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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삼성·LG, ETF 시장에서 ‘으르렁’
[비즈니스] 삼성·LG, ETF 시장에서 ‘으르렁’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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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컨소시엄 대 LG컨소시엄. 상장지수펀드(ETF) 전쟁이 시작됐다.
삼성컨소시엄은 삼성투신운용이 깃발을 들고 굿모닝신한, 삼성, 한국투신증권 등 국내 3개사와 살로먼스미스바니, CSFB, 도이체증권이 그뒤를 따른다.
LG컨소시엄은 LG투신운용의 주도로 LG, 현대, 대신, 대우, 동원, 동양, 제일투자, 한화, 브릿지, 하나증권 등 국내 10개 증권사가 행군한다.
KOSPI200 지수에 대한 ETF 운용에선 삼성투신과 LG투신이, KOSPI50 지수에 대한 ETF 운용에선 한국투신과 제일투신이 맞붙는다.


여의도에선 이 두 컨소시엄의 격돌을 삼성과 LG 두 그룹의 자존심 대결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전자, 증권 등 기존 시장에 이어 새롭게 열린 ETF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EFT 담당자는 “지금까지는 제도 등 시장 기반 마련을 위해 양쪽 진영이 공동으로 대처했지만 이제 한 시장을 두고 다퉈야 하는 때가 왔다”며 “두 그룹의 자존심 대결로 보는 시선이 많아 부담감이 상당히 많다”고 토로했다.


전쟁의 시작은 예상보다 규모가 작았다.
ETF 공모 청약 마지막날인 10월9일, 삼성투신에는 1765억원, LG투신에는 1176억원, 한국투신에는 500억원, 제일투신에는 173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ETF 초기설정 금액은 모두 합해 3614억원. 애초 최소 5천억원 이상 설정될 것이라던 시장의 예측에는 크게 못미치는 액수다.


업계에선 초기설정 규모보다 유통 규모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아무리 튼실한 기업이라 해도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없어 사겠다는 사람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주가를 유지하기가 힘든 것과 같다.



설정액 기대 이하… 승부 예측 쉽지 않아


이들에 대한 승부 예측은 쉽지 않다.
ETF란 기본적으로 상장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펀드다.
예컨대 KOSPI200 ETF는 KOSPI200지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므로 KOSPI200지수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
KOSPI50 ETF도 마찬가지다.
양대 진영은 수익률이 비슷한 상품을 같은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양대 진영이 지닌 ‘비장의 무기’는 다르다.
삼성컨소시엄은 마케팅력과 차익거래능력을, LG컨소시엄은 판매력과 시장점유율을 내세운다.


LG투신운용 상품개발팀 강영선 과장은 “LG컨소시엄은 LG, 현대, 대신, 대우 등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들이 지정판매회사(AP)를 맡았다”며 “이들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경쟁 컨소시엄의 3배에 이른다”고 말한다.
LG AP의 광범위한 판매망과 높은 시장점유율로 투자자들을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삼성투신운용 시스템운용본부 서정두 차장은 “ETF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마케팅력”이라고 말한다.
삼성증권에서 LG전자를 거래하고 LG증권에서 삼성전자를 거래하듯 주식으로 거래되는 ETF 역시 판매망에 상관없이 거래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삼성컨소시엄엔 외국 증권사 등 차익거래실력, 인덱스펀드 마케팅력이 뛰어난 AP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증권거래소는 경쟁력 없는 ETF는 조기퇴출시켜 ETF 시장의 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추적오차율이 10% 이상, 자본금이 50억원 미만, 발행증권 수가 5만주 미만일 경우 3개월 안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주주

수가 100명 미만이거나 연간 월 평균 거래량이 10만주를 밑돌아도 시장에서 퇴출된다.


물론 두 진영의 면면으로 보아선 둘 중 하나가 거래소에 의해 상장 폐지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 상장지수에 대해 두개의 ETF가 존재하지 않는 외국 시장의 전례로 볼 때 세력이 큰 쪽이 작은 쪽을 몰아내는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TF 거래가 시작되는 10월14일, 양대 진영의 생존을 건 한판 승부는 시작될 것이다.









용어설명


ETF(Exchange Traded Fund) : 상장지수펀드. 특정 상장지수에 대한 개방형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

KOSPI200지수 : 특정시점에 한국 증권거래소를 대표하는 200개 종목 주식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를 나타낸다.
기준일은 90년 1월3일. KOSPI50지수는 50개 대표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추적오차율 : 주당순자산 가치변동률과 KOSPI200 등 추적대상지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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