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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외식 브랜드 춘추전국시대
[커버스토리] 외식 브랜드 춘추전국시대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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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롯데가 패밀리 레스토랑 TGIF www.tgif.co.kr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외식업계는 긴장했다.
백화점, 패스트푸드점, 호텔, 식품제조업 등 대표적 소비업종을 두루 갖춘 거대그룹 롯데가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인수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넘어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롯데가 막강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무기로 외식업계를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롯데는 TGIF를 운영하고 있는 (주)푸드스타의 최대 주주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75% 중 70%를 50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TGIF 인수에는 그동안 삼성에버랜드, 신세계, CJ(옛 제일제당), LG아워홈 등 외식업에 발을 들여놓은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롯데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롯데그룹은 일찍이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를 통해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6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려 2위인 2700억원의 맥도날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전국 매장 수도 750여개에 달해 맥도날드의 2배가 넘는다.
TGIF는 1998년 10개 매장에서 3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코코스를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후 4년째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19개 매장에서 7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선두 TGIF에 베니건스 바짝 추격


TGIF는 지난 8월1일 롯데그룹 경영지원실 채정병 전무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롯데계열사로 정식 출범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올해 개장하는 인천점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까지 6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 공개됐을 뿐이다.
업계의 우려는 기우였을까. TGIF 최종필 마케팅팀장은 “롯데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TGIF는 롯데리아나 롯데백화점과 전혀 달라서 도움받을 게 없다”며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이뤄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롯데가 업계의 반감을 줄이기 위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서비스, 인테리어, 매장운영 등에서 패스트푸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과연 롯데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외식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현대종합상사도 외식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상사는 이미 매장 후보지로 강남지역의 네댓 곳을 선별해놓고 기업이미지통합(CI) 전문업체에 프랜차이즈 로고 제작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채권단의 동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11월초께 사업의 범위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수출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한계를 느껴 그동안 내수사업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연구했다”며 “그 첫번째 결실이 외식사업”이라고 밝혔다.


외식업 진출에 적극적인 대기업은 주로 이미 급식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현대백화점 계열의 단체급식업체인 현대 지네트 gnet.e-hyundai.com는 9월26일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 지하 1층에 160석 규모의 퓨전 레스토랑 ‘휴레아’ 1호점을 열면서 외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 지네트 이석찬 차장은 “휴레아는 현대백화점이 앞으로 외식업계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현대백화점의 고급 이미지에 지네트의 케이터링 노하우를 접목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내년에 추가로 2∼3개점을 열어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미 외식업에 진출한 업체들도 서둘러 체제를 정비하거나 몸집을 키우며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 www.bennigans.co.kr는 10월1일 롸이즈온(riseON)이라는 법인명으로 동양제과로부터 독립했다.
자본금 54억원, 종업원 수 1천여명의 외식 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출범한 롸이즈온은 이번 분사를 계기로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고 신규 매장을 적극 늘리는 등 공격적 경영을 할 계획이다.
2003년에는 최고급 레스토랑 ‘미스터차우’와 ‘유로차우’를 오픈하고 이후 최고급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등 고급 브랜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베니건스는 95년 11월 대학로에 1호점을 연 이래, 현재 총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492억원, 경상이익 24억원을 달성했다.
롸이즈온은 오는 11월말 문을 여는 명동점을 포함하여 총 16개의 매장을 통해 올해 매출액 7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베니건스는 업계 1위에 올라서기 위해 매장 확대에 온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에 업계 1위인 TGIF가 인수협상과정에서 주춤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베니건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70억원 증가해 반기 격차가 44억원으로 좁혀져서 활력이 붙었다.
그러나 롯데의 TGIF 인수로 역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견 업체들도 출점경쟁으로 맞대응


패밀리 레스토랑 스카이락과 스테이크 레스토랑 빕스를 운영하는 CJ그룹계열의 CJ푸드빌 www.foodvill.com은 지난해 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 판다로사를 인수해 공격경영의 포문을 연 이후 지난달 이마트가 운영하던 패밀리 레스토랑 ‘이 투게더’를 인수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CJ푸드빌은 이 투게더를 스카이락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스카이락은 44개 매장을 거느린 거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성장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내년까지 빕스 매장을 18개로, 스카이락 매장을 60개로 늘릴 계획이고 하반기에는 제3의 외식 브랜드인 한식 브랜드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도 진행중이다.


