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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뉴타운 강북’은 뜬구름 잡기?
[부동산] ‘뉴타운 강북’은 뜬구름 잡기?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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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강북은 지금의 강남보다 휠씬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
도로망과 1인당 공원면적에서는 오히려 강남을 앞선다.
” 서울시는 강북개발사업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동안 강남지역에 집중된 도시개발 정책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강북주민들은 교육, 교통, 생활환경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하면서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시가 낙후한 강북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내놓은 ‘뉴타운’은 기존 소규모 단위 재개발 사업을 한데 묶어 그곳에다 시 예산을 직접 투여해 도시기반시설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시는 “민간 중심의 소규모 단위로 시행된 현행 재개발 방식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도시기반시설의 부족으로 난개발을 빚었다”며 “이제 시 예산을 직접 지원해 도로, 학교,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인접한 생활권을 한데 묶어 광역단위로 계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개발대상지역을 도심형, 주거중심형, 신시가지형으로 나눠 특성을 살리기로 했다.



길음·정릉동 등 시범지구 3곳 우선 개발


이에 따라 성동구 상왕십리와 성북구 길음·정릉동, 은평구 진관내·외동 등 3개 지역이 시범지구로 선정돼 먼저 개발에 들어간다.
‘도심형 뉴타운’이 들어서는 상왕십리동 440번지 일대 32만4천㎡(9만8천평)에는 2006년까지 상업·업무시설과 함께 주거기능 등이 복합적으로 조성된다.
이 지역은 소규모 영세공장, 상가, 노후주택 등이 밀집해 있어 도로 폭이 좁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다.
이미 오래 전에 주택재개발 예정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장기간 시행이 미뤄져왔다.


‘주거중심형’으로 개발되는 성북구 길음동 624번지와 정릉 380번지 일대는 노후 불량주택이 밀집해 이미 8곳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4곳은 조합이 구성돼 재개발 사업이 시행중이고 나머지 4곳은 구역지정만 된 상태다.
서울시는 이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재개발구역을 한데 묶어 2008년까지 용적률 250% 내외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이 지역이 상습 정체구간이라는 점을 감안해 도봉로~정릉로, 인수로~솔샘길 등 보조간선도로 2.3㎢를 확장, 신설하고 도로 2곳을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가장 규모가 큰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359만3천㎡는 그린벨트 우선해제지역으로 주거와 상업, 생태, 문화 기능을 갖춘 ‘신시가지형 뉴타운’으로 개발된다.
이곳에는 150~200%의 용적률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5~7층의 저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다.
시는 대상지역을 5개 지구로 나눠 개발하되 우선 1지구를 2006년까지 완료하고 나머지 지구는 2010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범지구 3곳을 우선 개발한 뒤 2012년까지 이를 모델로 뉴타운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거중심형은 서울 전역의 주택재개발 구역을 대상으로 23곳을 더 선정해 개발할 방침이다.
또 도심형은 4대문안과 인접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한곳을 뽑아 추가 대상지역을 선정하고, 신시가지형은 은평 뉴타운 외에 서북, 동남, 서남 등 3지역에서 대상지역을 뽑아 개발한다.
시는 “개발대상지역은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 지역특성, 개발여건 및 주민의사 등을 고려해 심의 지정한 뒤 연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시는 도시기능이 도심 및 강남에 집중된 도시구조로 인해 지역불균형 현상이 발생한다고 보고 자치구별로 1~2개 중심지역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 2012년까지 총 7천억원의 시 예산을 투입해 주요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건설한다.
또한 도시계획 조정을 통한 용적률 제고, 행정 및 재정적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개발을 촉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원 후 일정기간 경과 후에도 민간 개발이 지연될 때는 공영개발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개발계획 발표 후 땅값 출렁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계획이 지역간 격차해소와 균형있는 도시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난제가 수두룩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애초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한다.


우선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재원문제다.
뉴타운과 균형발전촉진지구, 도로망 보완 및 개선사업에 2012년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총 6조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처음에는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 3천억∼5천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번 개발이 진행되면 돈을 계속 회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수익으로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 투자는 회수가 불가능하고 은평 뉴타운처럼 저밀도 개발되는 지역은 분양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북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닥터아파트 곽창섭 이사는 “아파트 재건축을 하는데도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하물며 넓은 지역에 대단위 재개발 사업을 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은평 뉴타운’과 ‘왕십리 뉴타운’은 해당 사업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지주들과 마찰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박사는 “신도시의 예를 보듯 수용에 따른 보상단가 조정이 애초 예상보다 훨씬 힘들 것”이라며 “보상금액 기준으로 공시지가나 감정평가액으론 절충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길음 뉴타운의 경우 이미 4개의 재개발조합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한편으로는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불어닥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도 숙제다.
시범지구로 선정된 3개 지역에서는 이미 중개업소에 나왔던 매물이 대부분 들어간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길음동 부동산중개업소인 레미안114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매물이 꽤 있는 편이었는데 이 지역이 뉴타운 개발계획에 포함되면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매물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은평구 진관내외동은 특히 9월초부터 개발 예정지로 알려지면서 평당 250만~300만원하던 땅값이 지금은 350만~400만원으로 올랐다고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시는 사업지역 발표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보다는 앞으로 추이를 보면서 투기 열풍이 우려되면 그때 가서 지정하겠다는 자세다.
김현아 박사는 “애당초 시범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지가상승을 감시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강한 개발의지를 피력하면서 부동산시장이 출렁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부동산 투기보다는 강북개발사업이 과연 계획대로 추진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아 박사는 “2012년까지 모든 사업을 연쇄적으로 추진할 만큼 재정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서울시에서는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상당부분을 분양수익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강북주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강북개발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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