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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보고서] 일본, 대북사업 ‘돌다리 두들기 듯’
[노무라 보고서] 일본, 대북사업 ‘돌다리 두들기 듯’
  • 오태헌/ 노무라연구소 서울지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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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일본의 대북한 비즈니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처음으로 북한이 납치 피해자의 안부를 확인해주고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함으로써, 북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머지않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협상에서는 일본의 대북 경제원조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과거 한국에 그러했듯 국교 정상화를 한 뒤 배상,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상·무상의 경제협력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규모는 수천억~1조엔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 방식은 정부개발원조(ODA) 형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수천억엔 규모로 북한의 인프라 정비작업이 추진되면 일본 기업에게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1970년대까지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보상이 일본 종합상사와 대형 건설회사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으며, 일본 기업들의 국제화를 심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역시 일본의 종합상사나 대형건설회사에 뜻밖의 특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의 대북 비즈니스는 암중모색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이 북한에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대금 지불과 관련한 불안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정부개발원조(ODA)의 경우 국제기관을 통한 사업을 제외하면 북한 정부가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북한이 무역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한 채무 불이행 위험은 수주한 기업이 안게 된다.
일본의 대형 건설회사도 매출 경쟁을 벌이던 90년 전후까지는 해외에서 다소 리스크가 있는 공사라도 서로 경쟁하여 수주하려 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이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여간해서 나서지 않는다.
해외 대규모 공사에서 지불이 원활하지 않으면 건설회사의 존속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중국에서 공사를 수주할 때 원칙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기업으로 한정하는 건설회사도 적지 않다.
북한의 또 다른 리스크는 잠재된 소송 가능성이다.
전쟁 중 강제연행, 강제노동에 대해 언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일본제철, NKK 등 몇개 기업이 소송을 제기한 한국인, 중국인과 화해한 사례가 있다.
소송에 휘말리면 대부분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기 마련이다.
강제노동은 광산이나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더라도 동일한 재벌 이름을 쓰고 있으면 소송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
비즈니스의 최대 장애는 무엇보다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 상거래와 거래가 멀었던 국가라 앞으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조차 예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본 기업 대부분은 북한에서 정상적 비즈니스가 가능한 사업 환경이 정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과거 중국에 진출할 때도 구미와 한국 기업의 진출 동향을 관망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런 비즈니스 행태가 북한 진출이라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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