CJ푸드빌은 2000년 제일제당 외식사업부에서 독립한 이후 매년 100% 이상 성장했다.
특히 CJ푸드빌은 스카이락과 빕스의 객단가(1인당 평균지출비용)가 각각 7천원대와 1만6천원대로 차별화돼 상이한 고객층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
CJ푸드빌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 올해 1천억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CJ그룹은 계열사 CJ푸드시스템을 통해서도 외식업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인천 국제 신공항터미널 동관에 19개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16개 점포를 직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 고기뷔페 레스토랑 두푸원(DOOF1)을 개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95년 고기뷔페 레스토랑 ‘까르네스테이션’을 열어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푸드시스템은 외식사업 확대를 위해 새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풀무원은 자회사 ECMD를 통해 올해 3월 커스타푸로부터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란치오와 브루스케타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6년 이탈리아 레스토랑 베네치아 개점을 시작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고 99년에는 캐주얼 레스토랑 투모로우를 오픈했다.
한식당 성원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LG유통에서 분사한 아워홈은 최근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 3호점을 냈다.
아워홈은 이미 99년부터 LG강남타워 지하에 동남아 음식점 실크스파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국토개발은 코트라 내에 양식당 코트라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의 공격적 사업확장에 맞서 중견기업과 외식전문업체들도 잇따라 매장 수를 늘리거나 신규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올해 안에 울산과 사당점을 열어 매장을 22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밖에 스파게띠아, 토니로마스 등 4개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썬앳푸드는 연말께 새로운 브랜드를 출범할 예정이다.
중식당 엉클웡스와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를 운영하는 아모제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테이크아웃 전문점 ‘카페 아모제’를 길거리 매장으로 확대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한식 전문점 사업도 시작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식업체들의 확장계획에 대해 “업계의 특성상 적절한 입지를 찾지 못한다면 확장계획은 계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TGIF 최종필 팀장은 “몇개 오픈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매장을 할 만한 장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CJ푸드빌 김수기 팀장도 “매장 확장의 관건은 입지 선택”이라며 “250석 이상 되는 규모의 매장을 할 만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앞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이 대중화되면 작은 규모의 매장이 등장할 가능성도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묻지마 진출’은 곤란 지적


서울에서 매장확장에 한계를 느낀 외식업체들은 최근 지방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TGIF, 베니건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마르쉐, 스카이락 등 선두그룹이 대전과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중에서도 부산과 대구지역이 집중 공략대상이다.
전체 지방 점포의 80%가 이곳에 집결해 있다.
다른 지역은 스카이락만 진출한 상태다.


외식업체들의 지방 진출에 대해 CJ푸드빌 김 팀장은 “서울에서 입지선정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방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부산은 외국 문화 흡수가 빠른 곳이라 패밀리 레스토랑 진출이 어렵지 않지만 대구와 다른 지역은 아직까지 서울에 비해 성과가 부진하다”며 “여러 업체에서 앞다퉈 매장을 내는 이유는 선점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잇따른 외식업계 진출과 확장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푼돈’을 벌기 위해 마구잡이로 ‘돈 되는 사업’에 진출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이미 패스트푸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리아를 통해 외식업에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다”며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TGIF를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보면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초기투입 비용이 매장당 30억~40억원에 이르는데다 일정 수의 매장을 두고 있어야 수익성이 확보된다”며 “최소비용이 수백억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개인이나 중소기업에서 하기보다는 대기업이 하기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식산업은 유망산업이자 현금산업이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한때 업계 1위를 차지했던 신동방 계열의 코코스의 경영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호재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외식업체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패밀리 레스토랑과는 달리 사무실가의 음식점은 주5일 근무제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FSC외식경영연구소 함동철 소장은 “1만달러 소득수준치고는 우리나라 음식문화는 상당히 발달해 있고 아직까지 가능성이 많지만 철저한 시장조사와 치밀한 운용계획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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