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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시대의 ‘자릿세’
[기자수첩] 디지털 시대의 ‘자릿세’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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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맞아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겪는 불쾌한 경험이 있다.
야영장에 텐트를 치려 하면 어디선가 나타난 건장한 청년이 대뜸 자릿세를 요구하며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어설프게 따졌다간 이런 타박을 받기 십상이다.
“법대로 하라”고. 참, 돈을 울궈내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합법적’으로 돈을 거둬들이는 길이 많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비즈니스 모델 특허’다.
워낙 기술이 빨리 발전하다보니 조금만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곧바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특허가 생겨난다.
이건 정말이지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다.
이러다 보니 특허를 두고 분쟁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둘러싼 엠피맨닷컴과 10여개 MP3플레이어 업체간 특허분쟁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휴대전화 결제 관련 특허를 두고 시작된 다날과 모빌리안, 인포허브의 분쟁도 이미 법정싸움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지나친 특허권 주장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면서 관련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시작하려 해도 이곳저곳에 걸린 특허 때문에 좀체 일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특허요? 말도 마세요! 일 좀 할라치면 이곳저곳에서 특허료 내라고 아우성이니, 제품이고 기술이고 당최 개발할 엄두가 안 납니다.
” 얼마 전 만난 MP3플레이어 업체 임원의 하소연이다.
해수욕장의 ‘불한당’과 특허권자를 똑같이 여길 수는 없다.
땀 대신 힘으로 얻어낸 불한당의 자릿세와 달리, 특허권자의 권리는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노력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값진 열매를 더욱 가치있는 보배로 다듬는 ‘후학’의 노력도 존중해줘야 한다.
그가 소유한 특허권이 동료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되어선 안 된다.
특허권은 휘두르기만 하면 무한정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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