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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빈민 소액대출 나선 신나는조합 강명순 목사
[사람들] 빈민 소액대출 나선 신나는조합 강명순 목사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2.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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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입니다.
또 많은 경우에 대물림됩니다.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보탬을 줘 가난의 악순환을 끊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강명순(50) 목사는 1999년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신나는조합’에서 빈민을 위한 대출을 시작했다.
신나는조합은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한국지부격으로, 극빈층에게 담보 없이 소액을 대출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은 76년 무하마드 유누스가 설립했다.
일시적 자선이 아니라 빈민들이 자립 기반을 쌓도록 돕기 위해 신용만으로 장기에 걸쳐 돈을 빌려준다.
그라민은행은 42명에게 27달러를 빌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이제 240만명에게 3조3600억원을 대출해준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신나는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신나게 빌려서,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벌어서, 신나게 갚자는 뜻으로 이름을 신나는조합으로 지었어요.”

강 목사는 70년대 중반부터 서울 사당동 판자촌에서 무료 유치원과 구호사업을 벌였다.
이 공로로 99년에 여성단체한테서 ‘올해의 여성’상을 받고, 라디오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다.
마침 그라민은행의 빈민대출을 후원하던 씨티은행은 한국에서 이 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씨티은행 담당자가 이 방송을 듣고 저에게 연락했죠.”

조합 운영자금은 씨티은행이 대고 종잣돈 5만달러는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이 댔다.
그 돈으로 지금까지 50여명이 대출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돈은 엿장사, 노점상, 애견사육장의 밑천으로 들어갔다.


“신나는조합 운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단지 금전적 도움만을 제공하는 데 만족하지 않아요.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신나는조합은 자산 규모가 3천만원 이하인 도시민이나 3천평 이하의 땅을 가진 농민을 대상으로 한다.
경제력과 교육 정도가 비슷하고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 5명에게 대출해준다.
서로 보증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사람당 100만원씩 500만원까지, 연리 4%로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는 매주 받는다.
소액이지만 저축도 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두레일꾼’이라는 상담사가 대출받은 사람들에게 사업과 관련한 교육을 해준다.


“공짜로 돈을 줄 경우 잠시 배고픔을 피할 수는 있지만 빈곤의 악순환은 끊을 수 없죠.” 강 목사는 이들로 하여금 남의 돈 귀한 줄 알고, 자신들이 직접 삶을 경영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주위의 불신을 꼽는다.
“처음에 주위에서 모두 안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떼어먹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좋은 집과 고급 차를 가진 사람들이죠.”

강 목사는 신나는조합에서 대출받아 자활 기반을 닦은 예로 박아무개(37)씨를 들었다.
박씨는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500만원을 빌려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이 들어 장사를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강 목사와 두레일꾼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리를 잡았다.
박씨는 이제 번듯한 식당의 사장님이 됐다.


그러나 신나는 조합은 아직 번듯하게 독립하지 못한 처지이다.
연리 4%의 저리로는 남는 것이 없다.
운영자금은 설립 이후 내내 씨티은행이 대줬다.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는 많이 걸려오지만 조합에 출자해주겠다는 전화는 많지 않다.


“신나는조합 사이트 www.joyfulunion.or.kr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신나는조합에 출자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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