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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몽준 대선 후보의 정책 좌표
[초점] 정몽준 대선 후보의 정책 좌표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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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은 9월18일 대선출마 선언문을 통해 “성장 제일주의를 배격하겠다”고 밝혔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성장 제일주의는 획일적 가치기준 등 여러 폐해가 있다”며 “고용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년 5% 이상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후 TV토론에서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제발전은 문제해결책이 아니다”며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같은 정 의원의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인으로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재벌 2세라는 ‘신분’과는 거리가 먼 발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정 의원의 참신성에 호감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선출마 선언 전까지만 해도 정 의원은 유명세에 비해 구체적 정책방향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 의원에 대한 평가는 잘못된 선입견과 맹목적 신뢰가 뒤섞여 있었다.
출마선언 이후 정 의원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자신의 정책 좌표를 드러내고 있다.



“주택 안정, 강남·강북 불균형 해소해야”


정 의원의 경제관 중에서 세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재벌문제다.
그는 9월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정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기업이 커져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30대 그룹에 속하지 않은 기업들은 거기에 들어갈 경우 규제가 많아지니까 안 커지려고 한다”며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서는 “당분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함을 인정했다.


금리논쟁에 대해서는 “지금은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9월25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이런 과다한 통화량이 아파트값 상승의 일부 원인이라는 지적은 맞는 말”이라면서도 “이것은 모두 교과서에 나와 있는 말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모두가 불황”이라며 “불황에 빠져들지 않도록 방어벽을 쌓는 데 노력해야 한다.
더이상의 금리논쟁은 그만하고 불황 대비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실시된 빅딜과 관련해서 그는 정부의 개입을 비판했다.
그는 9월19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정부의 고유권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개입방식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며 “거대한 규모의 회사들을 한데 묶는 빅딜에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식의 개입은 지나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특히 “시장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라는 이야기는 은행들이 독립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하는데 은행의 투자심사, 인사 등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에 시장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고교평준화를 해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그는 “교육도 서비스 산업인 만큼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는 소비자 수요에 맞추기 위해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공교육 질 저하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평준화 제도를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육 시스템을 시장 중심으로 개혁하겠다.
국적 없는 조기유학생을 양산할 것이 아니라 외국의 교육 시스템과 유명 학교를 과감히 수입해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주택정책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많은 발언을 했다.
그는 “아파트값 폭등을 잠재우려면 강북, 강남 등 지역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택보급률과 관련해 “선진국은 별장 등을 소유하는 사람들 때문에 120% 내지는 130%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도 보급률을 이같이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먼 곳에서 출퇴근할 수 있도록 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주장했던 아파트 반값 공급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아파트를 짓는 데는 택지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시가 구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3~5년 전 미리 사기만 하면 현재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토의 2%만 택지로 공급하면 아파트는 반값으로 내려간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9월28일 KBS TV <심야토론>에서 “은행 민영화 대상에 외국자본을 포함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주요 은행 중 정부 공적자금이 상당히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큰 딜레마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은행이 국영기업화돼 있는 것이다.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수 주체로 외국자본을 포함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주 5일 근무제, 일방 추진 회의적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정 의원은 대체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민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100분 토론>에서 정 의원은 “남한이 이미 러시아, 중국과 수교한 이상 북한도 미국, 일본과 수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우리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미흡했을 뿐 아니라 용어상 그것이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 등으로 표현되어 오해를 불러올 소지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심야토론>에서는 “평화적 통일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사실 이 두 단어는 상반된다.
평화와 통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평화를 선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100분 토론>에서 “근로자들은 실질임금이 줄어든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고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을 들어 주5일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근로자들과 기업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밀어붙이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의외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부자들일수록 오히려 소위 말하는 진보정당에도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고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죄가 삭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10월1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는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을 글로 쓴 게 집에 두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백기완 선생님은 가장 존경하는 분 중 한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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