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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대한생명 2위 도약 절치부심
[비즈니스] 대한생명 2위 도약 절치부심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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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 3위 다툼은 의미가 없어질 겁니다.
대한생명이 확고부동한 2위로 부상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삼성생명·교보생명과 함께 생명보험 ‘빅3’로 꼽히는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이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되면서 생보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생명보험 시장에서 빅3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 7월말 기준으로 보험업계 총자산의 81.2%(삼성생명 44.9%, 교보생명 18.7%, 대한생명 17.6%)를 이들이 소유하고 있다.
7월 한달 동안 걷어들인 보험료 중에서도 75.7%(삼성생명 37.6%, 대한생명 20.1%, 교보생명 18.0%)가 빅3의 몫이었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전체 보험시장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이 벌이는 치열한 2위 다툼이 관심을 끈다.
총자산 규모에서는 교보생명이 앞서지만 수입보험료 등 다른 지표에서는 대한생명이 앞선다.
1999년 최순영 전 회장이 구속되고,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부실 보험사’라는 오명에 발목을 잡혀온 대한생명은 이번 기회에 확고한 2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보생명도 9월30일 기존 조직의 20%에 해당하는 1180명을 명예퇴직시키는 등 전열정비에 나섰다.


대한생명의 저력은 탄탄한 영업 조직력에서 나온다.
99년 이후 계속된 시련 속에서도 특유의 조직력은 건재하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와 직원들의 맨파워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새 경영진이 제대로 된 비전만 제시한다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근 대한생명 노동조합 조직국장도 “최순영 전 회장이 돈을 딴 곳으로 빼돌렸기 때문이지, 영업에서 적자가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예금보험공사가 100% 지분을 갖게 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계속해왔다.
21개나 되던 자회사는 통폐합·매각·청산을 통해 신동아화재와 63시티 2개만 남았다.
직원과 지점, 보험설계사도 큰 폭으로 줄었다.
외형 키우기에 집착한 밀어내기식 영업 관행도 사라졌다.
잘못 판매한 보험상품은 그대로 부실로 돌아온다.


대한생명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종신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기민함을 발휘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신보험은 박사급 등 고학력자를 보험설계사로 내세운 외국계 보험사들의 전유물이었다.
대한생명은 2000년 4월 재무설계사(FP) 양성센터를 설치해 기존 보험설계사들을 재교육하기 시작했다.
변액보험과는 달리 종신보험은 별도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야만 판매할 수 있다는 법적 규제가 없다.
‘보험 아줌마’들을 앞세운 대한생명은 종신보험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2001년 86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한생명의 재도약엔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
무엇보다 새 주인인 한화그룹의 보험사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대주주로 있던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았고, 한화파이낸스는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한화의 ‘경영능력’은 매각심사 과정에서 최대 논란거리이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판매보다 유지·관리가 더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며 “일반 경영이론을 보험업에 무조건 적용하려고 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인수결정이 발표된 직후 “M&A 전문가, 경제연구소 전문인력 등 극소수 인원만 파견할 것”이라며 “대한생명은 독립경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 본계약이 체결되는 대로 자산실사작업에 들어가 10월 안으로 끝마칠 예정이다.
그 이후 한화가 제시할 경영 청사진에 ‘독립경영’ 원칙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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