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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표산업, 대표기업② 정보통신, SK텔레콤
[기획] 대표산업, 대표기업② 정보통신, SK텔레콤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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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7일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은 1년 가까운 침묵을 깨고 뜻밖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아직도 SK텔레콤은 배고프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정말 당혹스러웠습니다….” 표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가 쉽지 않은 발걸음으로 기자간담회에 나선 것은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SK텔레콤의 ‘행보’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표 사장은 최근 SK텔레콤이 벌인 일련의 기업인수합병(M&A) 관련 사항들, 즉 포털사이트 라이코스 인수, 증권 포털사이트 팍스넷과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KDMC) 인수 추진, 신용카드 사업 진출, KT 지분처리 문제 등을 바라보는 세간의 좋지 않은 시선에 대해 ‘해명’ 수준을 넘어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로 설명했다.


사실 업계 안팎에서 SK텔레콤의 성장을 바라보는 눈초리엔 질투 섞인 선망이 들어 있다.
SK텔레콤의 성장은 놀랄 만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조44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2조9156억원에 비해 38.7%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3684억원, 당기순이익은 9046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99년 3041억원에서 2000년 9506억원, 2001년에는 1조1403억원이었는데, 이번에는 상반기에만 9천여억원에 이르렀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주력


여느 기업이라면 돈을 많이 벌게 될 경우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자중하게 마련이건만, SK텔레콤은 계속 공격적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8월에 인터넷 포털 서비스 업체인 라이코스의 지분 76.5%를 446억7천만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400억원가량을 출자해 KDMC의 지분도 40% 정도 확보할 방침이다.
증권 포털사이트 팍스넷 인수도 타진하고 있다.
카드 사업 진출을 위해 추진중인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인수는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이런 일련의 M&A가 어찌보면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확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이런 움직임은 가진 자의 배짱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이동통신 업자들의 수익은 음성시장에서 나왔지만 앞으로는 아니죠. 음성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평균 매출액은 갈수록 떨어질 것입니다.
” SK텔레콤 인터넷전략본부 이해열 팀장의 말이다.
이 팀장은 “SK텔레콤은 이 점을 직시하고 지난 99년부터 10년을 내다본 전략을 그려왔다”며 “최근 추세는 정보와 통신, 방송, 금융 등의 모든 분야가 융합되고 있다.
기술도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간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SK텔레콤의 기존 사업모델이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사업자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단말기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선단말기로는 휴대전화, PDA, 차량에 장착된 단말기 등이 있고, 유선으로는 PC, TV, 가전제품들이 있죠. 이 다양한 단말기들 가운데 어떤 단말기로 접속해도 네이트와 접속할 수 있고 똑같이 개인화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네이트는 플랫폼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유무선을 통합한 인터넷 서비스에 나선 네이트는 이런 전략 아래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출시 이래 지금까지 네이트의 영역은 점점 확장되고 견고해지고 있다.
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SK텔레콤이 노리는 것은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통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다.
“우선 가능한 가입자들을 오래 묶어두고 네이트 환경에 익숙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하게 해 부가가치의 가능성을 높이죠. 또 정보이용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익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 관련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이런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플랫폼 사업자들을 거느릴 수 있게 되죠.”

그동안 네이트에 들어간 마케팅 비용이나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아직 네이트 서비스를 통한 수익은 적다.
하지만 현재 수익분석에 따르면 점차적으로 무선인터넷 접속이나 무선인터넷 데이터 사용료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상반기 매출액 4조447억원 가운데 이동전화 매출이 3조5078억원인데, 무선인터넷이 2944억원으로 약 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2조9157억원 가운데 무선인터넷이 1034억원으로 4%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두배가량 증가했다.



지불결제 사업에도 박차


현재 네이트 서비스가 가능한 단말기인 cdma2000 1x의 보급률도 지난해 17.7%에서 2002년 6월말에는 40.5%로 증가했고, 7월에 현재 네이트를 접속해 사용한 고객 숫자는 약 680만명에 이른다.


