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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무주택자 내집 마련 ‘찬스’
[재테크] 무주택자 내집 마련 ‘찬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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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없는 서민의 가슴은 뒤웅박 같다.
정부 정책에 따라 뛰어올랐다 가라앉았다 한다.
9월4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만 해도 그렇다.
집 없는 서민의 가슴은 최근 5년 동안 아파트 당첨 경험이 없는 사람의 당첨확률이 높아졌다는 대목에서 꿈에 부풀었다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비율을 낮춘다는 대목에서 피시식 쪼그라든다.


부동산투자 상담자들은 9·4대책이 서민들 내집 마련에 꼭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안의 집 없는 서민들한테는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신한은행 PB센터 부동산재테크팀 고준석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비율이 낮아진 만큼 나머지 액수를 신용대출로 빌릴 경우 이자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25평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지금까지는 주택담보대출로 최대 1억6천여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담보비율을 60%대로 낮추면 최대 1억2천여만원을 주택담보로 대출받게 된다.
나머지 4천여만원은 신용으로 대출받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금리 차이는 연 3% 가까이 난다.
이 경우 연 80여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은 늘 듯


사실 이자가 이 정도 오르는 것은 투기세력한테는 타격을 주지 못한다.
그들은 현금 보유력이 큰데다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내고 나가기 때문에 장기간 돈을 빌릴 일도 없다.
부담이 커지는 쪽은 집을 사기 위해 장기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이다.
도심 출근자는 투기과열지구 바깥에서 출퇴근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당첨 경험이 없는 무주택자들은 대책 시행 이후 청약경쟁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 큰 위안을 준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1순위 행사권을 상실하게 된 사람들의 마음은 다급하기만 하다.
이들은 적어도 10월말까지는 분양권을 당첨받아야 한다.
11월부터는 1순위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1순위자 147만여명 중 40여만명에 달한다.
모두 1가구 2주택자이거나 최근 5년 동안 아파트 당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엔 임대주택 세입자, 최근 5년 동안 당첨은 됐지만 사정상 계약을 하지 못한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더군다나 이젠 무조건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도 돈을 버는 시절도 끝나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아파트값 하향 안정세가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뚜렷히 둔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7~10%보다 낮아진다면 대출받아 집을 사는 이점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내집 마련은 한시라도 빨리하는 게 낫다.
정부 정책만 바라보면서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간 집값이 더 올라 가슴 치며 후회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팀장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올해 들어 벌써 네차례나 발표됐는데 아파트값은 상반기에만 10% 가까이 올랐다”고 지적한다.
정부 처방이 정책 담당자들의 바람만큼 큰 효험은 없었다는 뜻이다.


건설교통부는 주택보급률 100% 시대가 눈앞에 왔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주택공급 물량은 부족하기만 하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 한파로 줄어든 주택공급 물량은 올해까지는 회복단계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 공급은 98년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로 더 줄어들었다.
지난해 시작된 저밀도지구 재건축 사업으로 이주 수요는 늘었다.
독신자, 독거노인도 증가 추세다.
고 팀장은 “독거세대 수만 해도 200만에 이른다”며 “실제 주택이 필요한 세대 수로 계산하면 보급률은 70%대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희망평수 줄이면 경쟁 우위


우리 주택시장은 수요공급 법칙만으로는 예상하기가 어렵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투기세력이 달라붙어 더 끌어올리고,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곧바로 집값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주택보유자들은 주식보유자들과 달라 부동산시장이 위축돼도 웬만하면 산 가격보다 싸게 팔려들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다시 와 부도나 이민이 늘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정부 정책도 효력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선 내집은 빨리 장만할수록 이득이다.


아파트 당첨 경력이 없거나 당첨된 지 5년이 지난 무주택자는 지금이야말로 집도 장만하고 투자이익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1월 이후엔 1순위 경쟁자가 줄어들고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투기과열지구 안에 맘에 드는 단지를 지금부터 골라두자.

11월 이후 1순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은 얼른 내집 마련 계획을 수정하는 게 좋다.
9~10월 분양 물량을 노리는 것이다.
서울에선 10월초 9차 동시분양을 통해 14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중 양천구 목동 금호, 노원구 상계동 한일은 300가구 이상 단지이고 서초동 월드, 역삼동 이수 등 나머지 단지는 규모가 작다.
인천 삼산지구 신성과 남양주 호평지구 금강주택도 9월말~10월에 새 아파트를 공급한다.
9월6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 화성시 일대의 일부 주택 업체들은 분양시기를 11월 이전으로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챙겨볼 만하다.


물론 높은 경쟁률은 피할 수 없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어쩔 수 없이 1순위에서 밀려나는 투자자들이 몰려 10월까지 청약대란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분양 희망 평수를 줄이는 것도 한방법이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 공급 물량의 50%는 만 35살 이상 5년 이상 무주택자라면 당첨 경력 여부와 상관없이 우선 분양되기 때문이다.
설사 여기서 떨어지더라도 일반 1순위 청약자와 함께 나머지 50%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준다.
평형 변경은 가입 2년이 지난 1순위 청약통장만 가능하며 변경절차는 입주자 모집 공고 전날까지 마쳐야 한다는 점은 유념해두자.

다른 방법은 때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2~3년 정도 지나면 저밀도 재건축지구 분양 물량이 나온다.
현재 서울 강남의 청담, 도곡과 잠실 시영, 서초 반포주공, 강동 암사, 강서 방화동 지역 등 5대 저밀도지구가 재건축에 들어가 있다.
부동산114 김혜현 차장은 “이 지역은 주거환경뿐 아니라 투자가치도 높다”고 추천한다.
가격 상승세가 큰 지역이라면 양도소득세를 더 내더라도 투자하는 것이 낫다.
차익이 그 이상 크기 때문이다.


또 기다리다 보면 정부 정책이 바뀌어 자기가 집을 사길 원하는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벌써부터 서울 강북 등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지역에선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부당하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런 여론을 어떻게 반영할지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청약통장은 일반 통장보다 이율이 높고 세금 혜택도 있다.
1순위가 아니더라도 청약통장은 해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매·급매는 여전히 매력적


내집 마련을 싸게 하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급매와 경매다.
급매와 경매로 주택을 사면 시가보다 적어도 10%, 많게는 30%가량 싸게 살 수 있다.
경매로 집을 쌀 땐 신한은행 고준석 팀장은 경매진행 기간이 오래 걸리는 물건, 유찰이 많이 된 물건을 노리라고 귀띔한다.
경매기간이 오래 걸리는 건 경매물건에 소유자, 채권자, 임차인 등 이해관계인이 많고 복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찰이 많이 된 물건은 통상 기피물건으로 분류돼 다른 경쟁자들의 눈에서 멀어지곤 한다.
경매기간이 긴 물건은 법률적 권리분석이 별로 어렵지 않아 초보한테 좋고, 유찰 물건은 법원감정가와 매매시세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 평가차익을 내기가 좋다.


급매 물건을 사고 싶을 땐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친해지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인터넷에 올라 많은 사람들한테 공개된 물건은 이미 급매 물건이라고 볼 수 없다.
급매 물건은 계약 즉시 혹은 계약 후 10일 이내에 잔금을 처리해야 하는 물건으로, 시가보다 적어도 10% 이상 싸게 나온다.
집주인이 부도나 이민 같은 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집을 사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그 동네 부동산중개업소부터 찾아가자. 인터넷 시대에도 좋은 집을 싸게 살 기회는 발 빠른 사람한테 먼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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