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가 서머인턴을 한 회사로부터 풀타임 오퍼를 받을 것이 확실했지만, 아예 이력서를 보내지 않는 학생은 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어떤 이유에서든 서머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풀타임 오퍼를 못 받을 수도 있었다.
이런 학생들은 서머인턴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미리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머인턴 때처럼 열심히 잡서치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두번째로 서머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오퍼를 받을 것이 확실했지만, 다른 회사나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에서 서머인턴을 했지만 하이테크 분야에 관심이 있다든지, 아니면 A소비재 회사에서 일했지만 B소비재 회사에 관심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였다.
세번째는 서머인턴을 한 회사에 만족하고 오퍼를 받을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최소한의 회사에만 지원하는 경우였다.
내가 바로 그 경우에 속했다고 할 수 있다.
1학기 막바지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오퍼를 받기 전까지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어 ‘보험 드는 셈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다.
그렇지만 다른 컨설팅 회사나 일반 기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주요 투자은행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갑자기 투자은행에 지원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사실 서머인턴 잡서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투자은행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뽑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은행이나 기업의 재무에 관련 경력이 없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에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서머인턴 잡서치를 하는 동안 간접적으로 투자은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분야라는 사실을 알았다.
왜 수많은 동기들이 기를 쓰고 투자은행을 가고 싶어하는지를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투자은행의 많은 분야 중에서도 내가 지원한 분야는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는 에퀴티 리서치 분야였다.
흔히 애널리스트라고 하는 분석가가 되어 테크놀로지 관련 산업을 분석하는 것이 그나마 내가 투자은행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력서를 보내면서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험’ 성격의 지원이라 서머인턴 때처럼 열심히 준비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투자은행이 나와 같은 경력의 지원자에게 관심을 줄지 확신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오퍼를 받고 난 이후에는 내가 투자은행들에 지원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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