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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 LNG 프로젝트 ‘착착’
[중국] 중국 LNG 프로젝트 ‘착착’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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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바꿀 국가사업이라는 소리를 듣던 천연액화가스(LNG) 도입 프로젝트가 마지막 고비를 넘어섰다.
늘어나는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처음으로 해외에서 LNG를 들여오려는 중국 정부의 파트너 선정작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8월8일 중국 정부는 자국에 LNG를 제공할 업체로 호주의 ‘노스웨스트 셸프 그룹’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로열더치셸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이 컨소시엄은 오는 2005년부터 25년 동안 총 130억달러에 이르는 LNG를 중국에 수출할 길이 열렸다.
이로써 세계 에너지 업계의 최대 관심거리이던 중국 시장 쟁탈전은 호주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동시에 국내 에너지 소비구조를 혁신하려는 중국 정부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대격돌에서는 애초 호주,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 세나라가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이들 국가의 정부는 중국 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고 정치지도자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판단이 필요한 선택”이라는 말들이 난무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정치적 안정 이유로 호주 낙찰


이번 결정이 알려지기 이전까지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은 인도네시아의 승리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인도네시아 천연가스 산업을 이끌고 있는 영국의 세계적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은 무엇보다도 가장 저렴한 가격에 LNG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쟁자들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중국 시장과 가장 가까워 수송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중국 정부에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광둥지구 안에 자리잡은 LNG 운반용 항만 터미널 건설사업에 BP가 이미 상당한 투자를 했다는 점도 인도네시아에 더없이 유리한 조건이었다.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은 막판까지 최측근 인사들을 잇달아 중국에 파견해 중국 정부가 “합리적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계산이 이루어졌다는 말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불안정을 상당한 감점요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왜냐하면 인도네시아의 주요 천연가스 생산시설이 뉴기니와 가까운 이리안자야주에 있는데,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이 지역에서는 정치적 소요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손모빌이 대규모로 투자한 아체지역의 천연가스 생산시설은 지난해 분리주의를 주장하는 소요 때문에 4개월 동안 폐쇄된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경우, 천연가스 수출항이 아직 제대로 선적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도외시할 수 없다.


반면, 아시아지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호주 정부는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안정된 지역과의 협력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중국 정부에 전달하려 애썼다.
지난 5월말 중국을 방문해 직접 세일즈 외교를 펼친 존 하워드 총리도 중국 정부에 이 점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은 뒤, LNG 수입을 관장하게 될 ‘중국국영해외석유회사’(CNOOC) 대표는 “선정작업에서 가격이 매우 중요했지만, 그것이 결정적이지는 않았다”고 밝혀 종합적 판단을 내렸음을 내비쳤다.


이번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중국의 LNG 수입 프로젝트가 국내 에너지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 가운데 한부분을 차지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서 에너지 문제는 경제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요소로 꼽힌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각에서 에너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석탄에 의존해오던 에너지 소비구조가 어느덧 한계에 이른데다가 환경오염이라는 또 하나의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중국 에너지 소비의 85%는 석탄이 담당하고 있다.
가스가 차지하는 몫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2%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10년경에는 중국에서 소비되는 가스가 모두 5천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내 에너지 소비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0년 세계 최대 소비국될 듯


석탄 중심의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탈피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은 크게 세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하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인근 산유국으로부터 석유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중동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결정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경쟁자로 살아남았던 카타르가 배제된 것도 석유뿐 아니라 LNG마저 이 지역에 기댈 수 없다는 판단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서부 신장지역 타림분지와 중국 경제의 심장부를 연결하는 ‘동서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이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는 지난 7월초 셸과 엑손모빌 등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과 동서 파이프라인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서부지역에 묻혀 있는 석유와 가스를 4천km나 떨어진 상하이로 실어나르는 이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80억달러에 이른다.


이번에 결정된 LNG 수입 프로젝트는 세번째 축이다.
중국 정부는 LNG를 해외로부터 남동부 해안지대까지 배로 실어온 다음, 이를 다시 국내 주요 산업단지로 분산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LNG 수입 프로젝트다.
비록 2010년이 되더라도 LNG가 중국 국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겠지만, 이 정도 규모만으로도 중국은 세계 LNG 공급량의 상당부분을 독차지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한편으로는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뒤늦게 산업화 대열에 뛰어든 중국 경제는, 석유 중심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LNG를 비롯한 다양한 대체에너지로 옮겨가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과 자칫 갈등관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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