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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주택 리모델링 투자전략
[재테크] 주택 리모델링 투자전략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8.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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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충하(가명·65)씨는 카운터에 앉아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월 600만원씩 25개월이면 1억5천만원. 2년 하고 1개월만 지나고 나면 투자원금을 다 뽑아내겠네.’

그는 애초 이태원에 있는 집을 원룸으로 개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부동산 컨설턴트는 고개를 저었다.
투자에 대비해 수익이 적다는 것이었다.
그는 컨설턴트의 조언을 따랐다.
운동을 할 수 있는 널찍한 마당과 시원시원한 거실…. 고치고 난 집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속 전원주택 같았다.
보증금 없이 월세 600만원을 받겠다고 했는데도 미군 장교 둘이 공동으로 입주하겠다고 나섰다.
월세는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왔다.
‘역시 컨설팅받길 잘 했군.’ 한씨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노을빛도 가신 늦은 저녁, 논현동의 한 24시간 편의점에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자 둘이 유리문을 밀며 들어선다.
“아저씨, 방 아직 남아 있어요?” 편의점 주인 김진석(가명·50)씨가 반색한다.
“방이 하난데. 두분 다 들어오시는 거예요?” 한 여자가 말한다.
“아뇨. 저만 들어갈 거예요.” 김씨는 유리문에 붙어 있던 광고지를 떼며 문 바깥으로 나선다.
“새로 지어서 방은 깨끗해요. 먼저 살던 아가씨도 깨끗하게 썼고.” 광고지엔 ‘원룸 10평 :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70만원’이라고 써 있다.


다른 지역 원룸 주인들은 공실률이 높아 마음 고생이 심하다지만 김씨에게는 그런 걱정이 없다.
빈 방이 나면 자신의 편의점에 광고지만 붙여도 금세 새 입주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입주자 중엔 술집 종업원, 24시간 식당 주인, 옷장수 등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150평짜리 건물을 원룸으로 개조하느라 3억7500만원을 들였다.
그중 1억5천만원은 입주자 보증금으로 메웠다.
2억2500만원을 투자해 매달 105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은행이자 1년치에 달하는 금액이다.
저금리시대에 이만치 높은 임대수익은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이다.



같은 값이면 주택 임대가 수익 높아


2~3년 전부터 시작한 주택 리모델링 열풍이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주택 임대는 상가 임대보다 수익이 높다.
상가 임대보다 경기를 덜 타 안정적으로 임대료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금융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있다.
삼성증권 세무컨설턴트인 김정수 차장은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세후 실질소득을 비교해보면 주택 임대가 상가 임대보다 연간 약 1천만원 정도 수익이 더 난다고 분석한다.


최근 면목동의 사무실 건물을 다세대 주택으로 개조한 심영철(가명·65)씨는 이전보다 4억5100만원 더 많은 전세금을 거둬들였다.
이전에 사무실 임대로 받은 돈은 전세로 4억7200만원. 이것을 3억6천만원을 들여 13가구가 살 수 있는 다세대주택으로 개조한 뒤 받은 전세금은 9억2300만원이다.
차액이 5억6300여만원에 이른다.
평당 전세금으로 따지면 172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부동산 가치가 2.6배 정도 늘었다.
리모델링을 설계한 리노플러스 최선호 부장은 “주거용 리모델링만큼 수익성이 높은 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회가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리모델링을 해 임대 가구를 늘리려면 지금 당장 허가부터 받아야 한다.
이르면 10월부터 주차장 설치 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9월 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주차장법안에 따르면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가구당 주차장 설치 기준은 1가구당 0.7대에서 1대로 강화된다.
한국예건 최문섭 사장은 “법 통과 이후에 다세대·다가구를 지으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강화된 기준만큼 입주 가구 수나 평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신축, 개축할 사람들은 이미 대개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강화된 주차장법이 시행된 이후엔 원룸 등 다세대·다가구 주택 공급 증가 속도가 둔해질 전망이다.
이런 조건은 법 시행 전에 지은 다세대·다가구 주택 주인들한테는 되레 유리하다.
원룸 공급이 최근 2년 동안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태고, 공급 증가 속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시장 경쟁은 줄어든다.
원룸 프랜차이즈 ‘칼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최 사장은 “지금도 원룸 공실률은 1% 안팎”이라고 전한다.
거의 대부분의 원룸이 꽉 차 있는 셈이다.



외국인, 야간업소 종사자 대상 리모델링 유망


피치 못하게 주차장법 시행 뒤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좀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전략은 법을 피해가는 것이고, 두번째 전략은 타깃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강화된 주차장법을 피해가는 방법은 침대 등 숙박 기능만 있는 초소형 주거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리노플러스 서용식 사장은 “이런 공간은 주거시설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차공간을 40평당 1대꼴로만 확보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수익성도 더 높일 수 있다.
공간을 작게 쪼갤수록 평당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미텔, 원룸텔이라고 불리는 이런 공간은 방 하나당 보통 2~2.5평밖에 되지 않는다.
주방, 샤워실은 공용시설로 설치한다.


서 사장은 여기에 유념할 점 몇가지를 덧붙인다.
세미텔이나 원룸텔엔 관리자 등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므로 최소 20실 이상 지을 수 있는 건물이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또 평당 개축비용도 180만원으로 원룸보다 30여만원 비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수익성이 높은 입주자로 타깃을 구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망 타깃은 외국인과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월 수입이 큰 많은 편이라 시설만 좋다면 비싼 임대료에 개의치 않는다.


동대문, 남대문 등 큰 시장 근처나 강남, 화곡동, 미아리 등 유흥가 주변은 원룸 유망지역이다.
술집이나 야식점 종사자나 옷 도매상 등 밤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곳 근처에 잠자리를 얻길 바란다.
이들은 낮에 집에 있기 때문에 월세도 제때 잘 낸다.
밤 늦게야 집에 들어오는 직장인, 학생 입주자들은 더러 월세를 제때 내지 않아 주인 속을 썩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텔이 아니라 자신의 원룸에서 ‘영업’을 하는 유흥업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는 세태는 감안해야 한다.


이런저런 잔신경을 쓰기 싫을 땐 아예 고급주택으로 리모델링해 외국인한테 통채로 임대하는 것이 좋다.
다국적기업의 직원, 미군 등 외국인들은 비좁은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자신의 직장과 가깝고 정원 등 여유공간이 많은 서구형 주택에라면 이들은 월 600만~70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선뜻 지불한다.
게다가 월세 임대에 익숙해 돈도 제때 잘 낸다.


따라서 이태원, 한남동 등 외국인이 많은 동네에 있는 주택은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외국인 대상 고급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유리하다.
단 반드시 단독주택으로 개조해야 한다.
외국인은 사생활 침해를 싫어한다.


새로 주택이나 사무실 빌딩을 구입해 리모델링으로 수익을 높이려 할 때엔 무조건 구조가 튼튼한 건물을 골라야 한다.
리노플러스 서 사장은 “골조를 다시 세우는 건 신축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만큼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하는 데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가 진단을 받은 뒤 건물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정 주차장법, 입지와 타깃층, 건물 구조 이 세가지는 주택 리모델링 계획 수립 때 꼭 챙겨봐야 하는 체크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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