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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기술력만 있으면 미래 보장”
[비즈니스] “기술력만 있으면 미래 보장”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2.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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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들은 요즘 살맛이 나지 않는다.
코스닥 무용론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돈줄이 말라버렸다.
벤처캐피털들은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벤처기업들 입장에선 야속하기 그지없다.
벤처기업들은 겨울나기 준비는커녕 지금 당장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유기EL 전문업체인 네스디스플레이(NDC) www.nessdisplay.com는 이처럼 비바람 몰아치는 외부환경에도 최근 5개 외국 투자기관으로부터 모두 1250만달러(약 15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기관들도 화려하다.
칼라일그룹의 테크놀로지벤처펀드아시아, 노무라증권 계열의 벤처 투자기관인 자프코(JAFCO), 스웨덴의 통신 관련 전문 투자기관인 인버스터AB의 IGCA, 싱가포르의 SBH, 대만의 CDIB 등 모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벤처캐피털 회사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보수적 투자 문화로 유명한 기업들이다.
예컨대 자프코는 1년 동안 수십개 기업을 실사한 끝에 첫 한국 투자기업으로 네스디스플레이를 꼽았다.
그만큼 네스디스플레이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네스디스플레이는 2000년 7월 대우 고등기술연구원 유기EL팀이 독립해 나와 만든 회사다.
1994년부터 시작한 연구경험 덕분에 이미 상당한 개발 실적을 내고 있다.
먼저 유기EL과 관련해 100여가지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내년 2, 3월께는 자체 개발한 청색 발광물질을 사용해 휴대전화용 디스플레이를 대량생산하게 된다.
리니어소스 방식이라는 새로운 유기EL 공정기술도 개발해냈다.
네스디스플레이는 이번에 투자 유치한 자금으로 풀 컬러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유기EL이란 전압을 통과시키면 스스로 발광하는 소자를 말한다.
따라서 유기발광소자를 이용해 문자와 영상을 표시하면 LCD와 달리 밤에 백라이트를 비춰줄 필요가 없다.
당연히 유기EL을 사용한 디스플레이는 두께도 얇아지고 전력소모도 적게 된다.
반응속도도 LCD에 비해 1천배가량 빠르다.


하지만 유기EL의 결정적 단점은 아직 역사가 짧다는 것이다.
LCD의 경우 6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이미 기술이 안정돼 있지만, 유기EL은 2000년 일본에서 첫 상용제품을 선보였을 정도로 역사가 짧다.
수명이나 관련 기술 등이 완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유기EL이 과연 LCD를 대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더 얇고 전력소모도 적은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유기EL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 기관인 스탠퍼드리소스에 따르면 전세계 유기EL 디스플레이 시장규모는 IMT-2000 단말기, PDA,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의 성장으로 지난해 8400만달러에서 오는 2007년에는 16억달러(연간 누적 성장률 63%)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유기EL의 성장 잠재력이 곧바로 네스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나 LG화학과 같은 대기업들이 유기EL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디스플레이 등 서너 개 벤처기업들도 이 분야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스디스플레이는 대기업에 대해선 틈새시장 공략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대기업 단말기 제조업체보다는 중소단말기 제조업체들과 계약해 유기EL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오디오, 시계 등 대형 생산라인에서는 채산성이 떨어지는 분야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김선욱 사장은 “네스디스플레이의 생산라인은 소량 라인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상당한 탄력성이 있다”고 말한다.
후발 벤처기업들에는 이미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만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네스디스플레이의 성장세가 유기EL 디스플레이처럼 반짝반짝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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