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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국제전화시장 ‘춘추전국’
[비즈니스] 국제전화시장 ‘춘추전국’
  • 이동철 기자
  • 승인 2002.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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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면 우리 아빠 어쩌나.” “00700이 있잖아.” 차범근, 차두리 부자의 다정한 대화가 TV에서 들려온다.
요즘 TV와 신문에는 00700 외에 10여개 통신업체들의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KT, 데이콤, 그리고 온세통신 등 기간통신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국제전화 사업에 휴대전화로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통신 업체가 잇따라 진입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폭넓게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1998년 이후 국제전화 사업의 규제를 풀어왔다.
이들 후발 업체는 5자리 식별번호를 갖는다.
별정통신 업체들은 유선사업자와 맞서기 위해 통화료를 대폭 내렸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로 저렴하게 국제전화를 이용하게 됐다.
한 별정통신 업체 관계자는 “기존 유선사업자의 국제전화 요금에는 거품이 많았는데, 후발 업체들이 등장해 이를 걷어냈다”고 말했다.


기간통신 사업자들은 지난해 국제전화 시장의 79%를 차지했다.
발신 통화량을 기준으로 한 비중은 이보다 낮은 61%에 그쳤다.
기간통신은 그동안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성을 무기로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유선사업자도 이젠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KT의 한 관계자는 “후발 업체의 가격인하 경쟁이 고민”이라며 “할인요금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 업체들은 광고와 가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다.
SK텔링크는 지난해 00700부문에서 5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텔링크는 현재 별정통신 업체의 국제전화 서비스 총매출액 중 33%를 차지한다.
후발 업체 가운데 최고의 시장점유율이다.
SK텔링크의 한 관계자는 “40억원으로 설립해 초기에 30억원을 광고에 투자했다”며 광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가격인하는 물론 SK텔링크의 적극적 광고가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손을 00700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앞으로 업체들간의 요금인하 경쟁으로 국제전화 서비스 수요가 늘어도 국내 총 매출액은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SK텔링크는 유연한 요금전략을 세우고 부가서비스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링크와 같은 후발 업체들은 기간통신 사업자에 비해 가격에서는 유리하나 인지도가 낮다.
따라서 광고에 적극적이다.
후발 업체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LG MRO의 관계자는 “지난해에 TV 광고를 했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가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라며 “잘 모르는 사람은 기존 유선전화를 이용하지만 가격을 따지는 사람은 숫자를 두자리 더 누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진폭을 줄여서라도 요금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간통신 업체와 별정통신 사업자는 동등하게 무한경쟁에 노출됐다.
국제전화 통화음질은 기간통신이나 별정통신이나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제전화 시장규모는 1조~1조2천억원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매년 5~7%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전화 시장의 성장세는 완만한 반면 공급 업체는 이미 충분히 많다.
후발 업체는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경우 생존할 수 없다.
물론 살아남느냐는 결정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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