SK텔레콤은 현재 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단말기 사업 분야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네이트에 연동되는 무선단말기는 휴대전화, PDA, 차량장착 단말기 등이 있다.
여기에 유선 PC 기반 서비스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라이코스 인수를 추진했다.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하면서 TV 역시 주요한 유선단말기로 부각됐다.
KDMC 인수 건 역시 TV를 통한 플랫폼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취한 행보다.
현재 KDMC에 대한 투자는 참여 종합유성방송 업체(SO)들이 확보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지만, SK텔레콤의 전략적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 가전제품쪽이다.
가전 역시 SK텔레콤이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적극적 투자가 예견된다.
하지만 아직 가전쪽으로는 ‘사업추진 여부를 검토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어떤 기종이 무선가전 단말기들의 ‘센터’가 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등 관련업체들이 전략적 제휴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앞으로 무선기술의 표준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SK텔레콤이 미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상태다.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 전략에 이어 특히 박차를 가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영역은 금융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지불결제 사업이다.
모든 비즈니스에는 돈이 오가고, 앞으로 금융과 통신의 융합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은 1650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데다 유통역량을 보유한 전국 영업망도 있다.
지불결제 사업 역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사업이다.
각종 신용카드와 멤버십 카드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전자화폐 등의 미래형 지불수단을 개발하는 등 더 편리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시한 모네타카드는 국내 금융 5개사와 OK캐쉬백이 제휴해 만들었다.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및 전자화폐, 멤버십 기능 등이 결합된 IC칩 기반의 카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드발급 건당 일정 금액과 카드사용액의 일정비율을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카드 삽입형 단말기는 모바일 결제를 현실화해 본격 M커머스(이동 상거래)를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SK텔레콤이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휴대전화로 모든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를 “지불결제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제수단을 한 단말기로 통일하는 이러한 원칩(One Chip) 기술이 상용화되고, 휴대전화 결제 기능이 강화되면, SK텔레콤은 기존의 유무선 포털인 네이트, 네모와 모네타 카드, OK캐쉬백의 고객 데이터 등과 연동되어 한 고객의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향후 이동통신 사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는 셈이다.
카드 사업 진출은 이런 전략을 염두에 두고 지난 95년부터 추진해왔던 SK텔레콤의 숙원이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단말기에 신용카드칩을 탑재한 이른바 ‘원칩’ 단말기를 출시해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약 3만점의 가맹점을 확보해 결제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증권가·신용평가업계 긍정적


SK의 공격적 투자와 서비스 확장이 가능한 것은 막강한 현금 동원력 덕분이다.
한마디로 돈이 많기 때문에 투자를 강화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은 과감히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돈 많은 SK텔레콤은 필요한 업체들을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는 반면, 돈 없는 업체들은 제휴 중심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근 민영화된 KT와 상호지분 문제를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현금이 필요한’ KT와 ‘아쉬울 게 없는’ SK텔레콤간의 신경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 평가다.


최근의 M&A에 대해 문어발식 확장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도 있지만,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SK텔레콤은 철저하게 영업과 관련있는 쪽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현금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최고등급인 AAA로 한단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기평 역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1위로 평가했다.
최근 KT 지분(9.55%) 인수를 포함한 일련의 M&A에 대해 국내 통신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적극적 평가도 덧붙였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이런 성장전략이 성공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SK텔레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만한 큰 변수는 없어 보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번호이동성 제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SK텔레콤의 수익구조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3세대 WCDMA 시장 역시 지지부진하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cdma2000 1x의 기술이 3세대 서비스에 뒤지지 않고, 투자한 비용에 대한 수익창출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3세대 시장에 투자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통신부 장관의 교체와 KT의 민영화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정보통신부와의 관계가 예전에 비해 껄끄러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SK텔레콤의 구체적 행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SK텔레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아직 KT 지분을 쥐고 있는 상태다.
어느 모로 보나 현재 네이트는 순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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