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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외환거래 일반인에게도 열렸다
[비즈니스] 외환거래 일반인에게도 열렸다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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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달러화 등 외환을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은행 www.seoulbank.co.kr은 인터넷 외환거래시스템(IBS)을 개발한 에스엔뱅크 www.forex.co.kr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처음으로 9월17일부터 ‘사이버 환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IBS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받은 사자 주문과 팔자 주문의 환율이 일치하면 매매를 성사시키고, 양쪽으로부터 각각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거래수수료는 체결금액의 0.075%여서, 창구를 통해 전신환 거래를 할 때의 0.99%보다 낮다.
IBS를 이용하려면 우선 서울은행을 직접 방문해서 인터넷뱅킹에 가입하고 환전거래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다음 서울은행이나 에스엔뱅크의 홈페이지에서 IBS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 두곳의 외환거래시장을 통해 은행, 종금사, 증권사, 보험사 등 외국환은행 회원사의 전문 딜러들만이 외환거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IBS를 이용하면 개인 또는 중소기업도 수출입결제, 환전, 환위험관리 및 환테크 등을 위한 외환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제3의 외환시장’으로 자리잡을지 관심거리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개인 사이에는 외환을 직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IBS방식은 자칫 법을 어긴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IBS는 은행이 사는 쪽, 파는 쪽과 각각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이어서, 거래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은행이다.
서울은행 전자금융팀 최정오 부팀장은 “기존 거래시장과 거래체결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고 재정경제부의 사업승인을 얻는 과정이 1년 정도 걸렸다”며 “거래를 시작한 뒤 한국은행으로부터 매일 몇번씩 전화를 받는 등 주목대상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방식은 기존 법이 허용하는 경계선에 절묘하게 위치해 있다.


서울은행은 현재 수출입결제 및 환전거래를 위한 현물환매매를 시행하고 있으며, 10월 중순부터 선물거래와 비슷한 성격인 마진현물환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은 월~금요일 오전 9시반~오후 4시반에만 이용할 수 있으나, 11월부터는 24시간 내내 시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최 부팀장은 “24시간 운영시스템이 자리잡게 될 경우 이르면 연말께부터 엔화와 위안화까지 거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물환매매는 계좌잔액을 한도로 1건당 100~100만달러를 사고 팔 수 있다.
기존 거래시장에서 건당 100만달러 이상 대량으로만 거래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소매시장’인 셈이다.
은행쪽은 보통 건당 10만달러 밑으로 거래하는 중소업체를 주요 타깃으로 잡고 있다.
최정오 부팀장은 “9월25일 거래량이 22만9천달러였으며, 연말에는 매일 2천만~3천만달러 정도가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환전수수료 수입보다는 IBS 거래를 위해 신규로 증가할 고객의 예금, 수출입거래 수수료 등 부대수입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10월 중 실시될 예정인 마진현물환 거래는 사전에 입금한 보증금의 20배까지 주문을 낼 수 있다.
거래가 체결되더라도 보유 포지션을 반대거래를 통해 청산하지 않는 한 결제일이 자동 연장되어 달러화의 현물 수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중소기업 등이 결제대금을 헤지(환위험 회피)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수수료를 0.01%, 연장수수료를 0.008%로 저렴하게 매길 예정이어서, 잦은 거래를 통해 차익을 남기려는 환투기도 가능하다.
최정오 부팀장은 “헤지가 주된 목적이지만 시장이 커지려면 투기자도 참여해야 하며, 양쪽 비율은 반반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은행은 IBS거래의 수익성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현물환거래를 통한 수익만 약 4억2천만원으로 예상하며, 2004년에는 약 17억7천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비교적 보수적 예측치를 제시했다.
한편 에스엔뱅크는 IBS를 특허출원중이어서, 몇몇 시중은행이 추가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참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은행은 앞으로 다른 은행이 신규로 뛰어들더라도 시장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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