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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차사고 시시비비 ‘걱정 끝’
[비즈니스] 차사고 시시비비 ‘걱정 끝’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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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블랙박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돼 오는 12월부터 몇몇 승용차종에서 사용되고, 내년 상반기에는 트럭 등 상용차에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정식 명칭이 ‘자동차용 사고기록 장치와 사고기록 분석시스템’으로, 차사고 전후의 각종 충돌정보와 운전자의 운전성향 등의 자료를 자동으로 기록한다.


현대자동차 사내벤처인 이카 www.e-carr.co.kr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1년여의 공동개발을 거쳐 자동차용 블랙박스를 개발하고, 9월16일부터 현대차 EF쏘나타, 그랜저XG, 에쿠스 등 3종을 대상으로 주문을 받아 12월경부터 제품을 인도할 예정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손바닥만한 크기로, 기존의 운행기록계(타코미터)가 운행속도와 거리, 시간 등 3가지 정보만을 기록하는 데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중 사고발생시간과 사고속도, 충격량, 충돌각도, 상대차량의 속도 등 각종 충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기능이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전시간을 기록하는 비행기와는 달리, 사고발생 전 4분과 발생 후 15초 동안의 데이터가 저장된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생길 경우 운전자가 스위치를 눌러 작동시킬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사고 전후 차량의 주행궤적과 운전자의 주행상황을 그래프와 동영상으로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은 50만~70만원 사이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자동차용 블랙박스 개발에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교통공학과 관계자는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원인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사고순간 차량속도와 조향각도(운전대 꺾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블랙박스를 이용한다면 사고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블랙박스는 또 주행속도, 급가속, 급제동, 평균속도 등 운전자의 운전성향을 분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개인의 운전습관을 교정하는 데 이용하거나 보험사의 영업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사고위험 요소인 운전자의 난폭운전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이카와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로서는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이 사고율을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므로 가입고객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미국의 한 자동차보험사는 2000년에 블랙박스와 자동추적장치를 달아 운전할 경우, 사고율이 줄어 보험료를 평균 25%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카 김영환 대표는 “초기에는 객관적 데이터를 축적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수준에서 시작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용하는 자료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린화재는 지난 4월부터 관계사인 카스포가 만드는 타코미터를 부착한 차량에 대해 보험료의 10%를 할인하는 상품을 판매중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10월부터 대형 트럭, 버스 등 상용차에 타코미터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함에 따라, 여러 보험사에서 타코미터와 보험료를 연계하는 상품을 개발중이며, 내년 이후 블랙박스와 관련한 상품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블랙박스 사용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표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과수와 이카는 공동으로 표준안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현대차 한곳에서 제품을 만드는 상황에서 표준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어서, 블랙박스를 개발하고 있는 몇몇 업체의 제품이 출시된 뒤에야 본격 표준화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급발진 사고 등 돌발적 교통사고의 원인 규명에 유용하고,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습관을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설치 비용이 만만찮고 기록된 정보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도 있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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