한다.
상환기간에 따라 삼성은 2∼2.5%, 현대는 2∼3.0%, LG는 2.5∼3%의 수수료를 받는다.
또 모든 할부금융사가 부모가 보증을 해야 대출을 해준다.


정규 유학은 소요비용이 많고 대출기간이 길어 개인 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가 아는가.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받게 될지. 금리가 싼 현지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은행의 유학 상담자는 성적이 좋은 유학생한테는 현지 브로커들이 찾아와 저마다 싼 금리의 학자금 상품을 내놓더라면서 굳이 비싼 금리의 국내 상품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귀띔한다.
특히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 유학생은 해외에서도 대출 받기가 어렵지 않단다.
묻어놨던 꿈이 자꾸 가슴을 두드린다면 꺼내놓자. 나 자신에 투자하는 건 빚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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