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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나만의 평생번호 ‘통화중’
[비즈니스] 나만의 평생번호 ‘통화중’
  • 류현기 기자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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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서비스 초기에 주춤하던 평생번호 가입자 수가 데이콤의 100만 고객확보와 하나로통신의 가세로 급격한 증가추세로 접어들었다.
평생번호란 이사를 가더라도 자신이 등록한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고유 전화번호를 말한다.
평생번호에 집, 사무실, 휴대전화 등 자주 사용하는 번호를 등록시켜놓으면 상대방이 등록된 평생번호로 전화를 걸 때 통화가능한 전화로 차례로 연결해준다.
데이콤은 0505, KT는 0502, 하나로통신은 0506을 자신이 등록한 번호의 앞쪽에 붙이는 형태로 평생번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평생번호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쪽은 KT였다.
KT는 1998년 7월 받고 싶은 전화번호 2개를 등록하면 순서대로 자동 연결하는 기본형 서비스로 시작했다.
데이콤은 2000년 5월 번호 3개를 등록할 수 있는 평생번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소비자 호응도가 높지 않아 기능을 오히려 단순화해서 2001년 3월에 재출시했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데이콤의 평생번호 가입자 수는 18개월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고 KT는 이보다 적은 75만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선전화 가입자가 2500만명, 휴대전화 가입자가 3천만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평생번호에 대한 사업자의 의지와 마케팅력에 따라서 가입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잘 모르거나 귀찮아서 평생번호의 선택을 망설였던 소비자가 평생번호 서비스의 장점을 인식하면서 서비스 수요가 급격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데이콤 전화사업부 박학래 팀장은 “영업부서나 외근사원이 많은 기업이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일반 직장인들도 개인적 업무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평생번호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대부분이 유선전화나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인구의 5%도 안 되는 고객만이 평생번호 서비스에 가입한 사실과 통신 인프라면에서 유리한 KT가 평생번호 서비스에서는 데이콤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KT는 평생번호 서비스에 소극적이었다.
이 서비스가 어차피 자사망을 타고 연결되기에 추가 수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을 뿐만 아니라 400만명에 이르는 KT의 착신전환 서비스 고객을 평생번호 시장으로 옮기는 것은 마치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착신전환 서비스 고객이 평생번호 서비스로 이동할 경우 기본료와 통화료 부문에서 매출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데이콤 입장에서는 평생번호로 통화할 때 통화료가 데이콤의 매출로 계산되므로 KT의 시장을 잠식하는 효과가 있다.
KT에게 평생번호 서비스는 챙기자니 매출감소와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버리자니 데이콤에 통신시장을 빼앗기게 하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
KT가 비록 평생번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평생번호 시장에 KT가 진입은 먼저 했지만 머뭇거리는 사이 데이콤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선두자리에 선 것이다.


데이콤은 KT와 달리 평생번호 서비스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100만명을 기점으로 가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저절로 홍보가 되는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200만명이 될 때까지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KT 역시 뒷짐만 지고 지켜보지는 않을 것 같다.
데이콤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비록 당장은 아니지만 KT의 미래 통신시장을 점진적으로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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