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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극심한 가뭄에 경제 ‘몸살’
[호주] 극심한 가뭄에 경제 ‘몸살’
  • 시드니=권기정 통신원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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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째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으로 호주 경제에 먹구름이 끼었다.
호주 농업자원경제국(ABARE)은 이번 가뭄이 호주 경제에 38억호주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을 0.5% 정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게다가 극심한 가뭄으로 호주 전역에서 빵, 국수, 쌀 등 기본 식료품과 면 소재 의류 가격이 최고 2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뭄으로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농촌과 도시에서 각각 6800명과 51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이번 가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농민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농산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민들의 현금 회수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호주 농민들이 올린 소득은 모두 99억호주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전망치는 37억호주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한해 사이에 농민 소득이 63%가량 줄어든 걸 뜻한다.
농업자원경제국은 특히 축산업자들의 피해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3월 이전에 가뭄이 끝난다 하더라도 그 피해는 2004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밀 등 생필품 가격 천정부지


위렌 트러스 연방 농업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뭄 현상이 농촌지역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것뿐 아니라, 소매업부문에도 고통을 줄 게 분명하다”며 “그 여파는 대도시까지 파급될 것”으로 말했다.
실제로 가뭄 피해는 이미 대도시 장바구니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5개에 2호주달러 정도에 팔리던 오이가 최근에는 1개에 1.50호주달러에 팔리는 실정이다.
각종 채소 가격도 하늘로 치솟고 있다.
축산 농가들의 대량 매매와 축산업 포기가 잇따르면서 육류제품과 유가공제품 가격은 크게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곡물과 채소 가격 상승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
이미 호주인들의 주식인 빵 제조업자들은 빵가격을 5% 이상 올렸다.
이밖에도 호주인들이 아침식사와 스낵용으로 즐기는 시리얼 제품은 8~15%, 스파게티 등 각종 국수류는 8%, 그리고 식물성 식용류제품은 16%가량 추가로 인상될 전망이다.


이처럼 일부 제품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하자 농업자원경제국은 “가뭄으로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 압력이 있다 하더라도 전반적 물가수준이 터무니없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며 서둘러 진정에 나섰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이번 가뭄을 핑계삼아 부당한 방법으로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업체들을 고발하기 위해 주요 슈퍼마켓 등에 순찰을 강화했다.
“소비자들은 기본 곡물 제품 가격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으면 즉시 위원회에 신고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한편, 1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기상 재해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가뭄에 대해 일부 농민들은 정부 주도의 담수개량 사업으로 피해가 더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호주 정부는 수자원 보호를 위한 담수개량 사업을 벌이면서 뉴사우스웨일스주 등 일부 지역에서 용수 사용량을 예전의 90%까지 억제했다.
정부의 담수개량 사업이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는 비난 여론에 호주 정부는 담수개량 사업의 직접 피해는 피해액 370만호주달러, 실직자 수 48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농민들의 볼멘소리를 일축하고 있다.
단비를 간절히 바라는 농민들의 마음과는 달리 본격 여름철로 접어들고 있는 호주에는 당분간 비 소식이 없을 전망이다.
호주 기상청은 앞으로 3개월 동안은 더욱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며 특히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에는 올해 총 강우량이 예년 평균 강유량의 50%에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호주 경제에 언제쯤 청신호가 켜질지, 극심한 가뭄은 하반기 호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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