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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직장인 학력 업그레이드
[커리어] 직장인 학력 업그레이드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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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 전문업체 넥슨에 근무하는 김미정(29)씨는 오후 업무를 마치고 나면 세종대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해부터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야간과정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주경야독하는 셈이지만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
회사에서 인사총무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직장경력 9년차로 실무에서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서 좀더 깊이있는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현재 다니는 직장의 급여제도가 연공서열식이 아니라 능력에 따른 연봉제라 석사학위를 딴다고 해서 곧바로 급여가 올라가거나 하진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직장생활을 계속하려면 다각도로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했죠.” 김씨는 대학원 수업이 주로 사례 조사, 분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곧바로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한다.


잡지기자인 임재천(29)씨도 2001년부터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종의 보험을 드는 기분이랄까요? 이제 경력 4년차인데, 한우물을 계속 파고들다 보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경력관리에 괜찮을 것 같아서요.” 임씨가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다.



당장보다 장기적 경력관리 차원


자신이 가고 싶은 직장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들도 있다.
한 채용정보 회사에서 법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영신(25)씨는 이번달로 직장경력이 만 1년이 된다.
올해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에 들어간 이씨는 국제기구의 법률파트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석사학위를 따면 채용시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공부다.
국제통상법무학을 전공하고 있어 기업이나 금융기관으로 취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씨의 경우 당장 자신의 적성에 딱 맞진 않지만 우선 취업을 할 것이냐, 아니면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할 것이냐로 고민하다가 전자를 선택했다.
실제 구직자 중에서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학력 업그레이드’에 나선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스카우트 www.scout.co.kr가 직장인 19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3.3%가 대학원에 진학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이유로는 ‘자기계발’이 50.8%로 가장 많이 꼽혔고, 그 다음은 ‘전문능력 향상’ 30.6%, ‘몸값 상승’ 13.4%순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대학원에 진학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언제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직장 3~4년차가 38.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5년차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도 30.1%로 조사됐다.
어느 정도 직장경력을 쌓은 다음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은 셈이다.
선호하는 전공분야로는 경영학이 48.1%로 가장 많았고, 정보분야가 31.5%, 국제분야 7.8%, 언론홍보 5.1%순이다.
특히 대학원에 진학하면 직장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변할 것이냐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76.8%가 긍정적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했다.
스카우트 문영철 사장은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직업관이 변화하면서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욕구가 높아졌다”며 “대학원 진학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전문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늦깎이 학업 열기’는 몇몇 대학에 가보면 좀더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학사지원부에 따르면 직장인들을 위해 야간에 개설하고 있는 석사과정 지원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1999년 260명 정원에 804명이 응시한 데 비해 2000년에는 279명 정원에 936명, 2001년에는 280명 정원에 1316명이 응시했다.
역시 야간과정을 개설한 서강대 경영대학원이나 연세대 경영대학원도 신입생 모집 때 평균 8 대 1 수준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 직장인들의 학업열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사실 석사학위가 예전처럼 취업시 반드시 유리한 조건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정보기술 업종의 경우 신규채용에서도 대학원 출신을 선호하는 분위기지만, 대부분의 다른 업종에서는 학력보다는 실무능력과 경험을 중시한다.
따라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직장인들이 적극적 경력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것으로 최근의 ‘학업열기’를 이해할 수 있다.
한 헤드헌팅 전문가는 “취업 전에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을 내세우긴 힘든 상황”이라며 “그러나 업무와 연관된 분야의 공부를 병행하는 현업 종사자들의 경우 실무능력과 학문적 지식을 겸비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그룹들도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


기업에서도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교육지원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우수 교육기관과 연계한 인재양성 교육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회사발전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현상은 비교적 여건이 괜찮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경력관리를 최상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취지 아래 올해부터 2006년까지 5년간 해마다 180명씩을 대상으로 ‘글로벌 전문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사조직, 재무회계, 마케팅, 생산경영, 구매자재, 기술경영 등 6개 핵심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분야별로 국내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원과 연계해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인재개발팀 관계자는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해 국내 업무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직원들이 언제든지 미국이나 유럽 등 현지 파견업무를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도 1년에 10명 정도의 직원들을 선발해 국내외 교육기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이수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KT 인사팀 교육담당자는 “과장급 이하를 대상으로 한 사내 유통경영아카데미, 과장급에 대한 사이버 MBA 과정 등 계층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상의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이 KT 인재교육의 기조다.


LG그룹의 경우 1997년부터 ‘글로벌 E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학 석사 배출을 목표로 하는 이 과정은 국내에서는 연세대, 해외에서는 미국 워싱턴대와 연계한 위탁교육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각 계열사 관리자급 직원 130여명이 총 16개월간 진행되는 MBA 프로그램을 마쳤다.
최근 삼성그룹이 5천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는 등 기업들이 앞다퉈 장학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인재육성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밖에도 바쁜 일상업무 때문에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의 경우 사내 대학원과 온라인 교육기관 등을 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은 2000년부터 사내에 ‘현대유통대학원’을 개설해 차장급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고, 삼성전자 반도체부문도 우수사원을 선발해 사내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다니도록 하고 있다.
사이버상에서는 아주대 사이버MBA, 한국과학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KAIST, 세종대학교 사이버대학원,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등으로 접속하면 다양한 온라인 교육과정을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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