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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사채업체 앞에 놓인 두갈래 길
[비즈니스] 사채업체 앞에 놓인 두갈래 길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10.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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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채업자 대부분은 10월27일부터 금리가 연 66%로 규제되면 영업을 포기하거나 지하로 숨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가 8월말 40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업법에 따라 적법한 영업을 하겠다는 업체는 54개, 13%에 불과했다.
180개 업체, 45%는 대부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영업하겠다고 답했고, 42%에 이르는 169개 업체는 아예 영업을 포기하겠다고 응답했다.


사채업자들은 또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금리를 대폭 올 받고 있다.
금리가 제한되고 정상적으로 영업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수익을 챙겨두자는 것이다.
한대련의 다른 조사에 따르면 회원사 대출금의 월평균 금리는 법률 공포 이후 급등했다.
연 100%대에서 180%대로 치솟은 것.

대부업법이 사채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낸다는 취지와 달리 더 음지로 몰아가지는 않을까? 사채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경우,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사채시장에 의존해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신용불량자가 증가하고 개인파산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대규모 업체 대부업 등록 준비


금융감독원이 3월에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 사채시장 이용자실태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사채 이용자 중 신용불량자는 32.78%에 이르렀고,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들의 대출 용도도 제도금융권의 다른 대출금 상환이 51.2%를 차지했다.
또 사채 이용자의 60.8%는 제도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사채업자 가운데 몇명이나 등록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숫자가 아니라 사채시장 가운데 어느 정도를 흡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 팀장은 설명한다.
일본에서도 업자 수를 기준으로 한 등록비율은 매우 낮았다.
일본 정부가 1983년 상한금리를 109.5%로 하는 대금업법을 도입했을 때, 19만6500여개에 이르던 사채업자 가운데 고작 10%인 약 1만9500명만 등록을 마쳤다.
그는 “대부업법 시행 이후 기존 사채업자들이 등록해야 하는 3개월 동안 시장의 60~70%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규모가 큰 사채업체들은 대부업법 테두리 안에서 등록해 영업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 강남역 등 4개 점포의 대출잔액이 80여억원인 제일캐피탈 변리나 상무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4월에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부업법에 충분히 대비했다”며 “66% 이하 금리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쟁력 없는 사채업자는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반면, 양성화된 금융업이라는 데 매력을 느낀 신규 진출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따라서 사채시장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채업자가 대부업자로 거듭나면서 소비자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씨티파이낸셜을 통해 소비자금융시장에 진출해 활발히 영업을 벌이고 있다.
GE캐피탈은 조흥은행의 신용카드부문을 인수한 뒤 공격적으로 소비자금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저축은행 수익감소 예상


대부업체의 등장을 가장 경계하는 건 상호저축은행이다.
상호저축은행의 2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금리가 연 40~60%이며, 이용자층도 대부업체와 비슷하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양희원 기획조사팀장은 “대부업법 시행으로 소액대출에 경쟁이 붙어 금리가 떨어지고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의 조 팀장은 “대부업이 그간의 악덕 고리대금 업자의 이미지를 탈피해 제3금융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각 협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정화 노력을 기울이면서 채무자에 대한 합리적 신용평가 시스템을 마련하며 원가를 절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과 차별화한 영업전략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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