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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1. MP3P 업계, 우울한 여름
관련기사 1. MP3P 업계, 우울한 여름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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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플레이어(MP3P) 업계에 감도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끌어오던 MP3P 특허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데 이어 시장 발전의 일등공신이었던 ‘소리바다’가 폐쇄되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성장과 침체라는 두가지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올 정도다.
쟁점은 두가지다.
‘소리바다 폐쇄가 내수시장을 침체시킬 것인가’와 ‘특허분쟁 타결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문제다.


7월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MP3플레이어 업계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동안 무료 MP3 음악파일을 기반으로 시장을 성장시켜온 MP3P 업계로선 600만 회원을 확보한 소리바다가 없어지게 되면 자칫 성장엔진이 멈춰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까지 월 5만대씩 팔려나가던 MP3P는 2분기 들어 월 2만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소리바다 폐쇄 결정 이후 매출이 20~30% 정도 떨어졌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업체로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기적으론 오히려 잘된 일?


소리바다 폐쇄가 MP3P 업계의 단기적 불황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우선 수요자의 ‘정신적 상실감’이 구매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소리바다가 없어지면 MP3 파일을 구하기 힘들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잠재고객의 MP3P 구매를 가로막는다는 얘기다.
소리바다와 비슷한 P2P 파일공유 서비스가 많이 있긴 하지만, 소리바다가 지니는 상징성과 파괴력을 뛰어넘는 서비스는 찾기 힘들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매출 부진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 시각도 있다.
MP3P의 주 고객인 대학생과 20~30대 직장인이 방학이나 휴가 등을 맞아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비수기엔 매출이 40~50%가량 줄어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불황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불황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장기적으로 볼 땐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당장 매출에 타격을 입기는 하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음반업계의 유료화 모델이 등장해 정착한다면 결과적으로 MP3P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거원시스템 함연호 팀장은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일은 이미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음반업계가 본격적으로 온라인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에 뛰어들어 양질의 MP3 파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되면 MP3P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음반업계의 유료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뛰어난 음질, 빠른 전송속도 등에서 무료 P2P 파일공유 서비스가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보다 먼저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 MP3P 시장이 매년 40%씩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고 함연호 팀장은 설명했다.


사실 MP3P 업계를 괴롭히는 근본 문제는 1년 넘게 끌어오고 있는 MP3P 특허분쟁이다.
지난해 5월 MP3플레이어의 원천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는 엠피맨닷컴이 특허료 부과를 거부하는 2개 업체를 대상으로 생산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에 발끈한 한국휴대용오디오기기협회(KPAC) 소속 10개 업체가 엠피맨닷컴의 특허 무효소송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분쟁은 시작됐다.
그런데 7월29일, 특허 무효소송을 냈던 10개 업체 중 디지탈웨이, 바롬테크, 에이맥, 거원시스템, 현원 등 5개 업체가 MP3P 1대당 25센트의 특허료를 지불하기로 엠피맨닷컴과 합의한 것이다.
엠피맨닷컴은 애초 이들 업체에 매출액의 3%를 특허료로 낼 것을 요구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25센트로 합의함에 따라 이번 협상이 이뤄지게 됐다.



5개 업체 “무효소송 계속할 것”


이번 합의에 동의한 5개 업체는 이에 따라 특허료 부담을 새로 떠안게 됐다.
처음 요구안보다 싼 값에 합의를 하긴 했지만, 업체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거리로 남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합의에 동의한 거원시스템쪽은 “지금까지 특허 문제로 양쪽이 치열하게 다퉈왔다.
하지만 소송 기간이 기약 없는데다 비용 문제나 코스닥 상장 문제 등을 고려해 적절한 선에서 합의하게 됐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거원시스템을 비롯해 디지탈웨이, 현원 등은 특허분쟁으로 지금까지 코스닥 등록을 유보해오고 있었다.


한편 이번 합의에서 빠진 레인콤, 유니텍전자, 아이앤씨, 파인랩코리아, 바로비전 등 5개 업체는 공동으로 특허 무효소송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어서 또 다른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레인콤 양덕준 사장은 “CD 재생 방식의 MP3P를 생산하는 레인콤은 엠피맨닷컴의 특허료 부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엠피맨닷컴의 특허는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게 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허 무효소송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엠피맨닷컴은 협상에 응하지 않은 5개 업체에 대해서는 MP3P 1대당 50센트의 특허료를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MP3P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9%가 감소한 5700만달러에 머물렀다.
MP3P 특허분쟁이 결과적으로 수출을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지루한 법정다툼으로 미국쪽 업체들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아픔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특허분쟁을 종료한 5개 업체는 특허료 부담이 늘어난 대신, 수출을 가로막던 장벽 하나를 제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수출량을 늘리고 OEM 방식 생산량을 확보해 특허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특허 무효소송을 계속 진행할 예정인 나머지 5개 업체는 내수 부진과 수출물량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아야 할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래저래 MP3P 업계의 몸살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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