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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죽었던 리스 시장 다시 ‘꿈틀’
[비즈니스] 죽었던 리스 시장 다시 ‘꿈틀’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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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1분기 리스 실행액은 5400여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0% 급증했다.
지난해 증가율 29%와 비교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리스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자동차리스(오토리스)는 특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오토리스 실적은 올해 1분기에 970억원으로 같은 기간 5배 이상 늘었다.


경제위기를 겪으며 침체에 빠졌던 리스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캐피탈은 8월초 서민과 개인사업자를 겨냥한 밀착 서비스를 하겠다면서 리스업에 진출했다.
서민들에게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을, 개인사업자에게는 화물차, 지게차 등의 장비나 설비를 맞춤형으로 리스하고 있다.
삼성캐피탈은 그 전에는 일주일 정도 걸리던 심사기간을 하루로 줄였다고 밝혔다.
제진훈 삼성캐피탈 사장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와 대기업을 위주로 한 다른 리스 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펴겠다”고 말했다.



오토리스 2년새 10배 커져


오토리스에서는 일정 기간 승용차를 빌려주고 정비를 비롯한 관리를 도맡아 처리해주는 메인터넌스리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인터넌스리스 이용자는 정비나 수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는 비용과 보험료, 그리고 세금을 전액 손비처리할 수 있다.
산은캐피탈에 이어 현대캐피탈이 메인터넌스리스에 뛰어들었고, LG카드는 대우자동차판매와 손잡고 9월부터 이 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다.


산은캐피탈과 제휴한 메인터넌스 업체 재스퍼오토 송윤화 이사는 “관리차량이 3월말 300대에서 최근 600대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토리스가 메인터넌스리스를 발판으로 빠르게 신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오토리스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의 1600여억원에 비해 2년새 10배 가까이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리스 시장의 활기가 ‘호황’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와 할부금융사가 진출했음에도, 7월말 현재 등록한 리스 업체 수는 34개로 1997년 말의 55개에도 훨씬 못미친다.
지난해 실행액 기준 리스 시장 규모는 1조5600여억원으로 87년 수준을 겨우 넘겼다.
올해 4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오토리스 실적은 94년보다 작다.


시장이 워낙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94년 10조원을 돌파하며 세계 5위에 올라섰던 국내 리스 시장은 95년 약 14조3300억원으로 정점에 이른 다음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98년에는 75%, 99년엔 67%나 위축됐다.


여기서 잠깐 당시 상황을 짚어보자. 시장 붕괴는 리스사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경쟁적으로 여신을 늘린 데 따른 결과였다.
90년부터 97년까지 17개 지방 리스사가 설립됐고, 종금사들도 이 시장에 진입했다.
리스 시장은 수요초과에서 공급초과로 전환됐다.
리스사들은 대기업의 대규모 중복투자에 장단을 맞춰, 앞다퉈 위험자산을 떠안았다.


한 관계자는 “당시 리스사들은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여신한도를 편법으로 넘기며 여신을 늘렸다”고 설명한다.
리스 회사는 규정상 1개 거래처에 대해 자기자본의 3분의 1까지만 여신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리스 회사가 함께 설비를 대여하는 공동리스의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리스사의 대주주였던 대기업은 공동리스라는 편법을 공공연하게 요구했다.


모회사 퇴출과 자산부채이전(P&A)으로 10개사가 퇴출됐지만, 리스 업계는 아직도 과잉투자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리스와 개발리스 등 10개사가 워크아웃을 받고 있고, 산은캐피탈을 비롯한 4개사는 자체정상화를 추진중이다.
여신금융협회는 “리스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리스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금을 전혀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 주로 자금을 조달한 방법인 은행 장기차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리스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많은 전업 리스사들은 신규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리스업계 “정책적 지원 절실”


리스 업계는 은행 등 다른 금융업종이 사상 최대의 수익 기록을 경신하는 동안 손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리스사의 순손실은 2000년 6037억원에서 지난해 7400억원으로 증가했다.
리스 업계는 “경제위기 이후 다른 금융권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반면 리스사는 자구노력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며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큰 리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리스 이용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와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리스 시장 회복속도는 더딜지라도, 업계의 세력판도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99년 이후 리스 영업실적의 절반 이상은 저리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 계열 리스 겸업사들이 차지했다.
이와 함께 설비투자보다는 자동차 등 내구재와 관련한 시장이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의 경우 미국에서는 리스 방식이 30%를 차지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오토리스가 점차 일반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비투자와 관련한 여신은 리스와 비슷하면서 조건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AA로 업계 최고인 삼성캐피탈과, 카드업계 1위인 LG카드가 리스 시장에 뛰어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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